[조세특례제도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 방안 세미나]
50인 미만 영세 중소 제조·건설업에 산재 집중
중대재해처벌법 등 사후 처벌 중심 규제는 한계

시설투자·안전 인건비·교대제 전환 비용까지
조특법에 '안전' 항목 강화해 예방 효과 키워야

20일 국회에서 열린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방안' 세미나에서 민병덕 의원(오른쪽 세번째)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권진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방안' 세미나에서 민병덕 의원(오른쪽 세번째)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권진 기자

[중소기업뉴스 이권진 기자] “재해율이 1% 늘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8%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건 안전비보다 아끼는 돈이 더 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계산식을 바꾸려면 세제를 ‘안전 투자 유인장치’로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신언 동국대 겸임교수(세무사·미국변호사)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 방안’ 국회 세미나 발제에서 “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는 산재를 줄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소병훈·민병덕·박홍배·이용우 국회의원과 세금정의실천연대, 민변 복지재정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김신언 교수에 따르면 2024년 산재 사망자는 2098명으로 이 가운데 건설업이 23.6%(496명), 제조업이 22.6%(476명)를 차지한다. 특히 사망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안전투자는 중소기업 생존 전략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조특법 안에 안전 관련 독립 조항 신설 필요

이날 발제의 핵심은 “조세특례제도를 안전 정책에 정면으로 연결하자”는 제안이다. 김 교수는 우선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안전 관련 세제 혜택이 지나치게 축소·은폐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0년까지는 소방·산업재해예방·비상대피·내진보강 등 안전시설 투자에 대해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5%, 대기업 1%의 투자세액공제가 조문(제25조)에 명시돼 있었지만 개정 과정에서 통합투자세액공제(제24조)로 합쳐지면서 ‘연구·시험·에너지·환경·근로자 복지 등’이라는 포괄 규정과 시행규칙 별표로 밀려났다. 

그는 “안전이 법률 안에 ‘~등(等)’으로 들어가 있다 보니 실무 세무사조차 관련 규정을 찾기 어렵다”며 “이 정도면 사실상 숨겨 놓은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 교수는 조세특례제한법 체계 안에 ‘안전’ 관련 조문을 독립된 조항으로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조특법 장·절 체계를 보면 고용지원, 국가전략산업, 자녀장려·근로장려 세제 등은 별도 절로 묶여 있지만, 안전 관련 규정은 시행규칙 별표에 흩어져 있다”며 “정부가 국민·근로자의 안전을 조세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다는 신호를 주려면, 최소한 하나의 독립 조항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세제 혜택은 대부분 설비투자 등 물적 시설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동안 인력·교대제 전환 같은 ‘인적 안전비용’은 대부분 중소 제조업이 부담해야 하는 영역이었지만 정부 세제지원 체계에서는 사실상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은 안전관리자 인건비, 안전교육비, 건강장해 예방비, 안전점검·모니터링 비용 등 다양한 ‘안전관리비’ 항목을 법정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 인적·관리 비용에는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실제 사고 사례를 보면 안전펜스를 한 겹 더 치는 것보다 기계를 멈추고 점검하게 만드는 인력·교육·문화가 훨씬 중요하다”며 “산업재해 예방의 핵심인 인적 요소에 대한 세제 지원은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와 건설공사 안전관리비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야간근로자 1인을 2인으로 증원하거나 2교대를 3교대로 전환하면서 증가한 인건비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통합고용세액공제와 유사하게 3년간 인원을 줄일 경우 감면을 환수하는 사후관리 장치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무열 부산시의회 연구위원, 이동우 변호사, 구성권 명지전문대 교수 등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권진 기자
김갑순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무열 부산시의회 연구위원, 이동우 변호사, 구성권 명지전문대 교수 등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권진 기자

조세 인세티브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 정책

이번 세미나는 지난 2021년 제정·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후 처벌 중심으로 이뤄진 문제점을 조세 인세티브를 활용해 예방 차원으로 접근하자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해석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을 최대 5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일변도로 구성됐다. 

하지만 김 교수는 “사업주 책임을 입증하려면 단순 현장 위반을 넘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여부까지 전반적인 경영활동을 들여다봐야 해 수사 부담이 매우 크다”며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면 5년 가까이 걸려 사고 직후에 제재가 가시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중처법의 위헌성을 문제 제기하며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해당 법 자체의 존립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게 부산지방법원이 지난 4월 첫 위헌 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계가 지난해 4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제고와 하도급 구조 개선, 산업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TF를 가동하고 있지만 사후 처벌에 대한 규정이 대두되는 실정이다. 

조세를 활용한 산재 감소를 위해선 중앙부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공동주관 부처에 법무부·환경부·고용부·산업부·국토부·공정위는 들어가 있지만,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빠져 있다”며 “벌금과 형사처벌만 논의하다 보니 ‘안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라는 긍정적 수단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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