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서 BTS RM 소장품 특별전
한국 대가 작품 널리 알릴 좋은 기회
아트컬렉팅의 본질은 ‘끌림의 가치’
돈에 앞서 나를 알아가는 삶의 여정

내년 10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릴 BTS RM의 소장품 특별전이 화제다. 케이팝 스타의 개인 컬렉션이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그의 예술적 안목과 열정을 글로벌 미술계가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고, 그동안 공들여 수집해온 윤형근, 박래현, 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가의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RM은 전시 공동기획자로 참여하면서 “고전과 현대, 동서양 등 경계를 탐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RM이 미술에 매료된 건 2018년 시카고 현대미술관 방문 때였다. 클로드 모네와 조르주 쇠라의 작품 앞에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스탕달 증후군’ 같은 강렬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컬렉터가 된 사연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눈앞의 작품에 홀리는 체험이다. 이은주 중앙일보 기자가 쓴 <아트 컬렉터스>에 등장하는 국내 대표 수집가 17명도 엇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MZ 컬렉터 부부로 유명한 노재명·박소현 부부는 신진 작가라도 마음에 들면 과감하게 구매해 어느새 소장품이 300점을 넘었다. 2024년부터 새로운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사진 참조)도 주도하고 있다. 노 대표는 좋은 컬렉션을 위해서든 투자 목적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적인 컬렉팅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공간과 자금이라는 현실적인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 더 사기 전에 몇 년 뒤 네 집안 꼴이 어떨지 상상해봐.” 컬렉팅 입문 단계에서 들은 미술계 친구의 조언은 지금도 얼얼하다. 작은 집 한쪽 벽에 작품 몇 점 걸어놓기도 쉽지 않고 수장고를 마련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
경제적 제약 이외에 미술시장의 진입 장벽도 간과할 수 없다. 메가 갤러리, 대형 경매사 등이 주도하는 과점적인 시장 구조, 매매 정보와 구매 기회의 비대칭성, 낮은 환금성 등 걸림돌이 적지 않다. 미적 가치와 시장성을 동시에 읽어내는 안목도 필요한데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내공이 아니다.
내공 증진을 위해선 발품과 손품을 팔아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과 유력 갤러리의 전시장을 꾸준히 방문하고, 국내외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를 찾아 시장 동향과 미술 사조의 변화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마우스를 부지런히 움직여 아트넷, 아트프라이스, 크리스티 경매 사이트 등을 뒤져 관심 작가의 가격 추이와 최신 트렌드를 틈틈이 확인할 필요도 있다. 이 점에서 미술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춘 미술품 조각 투자는 입문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억대의 블루칩 작품을 여러 지분으로 쪼개 개인이 원하는 만큼 그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액 투자도 가능해 투자 위험을 낮추면서 투자 감각을 키울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작품의 전시 이력, 경매 거래 사례, 감정 평가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초보 컬렉터도 비교적 쉽고 안전하게 미술품 투자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올해 주식시장 활황과 맞물려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조짐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아트바젤과 UBS 조사 결과 미술시장의 미래를 낙관하는 고액 자산가들은 80%를 웃돈다.
그럼 취미와 투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쯤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선 컬렉팅의 본질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끌림’의 가치다. 벽에 걸린 섬 그림에 마음이 움직이고, 기이한 조각에 발걸음을 멈추고… “왜 이 작품을 골랐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균형점에 다가서게 된다. 결국 컬렉팅은 자기 취향을 발견하는, 나를 알아가는 삶의 여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이교준 아티피오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