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中企 당면과제 급부상
절차개선·체류기간 연장 절실
지역맞춤형 지원체계도 필수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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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는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인력난은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제조·건설·서비스업체 중 절반 가까운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E-9) 도입 확대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책정한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는 13만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줄어든 수치다. 산업계에서는 더 많은 외국인력이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제도적 현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커지는 상황 속, 기업들이 인력 확보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외국인력을 선택한다는 현실은, 정책적으로도 외국인 채용과 고용 기간 유지에 있어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애로는 인력 확보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외국인 채용의 절차가 복잡하고 체류 기간이 짧아 중장기적 고용 설계가 어렵다는 중소기업의 호소는 이제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외국인 근로자를 실제 고용해본 중소기업일수록 그들의 성과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응답 기업의 93.3%는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능력이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이들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도 75.3%에 달했다.

단기 인력 공백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도입을 제한할 이유보다 확대해야 할 이유가 훨씬 많아지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산업 구조 속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된 상황 속, 중소기업이 외국인력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 우선 실무적 차원에서 가장 크게 지적된 애로사항은 ‘의사소통’이다. 언어 장벽은 업무 효율 저하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사소한 오해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사업장일수록 더 민감한 문제로 작용한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적응 문제도 여전히 제기된다. 일부 사업장에선 생활 습관이나 근무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 적응력 문제가 아니라, 고용 이전 단계에서부터 한국어·문화 교육 등 체계적인 준비와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의 불협화음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언어교육, 안전교육, 생활 안내 등 기초 교육 체계를 선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유연성과 신속성이 과제로 떠오른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제도적 보완은 ‘경기 상황에 따른 유연하고 신속한 인력 공급’이었다. 산업의 계절성, 지역별 경기 편차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체류 기간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높다. 현재처럼 단기간 고용 후 귀국시키는 방식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교육·적응에 들인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현장에 오래 남아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근로자의 반복적인 이탈과 재교육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

행정적인 절차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채용 절차의 복잡성, 잦은 제도 변경 등은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고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업장일수록 첫 진입 자체가 장벽으로 작용하며, 일부 기업은 불법 체류자 고용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채용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제도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합법적 고용 확대의 필수 조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결코 한두 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인력 정책, 법무부의 출입국 정책, 중기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주거·생활 지원 등 여러 부처와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지역에 생활 기반을 둬야 하는 만큼,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 내 공공기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통역 지원 인프라, 문화 교류 공간 마련 등 ‘지역 맞춤형 지원체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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