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중소제조업 전환 전략’ 정책토론회 개최
개별 中企 여력 부족… 공동 플랫폼 뒷받침 절실
대기업 편중·단기 실증사업 아닌 지속정책 제언
AI도입 제조기업 0.1%뿐, 기초 인프라 구축 시급

지난 11일 ‘중소 제조업 전환 전략, 위기에서 혁신으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병채 한국중소기업학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을 좌장으로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지난 11일 ‘중소 제조업 전환 전략, 위기에서 혁신으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병채 한국중소기업학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을 좌장으로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기업의 자구적 혁신과 정부의 정책 지원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1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 제조업 전환 전략, 위기에서 혁신으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오기웅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제조업은 전산화·자동화·스마트화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이제 인공지능 전환(AX) 없이는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제조업 기반을 다시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이었던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성과를 보면서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오 부회장은 “이번 토론회가 중소 제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AX를 결합할 구체적 방법과 정부 지원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뿌리기업 노후설비 교체가 우선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진병채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민·관·연 각계 전문가들이 중소 제조업의 혁신 전환을 위한 AX·GX(그린전환) 전략을 논의했다.

첫 발언에 나선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표면처리업은 200개가 넘는 환경·안전 규제와 에너지 비용 상승, 숙련 기술 인력 부족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개별 중소기업 차원에서 규제 대응과 기술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그는 “협동조합 중심의 AX·GX 공동 대응과 협업 인프라 구축이 업계의 현실적 대안이다”고 말했다. 조합은 그동안 폐수처리 공동화 사업을 등을 추진해 일관된 규제 대응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를 토대로 환경·안전·보건을 통합 관리하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업계 차원의 대응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표면처리 산업의 클러스터와 컨소시엄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센터를 중심으로 공정 개선과 신기술 상용화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탄소 중립 대응은 업종별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효과가 큰 만큼, 정부가 조합 중심의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장용환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디지털전환(DX)과 AX 관련 정부 지원사업이 실증 가능한 규모가 큰 기업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복잡한 제조 공정은 1차 협력사가 아닌 2차·3차 협력사가 맡기 때문에 뿌리기업에 제조 데이터가 훨씬 더 많다”며 “하지만 정작 중소 제조 현장은 공정 설비가 노후화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GX에 대해서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공장에 태양광을 설치하려 해도 지붕이 너무 노후화 돼 도입 자체가 어렵다”며 “노후 설비 교체, 데이터 연계, 에너지 부담까지 담아내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AI인재 양성 나서야

제조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인 에이아이네이션 곽지훈 대표는 인공지능(AI) 확산이 더딘 이유를 AI ‘공급자·수요자·정부’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으로 해석했다.

공급자의 현장 이해 부족과 단일 모델 위주의 제한적 공급 구조, 수요자의 도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데이터 인프라 부족 등을 짚었다. 아울러 정부의 기술 레퍼런스·기업규모를 중시하는 평가기준과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 부족, 단기·일회성 실증 중심 사업 구조 등을 한계로 꼽았다.

곽 대표는 “AI는 한 번 도입하면 끝나는 기술이 아닌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를 다시 학습해야 하는 구조”라며 “단기 실증 사업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내재화 중심의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주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AX 논의가 활발하지만 실제 AI를 도입한 제조기업은 0.1%,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 중에서도 0.5%에 그쳤다”며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공장 도입률은 19.5%이며, 도입 기업의 75.5%는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제조데이터나 AI 관련 전담 부서와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0.8%뿐이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4.5%에 그쳤다.

이에 김 위원은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 확대,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관리 등 기초적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데이터에 대한 임직원 인식 제고부터 맞춤형 AI 인재 양성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한목소리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도 기초 수준의 스마트공장 지원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양 본부장은 “데이터 수집부터 라벨링까지 향후 기술 호환성을 고려해야하는데 대표 사업이 중기부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다”며 “기초 수준 지원예산을 2022년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삼성·포스코 등 대기업과 스마트공장 사업을 8년간 운영해본 결과, 업종별로 동일 공정·제품에 대한 프로토콜(표준방식)을 만들고 하나의 밸류체인(가치사슬) 안에 있는 기업들이 AI 전환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권순재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은 “정부는 2030년까지 AI 중심 스마트공장 1만2000개 구축과 AI 적용기업 산업재해 20% 감소가 목표”라며 “중소 제조기업 AI 대전환, 스마트제조 기술기업 육성, 제조데이터 표준화 인프라 확충과 같은 이행계획을 추진해 선순환적인 스마트제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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