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갈피에 스며드는 ‘소박한 여행’
화려하진 않지만 일상의 온기 가득
커피 여운 즐길 땐 ‘카페 테논’ 제격

‘즐거운 물의 정원’ 가면 감탄이 절로
쌉싸름한 풍미 전통우동 입맛 유혹
현장 1열서 직관하는 철판요리 일품

후쿠오카는 눈부신 풍경보다 조용히 스며드는 일상의 온기로 다가온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을 끄는 작은 카페가 있고, 낡은 목조 건물 안에는 시간마저 느긋해지는 소바집과 녹음 가득한 정원이 숨어 있다. 분주한 여행 속에서 쉼을 선물하는 후쿠오카는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히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카페 테논

정갈한 무명천 간판이 눈에 띄는 카페 테논의 외관

조용히 즐기는 커피 타임, 깊은 풍미의 여운을 찾는 이들에게 ‘카페 테논(Cafe Tenon, 手音)’은 숨은 명소로 손꼽힌다.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일본 전통의 커피 추출 방식인 넬드립을 고수하며, 20년 넘게 한결같은 방식으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넬드립은 커피를 플란넬(융) 필터로 추출하는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 오일을 온전히 남겨 부드럽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카페 테논은 넬드립 방식으로 내린 깊은 풍미의 커피와 소박한 디저트를 제공한다
카페 테논은 넬드립 방식으로 내린 깊은 풍미의 커피와 소박한 디저트를 제공한다

카페 테논의 대표 메뉴인 ‘겐(玄, 현)’은 원두 30g으로 60cc만 추출해 특히 진하다. 단맛, 감칠맛, 쓴맛의 균형이 좋아 아이스로 마셔도 넬드립 커피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커피맛과 함께 테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요한 분위기다. 음악 없이, 이따금 들려오는 조곤조곤한 담소 소리, 나무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손님들은 책을 읽거나 사색하며 커피를 음미한다.

해가 쨍한 6월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은 틀어주지 않지만,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나지막한 소리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더 이상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물잔에 물이 비면 조용히 다가와 다시금 잔을 채워주고 돌아가는, 카페 마스터의 무표정한 얼굴 뒤 숨은 다정함도 감동스럽다.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카페 테논의 작은 실내에는 커피 내리는 소리, 이따금 담소 나누는 소리, 잔 부딪는 소리와 함께 초여름 햇살이 만든 그림자만이 가득하다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카페 테논의 작은 실내에는 커피 내리는 소리, 이따금 담소 나누는 소리, 잔 부딪는 소리와 함께 초여름 햇살이 만든 그림자만이 가득하다

조용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만큼, 이곳에서 자리를 이동하며 사진을 찍는 행위는 금물. 사진을 찍는다면 셔터음이 나지 않게 자신의 자리와 다른 손님이 없는 빈 공간만 허용된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오롯이 커피와 공간에 집중할 수 있다.

입장료 외 500엔을 추가하면 다실에서 차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입장료 외 500엔을 추가하면 다실에서 차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카페는 텐진역에서 대중교통으로 15분 남짓 떨어진 니시테츠 오하시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관광객이 부러 찾을만한 동네는 아니지만, 여행 중 오롯한 사색과 사색처럼 깊은 커피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4 Chome-12-10 Shiobaru, Minami Ward, Fukuoka

 

라쿠스이엔

하카타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라쿠스이엔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전통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하카타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라쿠스이엔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전통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룬 하카타구 중심, 낮은 담장 위로 푸른 나뭇가지가 고개를 내민 전통 가옥 문을 넘어 서면 시공간이 뒤틀린듯 바깥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후쿠오카 도심 속에서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과 다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라쿠스이엔(樂水園)’의 이야기다.

하카타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라쿠스이엔은 1906년 하카타의 부유한 상인 시모자와 젠에몬 치카마사가 지은 별장에서 그 역사가 시작한다. 시모자와는 이곳을 ‘라쿠스이(樂水, 낙수)’라는 본인의 호를 따 ‘즐거운 물의 정원’이라 이름 붙이고 다도를 즐기며 은거의 삶을 보냈다. 1995년부터는 후쿠오카시가 정비해 일반인에게 개방된 전통 정원으로 운영 중이다.

라쿠스이엔에는 다도를 즐길 수 있는 두 개의 다실이 있다. 초여름 녹음을 품은 다실의 커다란 창은 액자처럼 느껴진다
라쿠스이엔에는 다도를 즐길 수 있는 두 개의 다실이 있다. 초여름 녹음을 품은 다실의 커다란 창은 액자처럼 느껴진다

정원은 연못을 중심으로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끼 낀 석등과 무성한 녹음을 이루는 나무가 이곳의 오래된 시간을 가늠하게 한다. 규모는 작지만, 정갈한 구성과 고요한 분위기로 일본 정원의 정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약 100그루의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가장 큰 매력은 다실 체험이다. 집 안은 총 네 개의 다실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2개가 방문객들이 차와 다과를 즐기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음료인 말차는 물론 커피 등의 마실 거리와 간단한 다과를 음미할 수 있다. 입장료(성인기준 100엔) 외 500엔만 지불하면 운영 시간 중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매주 화요일 제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방문하면 보다 한적하게 정원과 차를 즐길 수 있다.

2 Chome-10-7 Sumiyoshi, Hakata Ward, Fukuoka

 

테우치소바 야부킨

후쿠오카 다이묘의 테우치소바 야부킨은 일본 전통 가옥을 개조한 매장으로, 다다미 좌석과 작은 일본식 정원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후쿠오카 다이묘의 테우치소바 야부킨은 일본 전통 가옥을 개조한 매장으로, 다다미 좌석과 작은 일본식 정원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스러운 운치와 함께 쌉싸름한 소바 맛에 푹 빠질 수 있는 곳도 있다. 후쿠오카 다이묘 지역의 전통 소바 전문점 ‘테우치소바 야부킨(手打ち蕎麦 やぶ金)’이다. 1950년에 처음 문을 연 테우치소바 야부킨은 1975년부터 현재 위치로 옮겨 반세기 넘게 운영 중이다.

테우치소바 야부킨에선 차가운 세이로 소바와 따뜻한 카케 소바, 덴푸라 소바, 오리 소바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소바를 즐길 수 있다
테우치소바 야부킨에선 차가운 세이로 소바와 따뜻한 카케 소바, 덴푸라 소바, 오리 소바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소바를 즐길 수 있다

정겨운 다다미 바닥과 고아(古雅)한 멋을 풍기는 일본식 정원이 특히 매력적인데, 라쿠스이엔과 마찬가지로 일본 전통 가옥을 개조한 덕이다. 마치 수백 년을 이어온 교토의 오래된 식당을 방불케 한다. 전통미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면에서도 느껴진다. 기계식 제면이 아닌 수타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타면은 주인장인 고토 씨가 매일 아침 직접 메밀 반죽을 손으로 치대 뽑아내 메밀의 쌉싸름한 풍미와 찰진 식감이 돋보인다. 차가운 세이로 소바와 따뜻한 카케 소바, 바삭한 튀김을 곁들인 덴푸라 소바, 부드러운 오리 고기가 별미인 오리 소바 등이 있다.

테우치소바 야부킨의 작은 전통 정원
테우치소바 야부킨의 작은 전통 정원

소바와 잘 어울리는 다시마키(계란말이), 우메오니기리(매실 주먹밥) 등을 곁들여도 좋고 메밀의 풍미를 한층 살려주는 에비스 생맥주와 함께 먹는 것도 추천한다.

후쿠오카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니 만큼 웨이팅을 피하고 싶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상책이다. 예약은 구글에서 가능하며, 예약하지 않았다면 오픈 시간에 맞춰갈 것을 권한다.

2 Chome-1-16 Daimyo, Chuo Ward, Fukuoka

 

스테이크하우스 미디엄레어 

미디엄레어는 스테이크하우스답게 규슈 지역에서 자란 흑모와규를 주 재료로 사용한다. 흑모와규는 눈꽃 마블링에 입에서 살살 녹는다
미디엄레어는 스테이크하우스답게 규슈 지역에서 자란 흑모와규를 주 재료로 사용한다. 흑모와규는 눈꽃 마블링에 입에서 살살 녹는다

소바, 라멘, 초밥 등과 같은 현지식도 좋지만 보다 다양한 일본의 미식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미디엄레어부터 시작해보자. 후쿠오카 하카타역 인근의 부티크 호텔 ‘위드 더 스타일(With The Style Fukuoka)’ 1층에 위치한 ‘스테이크 하우스 미디엄레어(Steak House Medium Rare)’는 철판 위에서 지역 식재료의 생생한 맛을 구현해내는 고급 테판야키(철판구이) 레스토랑이다.

다양한 일본의 미식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테판야키 레스토랑 미디엄레어를 추천한다
다양한 일본의 미식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테판야키 레스토랑 미디엄레어를 추천한다

고급 테판야키 레스토랑이라고는 하지만, 품질과 분위기만 놓고 보면 국내 테판야키 전문점보다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해 국내 미식가 여행객들도 알음알음 찾는다. 좌석은 일반석과 오픈형 카운터석이 있는데 아무래도 오픈형 카운터석에 앉아야 테판야키 요리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셰프가 눈앞에서 조리하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감칠맛을 끌어 올린다.

소고기 외에도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채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소고기 외에도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채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테판요리는 점심과 저녁에 걸쳐 코스로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인 점심 메뉴는 ‘스타일 런치’(3800엔)과 기념일 케이크가 포함된 ‘애니버서리 런치’(6000엔)이며, 저녁에는 ‘시즈널 코스’(7800엔), ‘미디엄레어 스페셜 코스’(8500엔) 등을 통해 보다 정통적인 철판구이 요리를 내어준다.

모든 코스에는 마늘밥, 비프 카레, 디저트와 커피 또는 차가 포함돼 있어 마무리까지 완성도 높은 구성이다. 별도의 키즈 메뉴도 있어 가족끼리 방문하기에도 좋으며 예약은 tablecheck. com, tabelog.com, byfood.com 등 현지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다.

1 Chome-9-18, Hakataekiminami, Hakata Ward

 

-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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