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쏟아지고 입맛 당기고 체중 증가
무력감·심한 감정기복 장기간 지속
늦가을·초겨울 시작, 봄이면 사라져
일조량 감소가 유력 원인으로 지목
세로토닌 분비 줄여 생체리듬 교란
최소 1~2시간 야외에서 햇빛 쫴야
잠들기 직전 스마트기기 사용자제
비타민D 풍부한 음식 섭취 바람직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무기력함과 우울감, 그저 가을을 타는 것일까? 늦가을, 괜스레 눈물이 나는 걸 넘어 유난히 피곤하고 일상에 지장을 불러일으킬 만큼 울적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일시적 우울감과는 다른 정신의학적 질환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에 반복적으로 우울감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며,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계절성 정서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라고도 한다.
일년 중 동일한 계절에 우울 증상이 반복되고 계절이 바뀌면 증상이 사라졌다가 다시 같은 시기에 나타나는 패턴을 보이며, 대부분 늦가을 및 초겨울에 시작해 봄이 되면 사라지는 특징을 지닌다. 드물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을·겨울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주요한 증상은 우울감이다. 여기에 과도하게 잠이 쏟아지고 식욕과 함께 체중이 증가하며, 무력감과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고, 두 해 이상 동일한 계절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느껴진다면 계절성 정서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겨울에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찾아오는 ‘윈터 블루스(Winter Blues)’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윈터 블루스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가볍고 단기간 내에 자연스럽게 호전된다는 점에서 계절성 우울증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속과 반복에 주목, 전문적인 치료가 중요
계절성 우울증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일조량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와 함께 일주기 리듬 교란, 망막 감수성 저하, 세로토닌 조절 이상, 유전적 요인 등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우리 뇌와 감정은 일조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몸에선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분비를 줄이고 수면을 불러일으키는 멜라토닌을 과도하게 분비시키며 생체리듬을 교란한다. 때문에 누구나 의도치 않게 약하게나마 계절성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을·겨울철에 우울감을 비롯해 수면 및 식욕 변화, 무기력감 등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것이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느낀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치료는 주요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적용하며 광치료(Light Therapy)를 병행하기도 한다. 광치료는 인공적인 빛을 통해 부족한 일조량을 보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치료법으로 약물치료 등과 함께 하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모든 계절성 우울증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습관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햇볕을 자주 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 무기력감과 우울감, 식욕 증가 등의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계절성 우울증, 충분한 일조량과 활동이 관건
경미한 계절성 우울증은 생활 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일조량 변화에 따른 증상인 만큼 햇빛을 많이 쬐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은 햇빛을 받으면 활성화된다.
또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해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문에 햇볕을 쬐는 것이 계절성 우울증 극복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충분한 햇빛을 흡수하려면 최소 1-2시간의 야외활동이 필요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점심 시간을 활용해 20-30분만이라도 가볍게 산책해보자. 집과 사무실에선 낮시간 대에 커튼을 활짝 열어 자연광이 최대한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실내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일정한 기상 및 취침 시간을 지키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에 규칙적인 기상, 취침과 식사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생체리듬의 불균형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일정한 패턴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필수다. 자기 직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블루라이트를 발산하는 스마트 기기 사용은 자제한다.
우울감과 관련 있는 비타민 D, 비타민 B, 오메가-3 등이 포함된 음식이나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비타민 D는 고등어·연어 같은 등푸른생선, 달걀노른자, 우유 등에 풍부하다. 비타민 B군은 녹색잎채소, 육류, 곡류를 통해 섭취할 수 있고, 오메가-3 지방산은 해조류, 견과류, 등푸른생선에서 얻을 수 있다.
또한 트립토판이 풍부한 닭가슴살, 연어, 바나나, 두부, 견과류는 세로토닌 생성을 도와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해가 빨리 지면 하루도 빨리 끝나는 것 같고 그만큼 활동량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기분 저하,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찾아오기 쉽다. 독서 모임, 동호회 활동 등 의도적으로 모임을 갖고 활동량을 늘리며 무력함을 극복해 볼 수도 있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