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덕천서원과 용원정
벚나무에 싸인 서원 ‘한폭의 그림’
꽃대궐 방불, 어디서든 인생사진
제주 삼성혈과 전농로 벚꽃 거리
태초 신화 깃든 신비한 풍광 연출
도로 덮은 꽃잎은 눈밭같은 황홀경
하동 십리벚꽃길
벚꽃터널 속 거닐면 낭만 샘솟아
29~30일 특별 웨딩 이벤트 진행
인천 신시모도
섬 사이 달리는 자전거여행 백미
연분홍 춘삼월 감상하기에 제격
예년보다 늦게까지 이어진 한파와 때아닌 춘설에도 벚꽃은 핀다. 최근 산림청이 공개한 ‘2025년 봄철 꽃나무 개화 예측지도’에 따르면, 봄꽃 개화 시기는 3월 중순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을 거쳐 4월 초순 전국으로 퍼질 전망이다.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전국이 평년보다 3~8일 정도 빠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벚꽃이 피는 지역은 제주도로 오는 3월 22일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서울이 4월 1일로 수원 4월 3일, 인천 4월 4일에 비해 다소 앞서 필 것으로 예측했다.
벚꽃은 보통 개화일로부터 약 7일 후에 절정을 이룬다. 이에 따라 제주와 부산 등 남부지역은 3월 말 무렵, 수도권은 4월 둘째 주 즈음 벚꽃이 만개할 예정이다. 다만 벚꽃 개화 시기는 3월 중 기온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상 개화 시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언제든 찾을 수 있는 벚꽃 명소를 알아뒀다가 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아치형 돌다리가 유명한 거창 덕천서원
경상남도 거창, 산골짜기에 위치한 덕천서원은 아는 사람만 아는 벚꽃 명소다. 봄이 오면 서원 고택 마당에 목련이 하얀 수를 놓고 목련꽃이 하나둘 고개를 숙일 때 쯤이면 비로소 벚꽃 잔치가 펼쳐진다.
서원 안 조그마한 호수는 벚나무에 둘러싸인 서원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고, 호수 위로 흩뿌려진 벚꽃잎들과 이따금 꽃 가지 사이로 보이는 작은 정자가 운치를 더한다. 그야말로 꽃대궐을 연상케 하는 봄의 덕천서원에서는 어디서든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찻길과 서원을 잇는 아치형 돌다리가 가장 유명하다. 다리 양옆에서 뻗어 나와 작은 시냇물 위를 뒤덮은 벚꽃 가지가 장관을 이룬다.
덕천서원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용원정 쌀다리는 거창의 또 다른 숨겨진 벚꽃 명소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돌다리 위로 축 늘어진 꽃가지가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월성계곡에서 병곡계곡으로 넘어가는 길에선 다른 지역의 벚꽃이 다 질 무렵 만개하는 수양벚꽃길을 만나볼 수 있다.

고즈넉한 한옥의 멋⋯ 제주 삼성혈
국내에서 꽃나무가 가장 빨리 피어나는 제주에는 유난히 벚꽃 명소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삼성혈은 제주만의 독특한 신화를 품고 있는 도심 속 또 다른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오래된 벚나무와 고즈넉한 한옥이 고색창연한 멋을 풍긴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도 지정된 삼성혈은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三神人)이 처음 나타난 제주도 원주민의 발상지다. 탐라를 창건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삼신이 세 개의 구멍에서 솟아났는데 그 자리가 바로 지금의 삼성혈인 것이다.
유적지 안에 벼슬 품(品)자 모양을 한 세 개의 구멍(지혈)은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이 지혈은 주위가 수백 년 된 고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모든 나뭇가지들이 혈을 향해 경배하는 듯한 자태를 취하고 있다.
벚꽃이 만개할 때면 태초의 신화가 깃든 이곳은 더욱 신비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가지를 낮게 드리우며 하늘을 하얗게 뒤덮은 벚나무들은 마치 성스러운 공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이기도. 사철 푸른 소나무 산책길도 한가로이 거닐기 좋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삼성혈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전농로는 제주 제일의 벚꽃 거리로 통한다. 약 1.2km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수십 년 된 왕벚나무들이 꽃터널을 만든다. 바람이 지나간 후 검은 아스팔트를 뒤덮는 하얀 꽃잎은 춘삼월에 눈밭 같은 황홀경을 자아낸다.
![화개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은 흐드러진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상춘객들이 모여드는 하동의 명소다. [한국관광공사]](https://cdn.kbiznews.co.kr/news/photo/202503/108524_72420_431.jpg)
화개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한 화개장터는 영남과 호남 접경에 위치해 남해안의 수산물과 소금, 호남평야의 곡물, 지리산록의 산채와 목기류들이 교역되던 터전이었다. 하동포구의 발달한 수로를 통해 화개장터로 모여든 물건들은 전국으로 유통됐다.
이 덕에 조선 중엽부터 해방 전까지 번성기를 이루며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해방 이후로 교통과 유통구조가 발달하며 옛 명성은 사라지고 벚꽃만은 봄마다 어김없이 환하게 핀다.
화개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은 흐드러진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상춘객들이 모여드는 하동의 명소다. 화려하게 핀 벚꽃 터널 아래를 거닐면 절로 낭만이 샘솟는다. 로맨틱한 분위기 덕에 전해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두 손 꼭 잡고 혼담을 나누며 이 길을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는 것. 십리벚꽃길이 ‘혼례길’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이름에 걸맞게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제27회 화개장터 벚꽃축제 기간 중 29, 30일 이틀간 십리벚꽃길 차없는거리에선 특별한 웨딩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사연을 보낸 신청자들 중 선정된 14팀은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고화질 보정 사진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부케, 베일, 티아라, 나비넥타이 등을 대여해준다.

자전거 여행으로 유명한 인천 신시모도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인천에 숨겨진 벚꽃 명소가 있다. 신시모도의 이야기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자리한 신시모도는 정확히는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 속한 신도·시도·모도 세 섬을 한꺼번에 지칭하는 이름이다.
섬들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신도를 가면 모도까지 모두 둘러보고 오는 것이 보통이다. 신도 선착장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두 개의 연도교를 지나 제일 끝 섬인 모도에서 시도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다. 여유롭게 둘러보면 두 시간 정도가 걸린다. 아는 이들 사이에선 섬과 섬 사이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봄철이면 신도에서 시도를 잇는 연도교를 중심으로 벚꽃이 만개한 길을 마주할 수 있다. 모도의 해안 도로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한쪽엔 바다가, 다른 한쪽엔 연분홍 벚꽃이 하늘거리는 길을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일은 생각보다 낭만적이다.
전동스쿠터는 신도 선착장 옆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다. 시간당 2만원이지만 여유롭게 섬을 둘러보려면 2시간 이용권(3만5000원)을 추천한다. 전동킥보드, 자전거도 대여 가능하다. 신도에서 삼목선착장으로 가는 마지막 배는 저녁 7시 30분이다.
여유가 된다면 느지막이 구봉산을 들러보자. 저녁 무렵 구봉산에 오르면 인천공항과 인천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해발 178.4m의 구룡산은 한 시간 남짓이면 가볍게 오를 수 있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