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트리의 알전구가 반짝이고, 어딜 들어가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는 12월은 낭만을 찾아 떠나기 좋은 달이다.
한국관광공사는 12월을 맞아 ‘겨울 속 동화마을’을 테마로 다섯 곳의 여행지를 추천한다. 이색 테마로 꾸며진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잊고 살던 동심을 마주하고 환상적인 경치에 사로잡혀 한 해 동안의 묵은 피로를 깨끗이 털어낼 수 있는 곳들이다. 

 

청평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 [한국관광공사]
청평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 [한국관광공사]

 

내 안의 순수와 낭만을 마주하는 곳 - 청평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이탈리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이 계절에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름다운 유럽 마을을 방불케 하는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는 2021년 5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이탈리아 테마파크다.

청평면 소재의 3만3000여㎡ 너른 부지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이곳에선 이탈리아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만나볼 수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탈리아마을 피노키오와다빈치의 주요 테마는 ‘피노키오’와 ‘다빈치’다. ‘피노키오의 모험’을 쓴 작가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를 기리는 콜로디 재단과 정식 제휴를 맺어 피노키오를 주제로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을 상시로 진행한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업적과 행보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 등도 전시하고 있다.

가면상점과 앤티크 전시장, 선물상점이 들어선 ‘제페토 골목’과 로마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석상과 조각이 한데 모인 ‘다빈치 광장’도 흥미롭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베네치아 마을의 야외 정원은 호젓한 산책 장소로 훌륭하고, 피노키오 전망대 및 다빈치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청평호 풍경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12월에는 ‘피노키오&어린왕자 별빛축제’가 펼쳐져 겨우내 반짝반짝 빛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쁘띠프랑스’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꾸민 테마파크로 이탈리아마을의 자매 마을 격이다. 통합요금으로 두 마을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사시사철 한국 정원의 신비로움을 엿볼 수 있는 ‘아침고요수목원’도 함께 들러볼 것을 권한다. 

-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619-1

 

삼척 하이원추추파크. [한국관광공사]
삼척 하이원추추파크. [한국관광공사]

 

스위스 부럽지 않은 이국적인 풍경 - 삼척 하이원추추파크

장쾌하고 다부진 오봉산 줄기를 따라 눈꽃이 환하게 피는 12월. 험준한 산악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스위치백트레인을 타고 바라본 설산은 가히 하얗다 못해 푸르다.

삼척 하이원추추파크는 철도 테마 리조트로,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트레인과 옛 영동선 철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키즈카페와 체험형 실내 동물원, 독채형 리조트 시설을 두루 갖춰 동화 같은 기차 마을 여행지로 꼽힌다. 원래 스위치백트레인은 1963년 첫 개통 이후 2012년 6월 50년의 역사로 마감해야 했지만, 하이원추추파크에서 스위치백 구간을 보존하려 다시 경적을 울렸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힘차게 달리는 스위치백트레인은 추추스테이션부터 흥전삭도마을까지 왕복 16.8km를 110분에 걸쳐 오간다. 그 길 가운데 흥전삭도마을에서 30여 분 정차하는 코스가 있는데, 기찻길 옆 벽화마을, 트릭아트 포토존 등 볼 거리를 제법 갖췄다. 마을회관 부녀회에서 판매하는 잔치국수 한 그릇은 겨울 기차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눈이 오면 북유럽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전경을 뽐내는 네이처빌과 실제 기차를 개조해서 만든 트레인빌은 아늑한 잠자리까지 제공한다. 운탄고도 7길 코스 중 하나에 속하는 하이원추추파크 인근엔 우리나라 탄맥을 품은 통리탄탄파크도 있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미디어아트로 빛을 품게 된 갱도는 ‘기억을 품은 길’에서 시작해 ‘빛을 찾는 길’로 이어지며 탄광의 역사와 미래를 되짚는다. 채탄작업에서 나오는 석탄 폐석을 활용해 예술과 재생을 융합한 도계유리나라, 산림자원을 쉽게 이해하고 목재와 친해지는 공간으로 나무놀이터가 인기인 도계나무나라도 가볼 만하다. 

- 강원 삼척시 도계읍 심포남길 99

 

대전 대동하늘공원. [한국관광공사]
대전 대동하늘공원. [한국관광공사]

 

정겨운 풍경과 낭만의 노을 명소 - 대전 대동하늘공원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십 년 전 오밀조밀 서로 벽을 대서 지은 대동 하늘마을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이 대전에 이르러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하며 지금의 동네를 이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하늘마을에선 추억으로 잊힌 옛 풍경을 볼 수 있다.

흘러간 세월만큼 집들도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지만, 벽화 덕에 마을 분위기는 포근하고 아기자기하다. 골목 곳곳에 그려진 벽화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동천에 사는 수달 캐릭터 하늘이를 시간 루프에서 구해주는 내용으로, 그림만 보는데도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한 편의 동화를 읽은 느낌이다. 마을을 지나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면 연애바위를 볼 수 있다. 좁은 집의 대가족을 피해 사랑을 속삭이던 바위라 해 붙은 이름이다.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의 상징이자 노을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공원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는 노란색 별 모양 조형물과 함께 색색의 수많은 바람개비가 반긴다. 새롭게 바뀐 빨간색 풍차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곳까지 올라온 수고를 모두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뉘엿뉘엿 기운 해가 산 너머로 모습을 감추면 도심 속 빌딩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대동천이 흐르는 소제동은 1900년대 초반, 일제의 철도종업원과 기술자를 위한 관사촌이었다. 이제는 당시 건물을 리모델링한 감각적인 카페와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 카페거리를 이뤘다. 9월에는 대전 빵 축제도 열리는 곳이다. 

- 대전 동구 동대전로110번길 182

 

봉화 분천산타마을. [봉화군]
봉화 분천산타마을. [봉화군]

 

기차 타고 떠나는 크리스마스 여행 - 봉화 분천산타마을

1년 365일, 날마다 크리스마스인 마을이 있다. 멀고 먼 유럽의 이야기가 아닌 경북 봉화군 분천산타마을이 그 주인공. 첩첩산중에 위치한 봉화는 겨울이면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쌓이고 또 쌓이며 설국으로 변신한다.

분천산타마을은 봉화의 간이역 중 한 곳인 분천역에 위치한다. 느릿느릿 기차를 타고 분천역에 내리면 겹겹이 둘러선 산을 배경으로 빨간 지붕의 아담한 역사가 서 있다. 역사 앞 광장은 계절에 아랑곳없이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썰매를 끌며 달려가는 귀여운 루돌프 모형이 제일 먼저 눈에 띄고,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는 흰 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도 보인다. 엽서를 쓰면 크리스마스에 받을 수 있는 산타 우체국도 즐겁다. 오랜만에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여행객들 얼굴마다 잔잔한 미소가 퍼진다. 갖가지 포토존을 비롯해 눈썰매 및 이글루 체험, 루돌프 열차 등을 즐기다 보면 겨울 하루가 짧기만 하다.

분천산타마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백두대간협곡열차인 V-Train을 타보자. 오직 기차로만 갈 수 있는 백두대간의 V자형 협곡 사이를 지난다. 일반 열차보다 더 큰 창으로 협곡의 비경을 감상하는 건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사인 양원역과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역, 때 묻지 않은 오지 풍경을 두 발로 누리는 낙동정맥트레일까지 만날 수 있다. 분천산타마을에서 차로 30분 달리면 닿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6마리의 백두산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다. 산골 오일장인 억지춘양시장은 풍성한 볼거리와 푸짐한 시골 인심이 넘쳐난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에 들러 우리나라의 누정문화를 엿보는 일도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49 분천역

 

정읍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한국관광공사]
정읍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한국관광공사]

 

유럽 어느 도시로의 순간 이동 - 정읍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정읍이라고 정읍사만 떠올릴 까닭은 없다. 유럽마을 엥겔베르그는 이곳이 정녕 정읍인가 하고 되묻게 한다.

김병조 대표가 웰니스관광 휴양촌으로 조성한 유럽마을 엥겔베르그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마을은 크게 실버타운 형태의 일반분양 공간과 유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건물동, 그리고 유로마켓동으로 나뉘는데 일반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유로마켓 1층의 베이커리 카페다. 구석구석을 장식한 앤티크 소품과 가구가 유럽 저택을 방불케 한다.

베이커리 카페는 차와 애프터눈 티 메뉴를 예약제로 운영하고 예약자에 한해 3층 앤티크 라운지를 개방한다. 앤티크 라운지는 한층 전체가 앤티크 가구와 소품으로 가득하다. 도슨트와 함께 약 30분가량 관람할 수 있다. 마을 안에 자리한 오리엔탈 티롤 차 박물관도 볼 만하다. 이양수 향원당 원장이 반세기 넘게 모은 한국, 중국, 일본의 다구와 다기들이 유럽 안의 동양처럼 자리한다.

차 박물관을 나와서는 독일마을을 모티브로 한 건물의 이중경사 지붕, 첨탑 등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마을을 산책하면 좋다.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를 지나 광장을 거닐 때는 잠시 유럽으로 연말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갤러리카페 이오일스페이스는 정읍을 찾는 2030 세대가 손에 꼽는 ‘핫플’이다. 카페 한가운데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작품이 걸려 있고 백남준과 김중만의 작품도 눈에 띈다.

‘걷는 사람’으로 유명한 줄리안 오피(Julian Opie),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 아톰 형상의 오브제로 잘 알려진 허명욱 작가 등의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정읍사화 한국 가요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한국가요촌 달하와 추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정읍쌍화차거리도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 전북 정읍시 충정로 503 (공평동)326

 

글 :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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