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실패 따른 실직 57만명 추산
10년 뒤엔 300만명 넘어설 수도

업력 길수록 재무적 성과 증대
“中企승계특별법 마련 급선무”

상속세 낮추면 투자⋅고용 증가
사전⋅사후요건 개선 발등의 불

가족기업학회가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전환기,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승계 정책 방향’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소희 한국가업승계기업협회장(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송공석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조봉현 기업은행부행장. 김동우 기자
가족기업학회가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전환기,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승계 정책 방향’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소희 한국가업승계기업협회장(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송공석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 조봉현 기업은행부행장. 김동우 기자

 중소기업의 업력이 오래될수록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부가가치액 등 재무적 성과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반면 승계가 불발되면 국가적 손실규모가 약 240조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국회와 정부의 획기적인 법·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년 안에 3만1000곳이 넘는 중소기업이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사)가족기업학회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전환기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승계 정책 방향’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업승계는 ‘제2의 창업’

이날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향’의 발제자로 나선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승계 불발시 폐업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자산총액에 대한 경제적 손실은 약 238조293억원으로 추산했다. 매출액 손실은 137조9652억원, 부가가치액 손실은 34조6376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업 등이 예상되는 총 사업체수는 3만1052개사로 추정했다. 중소기업 대표자의 25.9%가 60대 이상인데, 이 가운데 80세 이상인 사업체수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멸예상 사업체수는 10년 뒤엔 무려 32만5000곳에 달한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는 단순히 중소기업 사업체의 소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 CEO의 승계 작업이 여의치 않게 될수록 결국 회사가 문을 닫아 총 실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게 뻔하다.

김희선 연구위원은 “승계 작업에 실패한 3만1052곳의 사업체가 폐업하면 56만8804명의 피보험자(근로자)가 직장을 잃게 된다”며 “만약 이러한 추세가 현실화된다면 10년뒤 소멸예상 사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자 수는 무려 300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승계지원제도는 세제지원에 국한됐다”고 지적하며 “중소기업 승계문제를 제2의 창업으로 바라보는 획기적인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며 지원 목적에 입각해 고용·경영안정성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마련과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가칭 ‘중소기업의 기업승계 촉진 및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소기업계의 1~2세 경영자들의 승계 작업이 축적된 경영노하우, 기술, 고용 등의 이전을 통한 기업의 존속·일자리 유지를 원활히 하기 위해선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이 ‘경영승계원활화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민법상 유류분 특례 규정을 비롯해 상속·증여세 납세유예 특례조치, 금융지원, 업종별 승계 요건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기업승계 법률 체계로 세계적인 가업승계 공화국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장수기업 탄생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 200년 이상 지속경영하고 있는 기업 수는 3300곳인 반면 한국은 100년 이상 존속기업이 7곳에 그치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기업승계 법·제도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시대변화에 따라 혁신하며 다양한 산업으로의 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속세율 OECD 평균의 2배

한편 이날 ‘가업상속세 감면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발제를 한 파이터치연구원 라정주 원장은 “가업상속세율을 인하하면 고용과 신규투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해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 구성원의 편익을 나타내는 사회후생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라 원장이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실증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그리스는 상속세율을 20%에서 1.2%로 인하한 후 가족기업의 투자가 4.2% 증가했고 독일은 가업 상속세율을 9.5%에서 0%로 인하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73% 증가했다.

기업가치 낮추는 ‘웃픈 현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최대상속세율이 매우 높아 중소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고, OECD 평균(26.6%)의 2배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경영실적을 잘 내면 오히려 상속에서 불이익을 보는 매우 기이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기업들은 승계를 앞두고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가치를 오히려 낮게 유지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라 원장은 “가업상속세율을 50% 감면하면 자본을 자식에게 더 많이 물려줄 수 있어 한계효용이 증가한다”면서 “기업이 더 물려주기 위해 투자를 늘리게 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생산,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쇄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사전 및 사후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현행 가업상속세율을 과세표준 전 구간에 걸쳐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나카귀금속그룹 : 1885년 창업한 다나카귀금속그룹은 순금 세선(가는 선을 뽑는 작업)으로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일본기업이다. 1세대 창업자는 전당포에서 시작해 부품(배금선) 개발로 전환했다. 이어 2세대는 산업용 수요를 개발해 통신 및 전자교환기 부품(금극 세선)을 확대했다.

이어 3세대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전반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초정밀 금극세선으로 한번도 혁신한다. 이어 4세대 경영자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재 바이오, 태양에너지 염료 등의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아낌없는 육성지원과 끊임없는 기업혁신이 결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승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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