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기술탈취… 대기업의 거래불공정
피해 본 스타트업 5개사 기자회견 열고 대책 호소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지난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혁신룸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 나서 롯데헬스케어와의 분쟁 상황과 피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지난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혁신룸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 나서 롯데헬스케어와의 분쟁 상황과 피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로 피해기업 대표님들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립니다. 제도가 이런 부분은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탈취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무장해제나 다름없고 비즈니스 활동 모두를 빼앗는 행위입니다.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법적 문제만 없으면 (기술·아이디어 탈취는) 언제든 괜찮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헬스케어부터 목장관리 플랫폼 스타트업까지 대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를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형사처벌 규정 신설 등 아이디어·기술 보호 관련 법·제도개선을 서둘러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중소기업중항회 혁신룸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스타트업 5개사의 대표가 직접 나서 일부 약탈적 대기업과의 분쟁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호소했다.

알고케어, 롯데헬스케어와 팽팽히 대립

프링커코리아, LG생건과  타투프린터 다툼

키우소, 농협에 목장앱 개발중단 촉구

닥터다이어리, 카카오 유사서비스 출시 비판

팍스모네, 신한카드 도 넘은 갑질 맹비난

부정경쟁방지법 ‘허점 투성이’

스타트업 5개사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기반 개인맞춤 영양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알고케어’를 비롯해 △템포러리 타투 디바이스 ‘프링커’를 상용화한 ‘프링커코리아’ △목장관리 플랫폼 키우소를 출시한 청년 스타트업 ‘키우소’ △연속혈당측정기(CGM)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닥터다이어리’ △신용카드 회원 간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핀테크 기술을 구상해 특허를 등록한 ‘팍스모네’ 등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은 아이디어 탈취 금지를 위해 특허청이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입증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했다.

우선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기술 탈취 의혹을 두고 현재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 방지법이 신설됐지만 지금까지 인정된 사례가 10건이 안 된다”며 “증거는 가해 대기업에 있는데 이를 피해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이 부정경쟁방지법의 허점인 ‘아이디어와 성과물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해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도둑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실제 2018년 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신고는 109건이었고, 시정권고가 내려진 경우는 고작 6건에 불과했다.

이에 경청에서 활동 중인 박희경 변호사는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주장했다. 그는 “자판기 같은 유료 설비를 부정 사용할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규정이 있는데, 과연 아이디어 침해가 이보다 경미한지 의문”이라며 “현행 시정권고를 넘어 시정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생건 ‘임프린투’는 미투제품

또 다른 피해 중소기업인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과 타투 프린터 아이디어를 놓고 분쟁 중이다. 프링커코리아 측은 지난 2018년 프링커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LG생활건강은 올해 MWC에서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선보였다.”면서 확실한 미투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는 LG생활건강이 2019년 6월 프링커코리아와 NDA 체결 후 프링커 제품을 구매하고 공동사업을 논의했으나 무산된 전례에 있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이 윤리 규범에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 임직원의 기본윤리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다고 밝혔음에도 협업을 미끼로 기술 정보와 제품을 확보하는 방법이 윤리 규범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농협경제지주와 대치 중이다. 방 대표는 2020년 축산 관리 앱 ‘키우소’를 개발했다. 개발과정 중 2020년 12월 농협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 협력 제의를 받아 설명회도 한 바 있다. 방 대표는 “6개월 후 농협경제지주에서 만든 NH하나로 목장 앱은 키우소와 유사도가 75%에 달했다”고 아이디어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을 농협 조합원이라고 밝힌 방 대표는 “농협은 조합원이 개발하고 자신들이 주최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 받은 서비스를 아무렇지 않게 베꼈다”며 “거짓 주장을 멈추고 정당하게 협의 절차, 앱 개발을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실효성 올려야

카카오헬스케어와 분쟁 과정에 있는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중소기업이 개척한 시장을 대기업이 들어와 영업에 큰 피해를 주는 행태를 꼬집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브레인과 NDA(기밀유지협약) 체결후 2년간 혈당 관리 플랫폼에 대한 자료를 넘겨줬는데, 갑자기 카카오헬스케어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게 송 대표의 주장이다.

송제윤 대표는 “IT 기업이 영업 기밀을 탈취한 후 시장을 진입한다면 스타트업들은 향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성숙하기를 기다렸다가 부당한 방법으로 가로채는 행위는 갑의 횡포”라고 역설했다.

팍스모네는 신한카드의 특허 침해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10억원, 기회손실·영업피해와 같은 간접피해 규모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손해배상 금액 산정 기준 현실화와 적극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와 자원을 이용해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 스타트업의 혁신 노력을 고사시키려는 행태는 개별기업에 대한 ‘갑질’을 넘어 사회적 혁신 제도인 특허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호소했다.

한편 재단법인 경청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 침해 발생 시 상설 범부처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기술침해 사건이 일어나면 분쟁 당사자 양측이 확보한 증거를 함께 공개하는 미국식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개시)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 이권진·김방환 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