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KBIZ중소기업연구소 과장)
김은하(KBIZ중소기업연구소 과장)

어제와 별 다를 거 없는 또 한 번의 오늘 일 뿐인데 11일라는 날짜가 주는 힘이 있다. 설렘과 흥분이 있다. 그런데 이번 경자년의 경제면을 펼치는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싶은데 기댈 곳이 없는 심정이다.

지난 연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94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결과, 올해 경기전망지수는 2014년 조사 이래 최저치인 81.3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100을 넘지 않았다는 것은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의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한국은 2017년 기준 무역의존도가 37.5%G20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장기화 여파로 지난 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했다고 한다.

지난 121단계 미중 무역 합의는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했지만 완전한 해결까지는 요원하다. 트럼프는 유럽을 상대로 또 다른 선전포고를 해둔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의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에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에 광공업생산도 따라 감소하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하락했다. 서비스업생산 증가세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건설·설비투자 전반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수요 부진과 투자 감소는 기업의 고용을 줄이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일어난다.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도 사상 처음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는 이제 뉴노멀이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은 2.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자 정부 재정 확대 효과일 뿐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있다. 생산성 제고가 뒷받침 돼야 경제의 기초 체력 격인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빠른 고령화와 노동시간 규제라는 제약 속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 세제 효율화, R&D, 교육 혁신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지향하는 구조혁신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이 가능해진다.

특히 규제 일변도의 산업정책을 풀어 혁신과 4차 산업혁명과 전통 제조업과의 융합이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생산과 일자리의 근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중소기업 경기 전망 및 실적 지수 얘기로 돌아가보자. 2002년 이후 매달 조사된 이 수치는 100을 넘긴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중소제조업의 기대치가 실적치보다 낮았던 적은 단 한차례 밖에 없었다.

늘 긍정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읽고 싶은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일본 수출 규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술 강국을 위한 발판을 함께 마련해가는 계기로 삼았다.

중소기업계는 금년 경영환경을 암중모색이라 전망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듯이, 막막함을 뚫고 지나갈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어둠 속 그 손을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의 요란한 숫자놀음에도 묵묵히 일하시는 이 땅의 중소기업을 응원한다. 새삼스럽지만, 오늘은 11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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