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땐 중소제조⋅상인 불이익 우려
유럽연합, 디지털 시장법으로 규제
자율규제 모두 실패, 신속 입법이 답

정세은(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 위기가 공식적으로 종식됐음에도 중소상인과 중소제조업체는 부채 증가, 소비 부진,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이들이 당면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이 있지만 코로나19 위기 전후로 심각해진 문제는 바로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다.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는 MZ세대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급여가 높고 근무 환경도 좋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가리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적이라고 하는 이 기업들의 경영 방식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상인과 중소제조업체에게는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한다. 이 플랫폼이 주는 이점은 크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오프라인 거래에 비해 손쉽게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등 더욱 만족스러운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에 어두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떠날 수 없게 될 정도로 플랫폼이 커지게 됐을 때 플랫폼 사업자가 과도한 비용을 부과하거나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등 자신의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해 이용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기업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학도 그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그러한 행위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그 기업이 독점기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이 과도한 거래조건을 내세울 때 소비자들이 쉽게 다른 기업을 찾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 과도한 조건을 내미는데 소비자들이 그 기업을 떠나지 못한다면 그 시장은 독점시장인 것이고 그 기업은 독점기업인 것이다. 소비자는 그 독점기업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소비자의 이익은 크게 침해되고 독점기업과 소비자로 이뤄진 국가의 전체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어떤 기업이 독점기업인 경우, 정부가 개입해 그 기업의 독점력을 규제해 주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각국이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 체제를 가지고 있는 이유다.

유럽연합은 지난 7일 디지털시장법(DMA·Digital Markets Act)을 시행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법은 온라인 플랫폼 부문에서 독과점을 행사하는 기업을 지정하고 이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다.

이 법의 시행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기업들의 과도한 독점력 남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앱개발사에 인앱결제를 강요하고 최고 30%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던 애플도 최근 유럽에서는 수수료를 낮추고 대체결제 사용을 허용하는 변화를 보였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으로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과 같이 독과점 대기업을 지정해 이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으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성,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용사업자들의 거래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의 자율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법 제정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21대 남은 기간이든, 22대 국회가 성립된 직후든 가능한 한 신속하게 법이 제정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