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 경계 필요
약속⋅봉사 혼동하는 정치인에 경종
지역 헌신할 참일꾼에 한표 행사를

김광훈(칼럼니스트)
김광훈(칼럼니스트)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변화하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것들이 많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필자는 태평양 연안의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동네 샌마테오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전 직장의 영업전담 자회사가 그곳에 있어서였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이 지명이 소환된 것은 얼마 전 읽은 어느 신문 기사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로 그 생애와 업적이 재조명된 한국의 어느 저명 정치인에게, 70여년 전 한 젊은 여성이 그 지역의 유력 일간지를 통해 “명예로운 공존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공존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상생할 수 있느냐 하는 당시로서는 많은 사람이 가진 질문이었다.

이 노정치인은 ‘과도한 희망과 근거 없는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조언은 ‘약속’과 ‘헌신’을 혼동하는 지금의 정치인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듯싶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세계에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실제로는 중세 봉건주의를 지향하면서 민주주의를 참칭하는 세력과의 싸움이 다시 맹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봉건주의란 특권계층이 법 위에 군림하고 일반 대중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신분이 세습돼 경제적 이익을 사실상 독점하는 정치체제가 아닌가. 물론 참정권이 없고 있어도 형식적일 뿐이다. 다시는 돌아가서는 안 될 정치체제지만,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놀란다.

분명 고객의 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분야는 아직 남아 있다. 갑질은 당연히 근절돼야 하지만, 수퍼을도 혁파돼야 한다. 물론 네덜란드의 어느 반도체 장비 회사처럼 장비 퍼포먼스가 워낙 뛰어난 경우라면 예외가 허용될 수 있다. 장비가 품질이고 품질은 수율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피나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일 수 있다.

필자가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부서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사무보조 여직원들이 있었다. 그 후 얼마 안 돼 사무 자동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부서당 한 명 정도로 대폭 줄었다. 과장도 실무를 하고 있으며 이제는 부장도 플레이어-코치가 된 지 오래다.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장비인 와이어 본더를 “이웃 M사는 한 명의 작업자가 5대를 관리한다”며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회장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10여 년이 지난 후엔 한 명의 작업자가 30대 넘는 와이어 본더를 관리하는 것이 어느 회사든 뉴노멀이 됐다.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다.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을 9명까지 둘 수 있다고 한다. 시대에 역행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첨단 기술이 경쟁국에 줄줄 새고 있는데 ‘스파이’ 죄는 적성국인 북한에만 해당된다고 하니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징벌적 상속세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 때문에 국부가 유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에 매년 몇 달씩 머물다 온다는 어느 중소기업인도 은퇴 대비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것 말고도 중소기업과 관련해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는 차고도 넘칠 것이다. 쉽게 돈 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민이 생업에 전념하면서 어렵게 갹출한 세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쉬운 방식 말고 창발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는다면 10대 부국을 넘나드는데 크게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단발적인 약속으로 원하는 자리만 꿰차는 대표를 뽑을지 아니면 그들의 지역을 대표하는 진정으로 헌신하는 참된 일꾼을 선발할 수 있을지 우리의 역량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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