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점령하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저항한 월가의 시위 구호다. 

당시 한국경제도 대기업 중심으로 압축성장했지만, 그 과실이 중소기업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 간 매출·임금 등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확대됐다. 시장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동반성장 정책이 추진되게 된 배경이다. 

정부는 2010년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상생을 유도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했고, 동반위는 이듬해 2011년부터 ‘동반성장지수’를 산정·공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기업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참여기업도 5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11개 업종 244개 기업이 참여해, 제조업과 유통분야를 중심으로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인가에 의해 설립돼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금융기관과 고객인 중소기업 간의 상생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5%대를 넘어섰고, 대출잔액도 1000조원을 돌파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이자수익을 통해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인 21.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비판했다. 고금리로 기업은 ‘초상집’인데 은행만 ‘소문난 잔칫집’인 것이다. 

그 결과 은행은 금리인하, 원금상환 지원 등 상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 상생금융 이용률은 12.3%로 저조하다. 코끼리 비스킷식 상생제도를 중소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은 우량기업 대출, 담보대출 등으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방식으로 위험은 최소화했다. 이런 영업방식으로 은행 총 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은 90%에 달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처럼, 은행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이 필요하다. 이자감면 등 금융부담을 경감하는 ‘포용금융’, 장기대출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성장금융’, 기술대출로 혁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혁신금융’, 세 가지로 나눠 평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 기존 은행평가와의 중복 등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생금융은 보수적 영업방식의 전환, 기업평가기법 고도화를 유도해 은행의 선진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상생금융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한다면 은행도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얻을 것이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은행의 상생노력을 측정해 지수로 관리한다면, 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상생금융의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해 은행과 고객인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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