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혼다와 닛산은 EV 차량 개발과 관련한 포괄적 협업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 15일 혼다와 닛산은 EV 차량 개발과 관련한 포괄적 협업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본 2·3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전기차(EV) 분야에서 협력해 도요타자동차 독주에 맞서고 글로벌 EV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혼다와 닛산은 EV 차량 개발과 관련한 포괄적 협업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EV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차량에 탑재하는 SW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협력을 두고 ‘도요타 1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동차 업계는 중국과 미국, 유럽 업체보다 EV 전환이 늦었다”며 “일본 2·3위 업체의 협력 추진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난다고 하는 자동차 산업 구조 전환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혼다와 협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통념에 얽매이면 경쟁할 수 없다"며 "신흥 세력 등이 참여하면서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가 달라졌다. 개별 기업이 전동화와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도 "가솔린 차량을 생산하면서 확보한 강점으로는 향후 EV 경쟁에서 싸울 수 없다"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점이며 (두 회사의 협력은) 생산 효율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두 회사는 기술 협력에서 더 나아가 자본 관계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2019년 말경, 일본 정부가 닛산자동차와 혼다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일본 EV 판매량은 약 8만8500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 2% 수준이다. 일본 시장 특성상 EV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차량 무게에 따라 세금이 가중되는 ‘중량세’ 때문이다. 배터리 등으로 상대적으로 무거운 점이 불리하다. 대부분 도로 폭 평균이 3.9m이며 차고지 증명제로 외부 주차장 이용 비율이 높아 경차·소형차 등이 인기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 산업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5월부터 EV 전용 충전기 보조금 지급액을 늘릴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충전기를 현재 10배인 30만개로 늘릴 예정이다.

혼다와 닛산 협력이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는 현대차 전략에 줄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일본 완성차 시장 판매 철수를 결정했다가 지난 2022년 5월 재진출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재진출 이후 같은 해 9월 완성차 147대를 판매했다. 이후 지난해 6월 30대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2월 111대를 기록해 상승세에 올랐다.

현대차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일렉트릭과 고성능 EV 아이오닉 5에 이어 경형 SUV 캐스퍼 EV를 내년 초 일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상용차 분야에서는 올해 가을 일본 시장에 EV 버스 ‘일렉시티 타운’을 선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EV와 자율주행차 등에 대한 막대한 지출 부담을 덜고자 합병이나 제휴를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가 비용 절감을 위한 글로벌 동맹을 결성했으며 푸조 브랜드의 PSA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지난해 말 합병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복잡한 셈법이 오가는 가운데, 두 회사의 협업이 우리 완성차 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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