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핵심인재, 조직에 부정적 영향
실패책임 남탓 돌리는 관리자도 문제
직원 딴짓, 혁신과 연결하는 지혜 필요

배태준(한양대 창업융합학과 교수)
배태준(한양대 창업융합학과 교수)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 이후 불거진 ‘탁구 게이트’로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요르단과의 준결승 전날 어린 선수들이 저녁 식사 후 탁구를 쳤고, 이를 저지하는 주장 손흥민 선수에게 이강인 선수가 덤벼들어 그 과정에서 손흥민 선수는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한국은 준결승에서 졌고, 이 뒷얘기가 폭로된 후 국민들은 경악했다. 비록 축구는 아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중소기업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이번 사태는 내부 분열이 있는 조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보여줬다. 우리 회사도 심각한 분열이 없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회사도 구성원들이 같이 협력해 외부 경쟁자와 대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 총질’이 많다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미국 직장인 2만3000명을 조사한 해리스 설문조사를 인용, 회사를 축구에 비유해 11명 중 9명이 상대편보다는 본인 팀 내부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을 통해 스타 플레이어가 때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에 주목했으면 한다. 이강인 선수는 프랑스 명문 PSG에 입단하면서 세계적 선수로 거듭난, 명실공히 스타 플레이어다. 기업으로 따지면 초특급 핵심 인재인 셈이다.

핵심 인재의 존재는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지만, 그가 협력에 인색하다면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1973년부터 2003년까지 456개 미국 바이오테크 회사를 대상으로 연구를 해봤더니, 스타 플레이어는 회사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만 협력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의 혁신 활동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음으로 관리자의 이익이 조직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진 않다는 점도 드러났다. 팀 내 다툼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방관했다. 문제가 커지자 준결승 패배의 원인을 선수들의 다툼 탓으로 돌린 채 남 얘기하듯 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끝내 경질됐다. 경질된 마당에도 80여억의 위약금을 챙겨 떠났다. 학자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관리자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대리인 이론’이라는 주제로 연구해왔다.

그 결과 체계적 지배구조를 통한 해결책들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결과 중심의 계약, 주인에게 보고하는 강한 정보 체계, 스톡옵션을 통한 주인의식 고취, 확실한 보상, 외부인을 포함한 이사진을 통한 감시 등 여러 장치들이 입증돼 있다.

마지막으로 ‘딴짓’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했으면 한다. 대표팀 파행의 발단은 준결승을 앞두고 ‘탁구’라는 딴짓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5%가 업무 중 딴짓을 한 경험이 있으며 하루 평균 1시간10분이나 딴짓을 한다고 밝혔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다. 하지만 감시한다고 성과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처럼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구글이나 3M처럼 직원들의 딴짓을 혁신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구글은 20%의 시간을 현재 일과 관계없는 활동에 쓰도록 권장하고, 3M은 15%의 시간을 자신이 스스로 정한 분야에 할당하도록 하고 있다.

축구팀의 내홍(內訌)을 기업활동에 대비해 바라봤다. 모쪼록 갈등을 봉합하고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더욱 단단한 대표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현실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도 보다 굳건하게 성장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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