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 가중, 한계기업 급증 가능성
건전성엔 공감⋯다양한 中企지원 필요
기업은행, 유망 中企에 특례대출 지원

올해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기업 대출 위주의 성장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가 5.34%를 기록하며 최근 11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 2012년 5.66%였던 이후 10년간 5%를 밑돌았다. 지난 2013년 4.92%에서 2014년 4.6%, 2015년 3.87%, 2016년 3.69%로 점차 떨어지다가 2017년과 2018년 각각 3.71%, 3.88%로 소폭 상승하더니 2019년부터 다시 3.67%로 하락했다.

이후 코로나 여파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되며 2020년 2.97%, 2021년 2.98% 등 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2022년 긴축 기조 시행과 함께 4.44%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해는 무려 5.34%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5%대로 다시 올라섰다.

현재 중소기업은 금리가 급격히 오른 데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61.1%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0배 이상 커졌다. 2022년의 경우에도 28.7%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소기업 은행 대출 잔액은 99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같은 해 11월 말 1003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지만 연말 대출 상환 등으로 소폭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다시 1월 말 기준 1001조4000억원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중소기업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데 있다. 여기에 전문가들 역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시장의 기대보다 늦은 하반기로 예상한다는 점은 고금리 부담이 누적되며 한계 상황에 몰리는 중소기업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계 중소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기 어려운 기업을 뜻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연 ‘2024년 경제전망과 중소기업 이슈’ 세미나에서 최세경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시나리오별로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17.2%에서 올해 18.0에서 최대 20.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당시 최 센터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통화 유동성 축소를 위한 고금리 정책과 경기둔화 영향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실을 억제하면서 만성적 한계 중소기업의 퇴출을 유도하는 디레버리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중소기업의 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에도 주요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겠다는 성장 전략을 내세웠음에도, 사실상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등 우량 대출 비중만을 늘렸다.

실제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지난 2022년 727.3조원에서 2023년 785.2조원으로 8.0%로 나타났는데,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584조원에서 610.5조원으로 4.5% 증가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 등(공공·기타 포함)의 대출은 143.3조원에서 174.7조원으로 21.9% 증가했다.

올해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기업 대출 위주의 성장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이 0.38%로 전년 동월 말(0.25%) 대비 0.13%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대기업대출 연체율(0.12%)은 전년 동월 말(0.05%) 대비 0.07%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8%)은 전년 동월 말(0.32%) 대비 0.16%포인트나 상승한 데 기인한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영업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라도 국내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 화답하듯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에 고심하고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IBK기업은행은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총 1조원 규모의 ‘성장유망 중소기업 금융지원 특례 프로그램’을 내놨다.

지원대상은 △혁신가치 보유기업(혁신품목 영위기업, 기술력 우수기업 등) △산업가치 보유기업(소재·부품·장비 산업기업, 뿌리산업 육성기업 등) △사회가치 보유기업(ESG 우수기업, 신규 설비투자 기업) △성장가치 보유기업(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한국강소기업협회 인증 강소기업 등) 등 미래성장 유망 중소기업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1.5%포인트의 대출금리를 감면해 저리의 자금을 공급하고 시설자금대출 관련 심사 기준을 완화해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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