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급물살에도 24년 전 제도 고수
세금 감당못해 경영권 매각 등도 고려
상속세 없앤 싱가포르 사례 참고할 만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일본 기업이 2519곳에 달한다는 현지 언론 기사가 최근 나왔다. 한국에서 100년 이상된 기업은 불과 14곳. 기업 영속이 어려웠던 수많은 이유가 있었음에도 단연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혔던 건 바로 상속세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게 상속세는 ‘공포’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높은 세율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은 2위다. 만약 물려받기 위한 이가 정상적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게 되면, 경영권 승계는 고사하고 기업의 영속조차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 혹시나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10%)까지 더해진다면, 상속세는 60%가 된다.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인 셈이다. 심지어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에 부담을 크게 느낀 국내 기업인과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로 떠나는 사례도 있다. 절세가 목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상속세 부담을 느끼는 부자들을 끌어들이고자 2008년 상속·증여세를 없앴다. 양도세와 배당세도 없다. 법인세와 소득세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과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싱가포르로 이주하거나, 싱가포르에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한국인 부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다시 일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부의 가업을 승계하는 전통 존중 태도와 이를 받치는 제도적 지원이다. 일본은 장남이 가업과 유산을 상속·승계하는 것을 의무화한 가독상속 제도를 이어가고 있다. 장남이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감면해 주는 것이다.

가업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파격적인 특례사업승계제도도 2018년 도입됐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에도 여전히 24년 케케묵은 징벌적 상속세제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높은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파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가 상속세에 대한 견해를 좀 더 넓히고 상속 관련 지원 제도를 손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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