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간 생성AI 패권다툼 점입가경
오픈AI -엔비디아가 트렌드 양대산맥

엔비디아, AI 반도체시장 90%대 장악
TSMC와 손잡고 대중 수출 확대 모색

샘 올트만, 엔비디아 의존 탈피 잰걸음
TSMC 맞설 최적 파트너로 삼전 낙점

올트만 기술 + 삼전 인프라 환상궁합
운영비 최소화, 저비용·고효율 ‘윈윈’

샘 올트만 오픈AI CEO
샘 올트만 오픈AI CEO

샘 올트만이 맨 먼저 찾은 곳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였다. 지난 1월 26일 방한한 샘 올트만 오픈AI CEO는 입국하자마자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과 만났다. 곧바로 평택 캠퍼스로 직행했다. 지난 2022년 5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번째 일정으로 찾았던 곳도 평택이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다. 축구장 400개 크기의 부지에 3개의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3라인을 만드는데만 에펠탑 29개 분량의 철근이 소요됐다. 무엇보다 2라인과 3라인은 메모리 반도체와 낸드 플래시에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복합 공장이다. 삼성전자 클린룸의 청정도는 클래스 1000 수준이다. 축구장 하나에 개미 한 마리 정도가 있는 수준이다.

 

연초부터 삼성 평택공장 방문

이미 생산 4라인 터파기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클린룸부터 만들고 생산 물량을 늘리는 쉘 퍼스트 전략을 쓴다. 한 마디로 일단 공장부터 짓고 보는 밀어붙이기다.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당초 샘 올트만은 6시간만 한국에 머물 계획이었다. 평택 공장 방문으로 19시간까지 일정이 늘어났다. 시작은 경계현 사장과 만났다. 마무리 역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의 만찬이었다. 샘 올트만이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6월에도 방한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시가 이번보다 화제성이 더 컸다. 오픈AI가 챗GPT로 돌풍을 일으킨 게 2022년 11월이었다. 전 세계에 생성AI 열풍을 일으켰다. 오픈AI의 수장인 샘 올트만은 일론 머스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IT 스타로 떠올랐다.

그래서 첫 방한은 홍보투어에 가까웠다. 한국 시장에 자신을 알리고 오픈AI를 알리고 챗GPT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자리였다. 일정부터가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한국 스타트업들과 간담회를 갖는 식이었다. 정부 외교 형식과 비교하면 국빈 방문에 가까웠다.

이번엔 실무 방문이었다. 언론과의 접촉이나 보여주기식 행사는 일체 없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신속하게 실용적으로 필요한 사람들과 필요한 장소에서 밀도 높은 만남을 이어갔다. 사실 국빈 방문보단 실무 방문이 샘 올트만의 업무 스타일에 어울린다. 샘 올트만은 극도의 효율성과 극한의 속도를 추구하는 CEO로 유명하다.

샘 올트만과 일해본 동료들은 그의 흡사 인공지능과 같은 업무 처리 속도와 방식에 놀란다. 긴 글을 짧게 핵심만 요약해주는 챗GPT의 특징적 기능은 어떤 면에선 샘 올트만의 캐릭터와 닮아 있다. 챗GPT는 챗GPT의 아버지와 닮은 꼴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방한에서 샘 올트만이 집중한 핵심은 AI 반도체였다.

사실 지금 현재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업체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있는 글로벌 CEO는 샘 올트만만이 아니다. 샘 올트만이 유럽 다보스 포럼을 거쳐 한국 평택 캠퍼스를 찾고 있던 같은 시간대에 또 한 사람의 AI 리더는 대만에 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였다. 젠슨 황은 대만 타이난 출신이다. 타이난은 이번에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라이칭더 차기 총통이 입법의원과 시장으로 20년 가까이 활동한 지역이다. TSMC의 초미세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대만의 평택 캠퍼스다.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은 자타공인 반도체 행정 전문가다.

오픈AI와 엔비디아는 생성AI라는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양대 산맥이다. 오픈AI는 초거대언어모델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한다면 엔비디아는 초고성능 AI 반도체로 하드웨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적으론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오픈AI의 챗GPT가 있어야 엔비디아 반도체의 수요가 생긴다. 엔비디아의 GPU 반도체가 있어야 오픈AI가 GPT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사업적으론 사실 재주는 오픈AI가 넘고 돈은 엔비디아가 버는 구조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 구조다. 특히 엔비디아가 병렬 연산에 특화된 GPU를 기반으로 설계한 AI 가속기인 H100은 대당 4000만원이 넘어간다. 그걸 지금 주문해도 1년이 넘게 걸린다. 사실상 AI 기술 개발의 속도를 엔비디아가 좌지우지하는 구조다.

 

AI반도체 확보가 핵심 경쟁력

사실 샘 올트만은 오픈AI의 대주주가 아니다. 2015년 창업 당시부터 비영리재단으로 회사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9년 MS한테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MS 역시 오픈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이다. 역시 그렇게 구조를 짰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쿠데타가 일어날 만큼 갈등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생성AI 개발 진영은 인류 공동 이익을 위해 스스로의 상업적 이익을 제한해 왔다.

반면 엔비디아를 비롯한 생성AI 반도체 진영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수익을 거두면서 동시에 사실상 산업의 주도권까지 가져가고 있다. 오픈AI는 2024년 올해 GPT-4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관건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오픈AI가 애써 열어낸 생성AI시장의 주도권을 엔비디아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모든 싸움은 AI 반도체로 모여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1월 25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웨이저자 TSMC CEO와 만났다. 이 자리에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도 있었다. TSMC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위탁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그 자리에서 젠슨 황은 “2024년에 AI분야에서 가장 큰 과제는 AI반도체의 처리 용량 확장”이라고 밝혔다.

 

샘 올트만 오픈AI CEO
샘 올트만 오픈AI CEO

TSMC, 엔비디아 반도체 독점 생산

엔비디아는 현재 AI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오픈AI 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메타의 거의 모든 초거대언어모델 생성AI들이 모두 엔비디아의 GPU에 기반해서 설계됐다. 기술 표준인 것이다. 젠슨 황으로서는 현재 엔비디아의 기술 표준과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독점 생산하는 TSMC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젠슨 황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젠슨 황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결국엔 중국의 반도체 자립만 앞당길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엔비디아의 핵심 이익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수 시장을 화웨이한테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젠슨 황은 대만을 방문하기 적전에 4년 만에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

미국은 2024년 11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다. 만일 바이든 대신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엔비디아의 대중 반도체 수출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바이든처럼 트럼프 역시 대중 압박을 원한다. 대신 바이든처럼 반도체 수출을 틀어막기보단 반도체가 필요하면 더 높은 관세를 받아들이라고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한텐 모든 게 협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가격일 뿐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미국의 규제 레벨 안에서 대중 수출용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물론 파운드리는 TSMC다. 트럼프 변수에 따라선 더 고성능 반도체로 수출이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다. 이럴 경우 중국 역시 미국만큼이나 대만을 경제전략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생성AI 반도체 시대엔 무리한 하나의 중국보단 지금의 중국이 더 중국경제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샘 올트만의 목표는 엔비디아 의존도에서 탈피한 AI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건 결국 중국과 대만 그리고 엔비디아와 TSMC로 이어지는 반도체 공급망의 대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샘 올트만은 최근 워싱턴 의회 관계자들과 새로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는 IRA법으로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공장을 억지로 미국 안에 짓게 만들었다. 반도체야말로 미국의 핵심 이익이기 때문이다. 샘 올트만을 통해 워싱턴은 미국의 진짜 핵심 이익은 AI 반도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 역시 초거대언어모델처럼 초거대 장치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샘 올트만은 오픈AI가 자체적인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보다는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1위와 2위 파운드리 업체들과 함께 반도체 동맹을 맺는 쪽을 선호한다.

 

구글·메타·MS도 시장가세 저울질

그런데 TSMC는 엔비디아와 이미 밀착돼 있다. 오픈AI가 TSMC와 직거래를 하는 건 엔비디아한텐 불편한 일이다. 오픈AI가 엔비디아의 GPU AI 가속기를 능가하는 제품을 생산해버리면 오픈AI와 엔비디아는 더 이상 재주 넘는 곰과 돈 버는 왕서방이 아니다. 미래의 라이벌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구글과 메타와 MS와 오픈AI가 모두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엔비디아가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잃는 순간 모두가 떠날 것이다. 결국 오픈AI와 엔비디아는 장기적으론 상호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오픈AI한테도 구글이나 MS한테도 없는 게 있다. TSMC의 대체재가 돼줄 글로벌 파운드리다. 당연히 2위 삼성전자가 대안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대만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과는 별개의 미국과 한국의 직거래 AI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샘 올트만은 19시간의 일정에서 처음과 끝을 삼성전자와 함께 했다. 경계현 DS 부문 사장과 만나서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게 첫 일정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만찬을 함께 한 것도 삼성전자 최고경영진들이었다. 샘 올트만은 지난 1월 17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성AI 발전의 최대 장애물은 AI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삼성전자측과의 핵심 의제가 이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샘 올트만이 기술과 비전을 갖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인프라와 경험을 갖고 있다.

오픈AI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AI반도체를 개발한다면 현재 운용 비용을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챗GPT의 하루 운용 비용은 하루 10억 원에 달한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서버 비용과 전력 비용이 핵심이다. 결국 저비용 고효율의 AI반도체를 자력으로 확보하는 것이 기업으로서의 오픈AI 성장의 선결 조건인 것이다.

샘 올트만은 이미 GPTs를 선보이면서 앱스토어와 같은 오픈AI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샘 올트만은 주도권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20세 때인 2005년 첫 스타트업으로 루프트를 창업했을 때부터 그랬다. 스탠퍼드 동창생인 연인 닉 시보와 함께 기획자와 개발자로서 창업했지만 루프트의 주도권은 언제나 샘 올트만한테 있었다. 두 사람은 2012년 루프트를 매각하면서 헤어진다.

2015년 일론 머스크와 반 구글 동맹을 명분으로 오픈AI를 공동창업했지만 결국 주도권 다툼으로 결별했다. 2023년 11월 삼일천하로 끝난 오픈AI 최고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의 쿠데타 역시 샘 올트만과의 주도권 싸움이 본질이었다. 그래서 생성AI 생태계의 주도권이 달린 AI반도체는 샘 올트만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전장이다. AI반도체 전쟁이 시작됐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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