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치 리스크 정점에 이를듯
중소기업의 공격적 대응책은 도박
혁신성장보다 내실성장 방점 찍길

2023년 경제성장률은 1.3~1.4%로 추정된다. 2022년 12월엔 2.3%로 전망됐지만, 계속 하강해 1%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2024년도 성장률은 2.1~2.2%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 년 후에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그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전문가 대다수는 우리나라가 장기간 1~2%대의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한 주요 요인으로는 국내외 정치경제 리스크를 꼽는다.

우리 중소기업들을 괴롭혀온 원자재 가격 상승, 소·부·장 공급망 교란, 수출시장 규제 등은 강대국 간의 대립과 갈등이 표출된 결과다. 국제 정치 리스크가 응축돼 임계점을 넘어가면 무력충돌로 확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예에 속한다. 앞으로 가능성은 작지만 가장 파괴력이 큰 충돌은 중국의 대만침공이다.

국제 정치 리스크가 기업의 ‘조달-생산-수출’ 등의 가치사슬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면 국내 정치 리스크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지난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대표적 예이다.

사용자의 범위와 책임을 강화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당시 방통위원장 탄핵 건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다투는 틈에 예기치 않게 국회를 통과했다. 다행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늘어날 것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할 수밖에 없는 강경 법안들을 계속 던져 정권에 흠집을 내고자 할 것이다.

국내외 정치 리스크는 2024년 선거의 해를 맞이해 정점에 이를 것이다. 2024년에 미국, 러시아, 인도, 대만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선거가 이뤄져 세계 인구 절반의 지도자가 바뀐다.

국내에서는 4월 총선 결과가 권력의 판도뿐 아니라 권력자들의 운명도 바꿔 놓을 것이다. 정치권이 ‘강대강’으로 사생결단 혈전을 벌이는 와중에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다.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리스크에 기업이 특별히 대응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중소기업에게 리스크 회피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과 달리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흡수할 길이 없어 한 방 맞으면 끝장이다.

흥미롭게도 중소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리스크관리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리스크관리를 포기하고 리스크를 방치한다. 잘되건 안되건 운수팔자 소관으로 넘긴다.

리스크에 편승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잘하면 대박이지만 잘못하면 쪽박이다. 이전에 수출 중소기업들이 크게 피해를 본 환율파생상품 키코(KIKO)와 같다. 중소기업이 공격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은 도박이다.

하지만, 리스크를 회피하는 수동적 전략은 단순하다. 리스크 회피는 태풍 피신책과 같다. 가능한 한 멀리 거리를 둬야 한다. 태풍을 피할 수 없으면 지나갈 때까지 납작 엎드려 기다린다. 오기를 부려 태풍에 가까이 가거나 맞서면 휩쓸려간다.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태풍처럼 휘몰아칠 2024년에 중소기업은 혁신성장보다 내실생존에 방점을 둬야 한다.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강점을 가진 고유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동시에 공급망과 유통망은 다변화해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하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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