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위스키 트렌드]
비싼 싱글몰트 대신 위스키 대세로
가성비 지향하는 MZ세대에 인기
홈술 확산따라 캔 하이볼 잇단 출시

 

타들어 가는 장작 냄새와 묵직한 바디, 뜨거운 목 넘김에 한 모금만으로도 온몸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위스키는 이 계절에 더욱 빛나는 술이다. 강한 맛과 향, 여기에 가격까지 비싸 위스키는 한 때 특정 계층이나 연령대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2030 젊은 세대가 위스키를 논하기 시작했다.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그들에게 맛을 음미하기보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소주는 매력이 없어서였을까? 이제 위스키는 더 이상 어른과 부자만을 위한 술이 아니다. 위스키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된 2030 세대,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위스키 트렌드를 살펴보자.

고가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중저가 위스키로··· 위스키 시장에 부는 가성비 바람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693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나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량도 전년보다 72.6%나 증가한 수치인데,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연간 최대치였던 2002년 2만7379톤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3만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대폭 상승한 수입량에 비해 수입액은 2억2146만달러(약 2908억원)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가 많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수입 위스키 가격은 톤당 822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9869달러 대비 대폭 하락했다.

 

위스키 시장의 판도가 지난해까지 수입 위스키 시장을 선도한 10만원대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3~5만원대 중저가 위스키로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다.

이렇듯 위스키 시장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중심에는 2030 세대가 있다. 술을 즐기며 마시고 싶지만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가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치솟자 하이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렇게 비싼 위스키보다 음료를 타 먹기에 아깝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가성비 위스키가 새로운 위스키 강자로 떠오르게 됐다.

업계는 하이볼로 인해 “위스키는 비싸고 독한 술”이라는 인식도 줄고 위스키가 보다 대중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이볼 열풍··· 홈술, 하이볼 바 넘어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확산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나 토닉워터에 섞어 마시는 술이다. 일종의 칵테일과도 같은 건데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한 칵테일과는 달리 술과 탄산수만 있으면 된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홈술’ 문화 확산과 함께 본격적인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자카야나 위스키 바를 중심으로 판매되던 하이볼 메뉴를 이제는 어느 술집에 가도 볼 수 있다. 하이볼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하이볼 바’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서울시 강서구 한 하이볼 바는 오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일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볼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식 프랜차이즈들 역시 하이볼 열풍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내년부터 전 매장에서 하이볼을 판매한다. 전국 12개 직영점에서 한정 판매하던 하이볼 누적 판매량이 1만2000잔을 돌파하자 내린 결정이다.

SPC그룹의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버번 위스키를 사용한 ‘쉑 하이볼’ 하이볼과 함께 버번 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와 협업 개발한 신메뉴 ‘버번 베이컨 버거’ 2종을 출시했다. 버거의 경우 버번 위스키와 베이컨, 양파를 오랫동안 끓여 알코올을 모두 날린 베이컨 어니언 소스가 들어간 게 특징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세계 3대 싱글몰트 위스키로 알려진 ‘글렌피딕 12년’을 넣은 케이크와 하이볼을 이달 한정 판매한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RTD 캔 하이볼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RTD는 Ready to Drink의 줄임말로, 제조 공정이 완료돼 구매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를 뜻한다.

하이볼 천국 일본 편의점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RTD 캔 하이볼을 판매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캔 하이볼이 본격적으로 판매된 것은 올해부터다.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저렴한데다 조제 과정 없이 간단하게 마실 수 있어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여기에 오크칩 등으로 향만 첨가하는 다른 RTD 캔 하이볼과 달리 스코틀랜드 위스키 원액을 베이스로 활용하고 해남 매실을 더해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보해양조의 ‘순’, 스위스산 솔싹 추출물에 천연 라임향을 더해 상큼한 맛을 살린 ‘처음처럼X솔의눈’ 등 선택의 폭도 다양해 당분간 RTD 캔 하이볼의 인기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위스키 시장의 새로운 소비층 MZ··· 보틀숍 아닌 전통시장에서 양주 쇼핑

서울시 광진구의 어느 전통시장 안, 퇴근 무렵이면 장 보러 온 사람들 사이로 양복 차림을 한 직장인을 비롯해 장바구니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들의 목적지는 단 두 곳. 시장 안에 자리한 어느 구판장과 식자재 마트다.

이 두 곳은 술 좀 즐긴다는 MZ 사이에 소문난 와인·위스키 성지다. 겉보기엔 평범한 마트처럼 생겼지만, 주류 판매 코너로 가면 선반을 빽빽하게 채운 술병들에 입이 떡 벌어진다.

 

웬만한 대형 마트 주류 코너는 저리가라에, 수입 주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보틀숍 뺨치는 다양한 종류의 술이 진열돼 있다. 운이 좋으면 구하기 힘들다는 일명 ‘희귀템’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두 곳 모두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 입고 및 할인 소식을 전해 헛걸음할 일도 없다.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가격. 같은 제품이면 일반 마트보다 5~10%는 저렴하고 가격폭이 더 큰 상품들도 다수 있다.

가격과 관련해 식자재 마트 관계자는 “시장 안에 있다 보니 자릿세가 비교적 낮아 다른 주류숍보다 저렴하게 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할인가로 구매하면 10% 더 추가 할인받게 되는 셈. 이렇다 보니 위스키 또는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와인 성지를 발굴, 정보를 교환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좀 더 저렴하게 원하는 위스키를 구매하고 싶다면 무작정 마트나 백화점으로 달려가기 전 인터넷에서 주변 와인·위스키 성지를 검색해보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신다솜 칼럼니스트 - shinda.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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