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고령화로 패러다임 전환
은퇴세대 겨냥한 실버음식 대세로
뒤안길로 사라지는 ‘술 권하는 사회’

“무얼 팔고 살 것인가.” 나이 먹은 요리사들끼리 모이면 여러 고민을 한다. 식재료 값이 어떤지, 임금은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 무엇보다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큰 주제다.

나아가 미래가 화제에 오른다. 역시 핵심은 외식산업의 방향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감소, 노년층 증가, 외식의 패러다임 변화 같은 게 그 내용이다. 비관론자들은 심지어 지구 환경의 위기까지 거론한다. 외식의 미래가 어둡다는 뜻이다.

한국 외식업은 대체로 6.25 전쟁 후 발전해왔다. IMF 국제통화기금 사태의 외식업 대위기(1997, 199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2008, 2009년) 등의 타격도 있었지만 꾸준히 우상향해왔다는 것을 증거로 든다.

그렇지만 장차 외식업의 분위기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 동의의 절대적 이유는 인구 감소와 노령화다. 이건 움직일 수 없는 확실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좀 다른 예이지만 초등학생들이 학원 강의와 벅찬 방과 후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학교 앞 분식집은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떡볶이가 상징하는 분식은 이제 거리로 나가서 그 초등학생 ‘어머니’ 세대들을 공략한다.

초등학생, 중고생의 생활패턴도 바뀌었지만 절대수도 줄어서 그들을 바라보고 장사할 수도 없다. 떡볶이는 아예 온라인으로 진출해서 택배나 배달로 공급하는 양이 제일 많다.

몇몇 요리사들은 실버산업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외식업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은퇴 세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더 건강한 음식, 가볍고 소화되기 좋은 음식, 저녁보다 점심에 주력하는 음식이 실버 음식의 핵심이다.

실버세대의 생활패턴을 연구해서 외식업에 반영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외식업은 술에 방점을 찍었다. 더 많은 술과 안주를 파는 구조로 외식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식사보다 술과 안주를 팔 때 식당의 효율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식 수요 감소, 접대 방식의 변화 등으로 술을 파는 식당의 매출 하락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고가의 식당과 술집은 그 타격을 심하게 입고 있다. 소위 2차 술자리도 크게 줄었다. 술집의 영업 마감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이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가 그동안 지나치게 술 마시는 것을 권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술 권하는 사회’였을까.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질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태풍이 문화를 바꿨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새로운 대인관계의 패러다임이 불어오고 있었다고 봐도 좋겠다. 그런 흐름은 외식업의 줄기까지도 바꿔 놓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장차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런 예상은 아마도 강력한 적중률을 보일 것 같다. 외식업 전반의 태풍 전야와 같은 변화의 조짐은 중소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근대화에 성공한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일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