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금융당국과 8개 금융지주 회장단이 ‘상생금융’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출 이자를 낮추고, 체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참석한 금융지주 회장단과 은행연합회장은 연내 구체적인 상생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은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고금리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발언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그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고금리로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에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후, 지난 14일 야당에서 횡재세 법안을 발의하며 상생금융 이슈가 더욱 확산된 것이다.

지금의 상생금융은 ‘엎드려 절받기’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실 금융권이 상생에 나설 기회는 상반기에도 있었다. 지난 2월 중소기업계는 고금리로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이후 금융권에서 상생대책을 발표했지만, 대상은 소상공인 등 일부 금융취약자에 한정돼 있었고 규모도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다. 6월에 실시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발표한 상생대책에 대해 ‘잘 모르겠음(73%)’, ‘알고 있으나, 이용 못 함(24%)’, 순으로 응답해 상생대책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이용하지 못한 기업이 97%에 달했다.

금융권이 상생에 나서야 할 당위성은 분명하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은행들의 누적 이자수익은 44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8.9%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혁신이나 비용절감 노력의 성과라기보다는 미국발 고금리 기조 속 자연스러운 예대마진 증가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상생은 뒷전이고, 임직원의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여왔기에 여론이 악화된 것이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은행의 이자수익에 기반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 성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79.3%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과도한 예대마진 수익(62.2%)’과 ‘과도한 퇴직금 및 성과금 지급(22.7%)’이 지적됐다.

금융권은 과거 IMF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금융권에서 마련할 상생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이 내는 이자 중의 일부를 사후적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생금융 논의는 소상공인에 대한 시혜적 지원방안으로 한정돼 있다. 고금리 부담은 중소기업도 매한가지임에도 계속해서 상생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대출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와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예산 축소 등으로 정책자금도 줄고 있다. 중소기업은 자금경색으로 인한 투자위축, 부도 위기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상생금융을 통한 도움이 절실하다.

또한, 상생금융이 지금처럼 관치금융 논란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책도 필요하다. 가령 상생금융지수를 새롭게 만들어 정기적으로 금융권의 상생 노력을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상생 대책이 마련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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