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빈 점포에 커지는 불안감
저성장 기조 지속땐 폐업 가속페달
자영업 연착륙 위한 특단대책 시급

김밥집 주인장은 어딜 가나 김밥집을 관심 있게 지켜보기 마련이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은 미용실만 유독 눈에 띈다. “세상에 김밥집이 왜 이리 많아?” “한 집 건너 한 집이 미용실이네” 하면서 묘한 경쟁심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 사는 일이 대저 그렇지 않을까. 부모가 돼봐야 육아와 교육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세상 많은 것을 그런 관심의 테두리 안에서 해석하게 된다.

자영업을 해보니 그렇다. 직장인들은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겠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공실률’. 빈 점포가 있으면 “왜 저기는 비어 있을까?” 하며 궁금히 여기고, 빈 점포가 늘어나면 왠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나둘 늘어나는 빈 점포 가운데 나의 미래도 있는 것 아닐까 싶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 볼 일이 있어 서울 여의도 쪽을 자주 간다. 상권은 뜨고 지기 마련이다. 이쪽이 뜨면 저쪽이 지고, 저쪽이 뜨면 이쪽이 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새는 대체로 ‘지는’ 느낌이다. 어딜 가나 공실이 눈에 띈다.

한때 대한민국 오피스 상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여의도에 이렇게 공실이 많게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소비 형태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긴 하지만 요새 공실이 많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아래로 내려갔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이 너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자영업자가 많았고, 그리스나 터키 수준에 비교되곤 했다. 그렇더라도 경기가 흥성하고 산업이 발달해 자영업자들이 임금 근로자로 흔쾌히 이직하며 자영업 비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아니라서 심각한 문제다. 이른바 ‘불황형’ 감소인 것이다.

올해 2분기까지 우리나라 자영업자 전체 채무액이 약 732조원에 이르렀다. 2020년 말에 비해 25%가량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 채무액 역시 2020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보인다. “빚으로 빚을 갚는 중”이라는 탄식을 엊그제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라는 낙담이 더 많이 들린다. 그런 가운데 차례대로 문을 닫고, ‘그동안 성원에 감사했습니다’라는 이별의 팻말을 가게 유리창에 붙이며 눈물을 삼키는 중이다.

불황형 자영업 감소는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OECD는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이 1%대 중후반까지 추락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특단의 대책 없이 장기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그나마 선진국으로 오랫동안 벌어놓은 밑천이라도 있었다지만 우리는 이제 막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려던 마당에 급전직하하는 것이니 고통의 강도가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들린다.

“한때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줄어든다고 야단이냐”라고 뾰족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듯, 자영업 감소가 활황형이 아니라 불황형이라 문제인 것이다.

고금리 문제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자영업 감소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민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자영업을 연착륙시킬 방법을 사회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비어 있는 상가를 본다. 한때 저 골목에 흥성이던 직장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다시 그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활기찬 얼굴로 옆 가게 주인장에게 인사를 건네며 서로 응원하던 아침이 되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오늘 장사도 잘해 봅시다!”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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