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 지난 9일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야당 단독 국회 본회의 처리 직후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현장의 초토화와 국가경쟁력 감소를 우려했다. 경제6단체도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하지 못한다”고 호소했지만, 끝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저성장⋅고물가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산업현장과 민생경제에 미칠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기업을 하청기업의 노사관계에 당사자로 끌어들이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마저 제한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안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가 무색하게도 거대 기득권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노사관계의 법치주의가 흔들리면 불법파업이 성행하고, 산업현장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당장 지난해 화물연대의 불법 운송거부로 건설 현장이 마비되고, 중소 레미콘업체 등 산업피해가 3조원이 넘었다.

전체 일자리의 81%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노사관계 불안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불편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22일 예정된 지하철 파업 등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수많은 분야에서 줄파업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극심한 경제⋅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법안 자체도 문제지만, 국회에 산적한 민생법안에 미칠 악영향도 크다. 여야 정치권이 양보와 타협 없는 정쟁을 이어간다면, 민생입법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에는 킬러규제 해소 등 경제 활력과 일자리와 직결되는 많은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여야는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국민들이 부여한 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우선,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최소 2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 영세 사업장의 80%는 전례 없는 코로나 장기화와 연이은 복합 경제위기의 여파로 아직 충분한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법이 시행된다면, 영세 기업인을 범법자로 만들고, 기업활동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화평법⋅화관법도 개선해야 한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유럽보다도 훨씬 과도한 규제 수준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기업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규제는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

기업승계 원활화를 위한 2023년 세법 개정안도 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업력이 30년 이상인 중소기업은 60세 이상 CEO가 81%에 달하고, 70세 이상 고령자도 2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상속⋅증여세 부담이 크다 보니 기업승계는 미뤄지고, 대규모 투자 결정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5년인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20년까지 늘려서 고령화 시대에 계획적인 승계가 가능하도록 하고,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 변경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근로시간 개편, 외국인 근로자 고용, 협동조합 공동사업 활성화 등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는 많은 법들이 있다. 국회 입장에서는 수만 건에 이르는 법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기업인들에게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는 ‘민생’만큼은 ‘협치’로 응답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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