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판매자·소비자 상생의 장
인기제품 베껴 싸게 파는건 도둑질
정부차원서 대기업 횡포 엄단해야

지난달 오전, 필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화면에 보이는 이름은 낯익은 이름이었다. 바로 대학 시절 필자를 살갑게 챙겨줬으면서 지금은 우산을 제조하는 회사를 잘 운영하는 소위 ‘잘나간다’는 부류에 속한 형이었다. 통화를 짧게 끝낸 우리는 빠른 시일 안에 만남을 약속했다.

강남역 인근 식당에서 모처럼 만난 형과 반가운 마음에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왔을 때 형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입을 간신히 땠다.

형의 입에서는 내가 생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형네 회사가 경영이 극도로 힘들어져 폐업까지도 고려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인생 롤모델이자 평생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그 형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믿었던 유명 플랫폼에 뒤통수를 크게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 형은 빠른 배송으로 유명한 플랫폼의 시장 진입 초기에 요청을 받고 입점해서 ‘00우산’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좋은 품질과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았다. 그 덕분에 1등을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플랫폼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형의 회사도 덩달아 밀려오는 주문건을 쳐내느라 밤낮없이 일을 했다. 그 덕분에 다른 판매 채널에 대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근데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작년 4월쯤이었던가. 효자 노릇을 하던 그 플랫폼에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형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은 위기상황임을 직감했다. 사실 이 플랫폼을 대체할 다른 판매처도 마땅히 없었기에 대응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형은 정신을 재빨리 가다듬고 매출 하락 원인을 찾아봤다. 그 이유는 바로 새로 나온 제품 때문이었다. 필자는 우리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을 근간으로 하기에 경쟁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 신제품은 바로 형의 제품을 올린 그 플랫폼에서 제작한 PB제품이었다. 형은 그 순간 크나큰 배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필자 역시도 이건 상도덕에 크게 어긋난 행동이기에 해당 플랫폼에 대한 실망감이 엄청났다.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서 각자가 얻고자 하는 가치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가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을 그대로 베껴서 더 싸게 제품을 판다? 이게 과연 올바른 상도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위치를 악용한다면 검색에 따른 노출 순위 자체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베끼는 사건이 심심찮게 뉴스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M&A(인수합병)를 추진했던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맨’과 유사한 서비스 ‘카카오T 트럭커’를 출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에 화물맨 측은 아이디어 도용 및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했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이디어 도용도 기술 탈취도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유경쟁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누군가 피땀 흘려서 일궈 낸 자산을 너무나도 편안하게 빼앗아 간다면 어느 누가 새로운 길을 도전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는 이커머스에서 발생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반드시 조정해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더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추윤호
광고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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