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통계 생산을 촉구한다

경제규모가 큰 OECD 선진국에는 공공재인 통계를 활용한 통계분석, 통계정보서비스 등의 시장이 활성화돼 있으며, 개별 맞춤형 통계 제공이 가능할 정도로 통계가 발전돼 있다. 이는 선진국이 기획단계부터 자료수집, 통계처리, 비밀보호 등 통계의 전 과정에 걸쳐 일정한 기준을 두고 품질관리에 노력한 결과이다.

선진국은 민·관이 협업해 정부 정책에 필요한 통계를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국민 등 통계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받고 명성을 쌓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통계는 증거기반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어 국가, 기업, 개인 등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빅데이터 활용 등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식국가일수록 통계가 정책 개발과 수립의 근간을 형성한다. 탄탄한 통계국가가 되면 정책의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미국에서는 통계협회가 통계관련회사 등이 참여하는 민간협력체를 통솔해 통계품질을 제고하고 있다. 통계분야의 이익단체인 협회가 통계산업 발전 방향, 비전 등을 공유하고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도록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OECD 선진국과 달리 가족기업 통계가 없어 가족기업 관련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취약하다. 유일하게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보고서’가 있으나 대개 업력 10년 이상, 매출액 1500억 미만 중소기업 500개사 대상의 조사에 그친다.

관련 통계없어 올바른 승계지원 난감

오류⋅왜곡 우려로 정책입안 기여도 뚝

정확한 통계가 맞춤형 대책 수립 발판

우리나라는 전산업에서 차지하는 가족기업의 비중을 알 수 없어 학자마다 각자의 조사방법에 따라 그때그때 통계를 추정하므로 들쭉날쭉한 통계로 연구 결과물을 낸다. 우리나라 가족기업 비중이 혹자는 전체 제조업의 85.4%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혹자는 81.2%, 73.7%, 70.0% 등 각양각색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러한 보고도 없다. 이것이 생존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통계 현실이다.

통계가 없으면 군맹무상(群盲撫象)이 된다.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기둥같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고, 코끼리 코를 만지며 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통계가 없으면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는 치명적 오류를 가져와 그릇된 정보, 올바르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족기업 통계가 없으면 통계를 활용한 가족기업 연구에 제약이 많고 가족기업 정책 입안 기여도도 낮아진다.

최근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수요는 증가하나 오류, 왜곡 등 우려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수 민간기관이 통계 없이 컨설팅, 멘토링을 함으로써 올바른 승계지원 여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업승계, 가족경영, 상속세제 등 폭넓은 연구분야에서 정보를 수집·분석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수립 과정의 시작은 통계다.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을 구하기 위한 자료 형태, 자료수집 방법, 자료분석 방법은 전문영역인 통계설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가족기업통계 생산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에 필요한 통계 재화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의 불편과 상당한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통계를 활용한 가족기업 정책의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가족기업 통계가 있으면 성과를 정치하게 분석해 가족기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미흡한 정책은 보완하고 새로운 정책, 맞춤형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조속한 가족기업통계 생산을 촉구한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가족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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