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에센스에 가격경쟁력 확보
이커머스 티몬 만나 시너지 폭발
크림·클렌징 오일 출시 ‘환상 삼합’

창업 10년만에 320억원대 매각
화장품 벤처 교과서로 자리매김
손예진 내세워 일본시장 연착륙

 

유근직 마녀공장 CEO
유근직 마녀공장 CEO

줄잡아 300억원 정도였다. 마녀공장 김현수 공동창업자는 마녀공장을 창업한 지 10년 만인 2022년 1월 마녀공장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대략 320억원 이상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물론 마녀공장 창업자들이 엑시트에 성공하면서 정확히 얼마를 확보했는지는 대외적으론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일단 마녀공장은 창업 6년 만인 2018년 11월 지분 70%를 엘엔피코스메틱에 매각했다. 엘엔피코스메틱은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로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1세대 K뷰티 회사다. 당시 엘엔피코스메틱한테 마녀공장이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275억원 안팎이었다. 마녀공장 창업자들은 1차 매각에서 200억원 규모의 엑시트에 성공한 것이다.

3년 뒤인 2022년 1월엔 잔여 보유 지분 30%를 다시 유암코IBK금융그룹과 한국투자증권에 120억원에 매각했다. 동시에 10년을 키운 마녀공장을 완전히 떠났다. 300억원과 함께 말이다. 마녀공장이 K뷰티 스타트업의 교과서적인 성공 사례라고 불리는 이유다. 마녀공장은 성공 공장이다.

뛰어난 가성비가 최대 경쟁력

김현수 공동창업자는 2012년 3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마녀공장을 창업했다. 5000만원이 10년 뒤에 300억원이 됐다. 첫 번째 사무실은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작은 빌라 2층집이었다. 마녀공장이 맨 처음 선보인 제품이 갈락토미 나이아신 에센스였다.

마녀공장을 창업한 김현수 대표는 2011년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을 기초로 스킨 에센스를 독자 개발했다.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은 일반 소비자들한텐 피테라 에센스로 더 잘 알려준 물질이다. 일본 화장품 회사인 SK-II가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을 피테라 에센스라는 이름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양조장에서 술을 빚는 인부들의 손이 부드럽고 매끄럽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어서 추출한 천연 효모다.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을 물에 희석해서 피부에 바르면 피부 미백과 보습의 2중 효과가 있다. 문제는 SK-II와 같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에센스가 너무 비싸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함량은 90%에 불과했다. 일부 화장품 소비자들은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을 구해서 함량을 100% 가까이로 높인 홈메이드 에센스를 만들어서 직접 사용했다. 가격도 싸고 함량도 높았기 때문이다.

마녀공장은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의 함류량을 97%까지 높였다. 나머지 3%는 피부 모공을 조여주는 나이아신마이드와 피부 재생을 도와주는 히알루론산이었다. 제품력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더했다. SK-II 에센스는 160ml 1병에 20만원이었다. 마녀공장 에센스의 가격은 50ml 1병에 1만5000원에 불과했다.

사실 무명 브랜드인 마녀공장은 초창기 유통망을 확보하는 일에 애를 먹었다. 백화점도 홈쇼핑도 듣도 보도 못한 마녀공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마녀공장의 진가를 알아본 건 당시 3년차 이커머스였던 티켓몬스터였다. 티켓몬스터의 경쟁력은 가성비였다. 싸고 좋은 제품을 모아놓아야 사용자를 늘릴 수 있었다.

마녀공장은 가성비 화장품이었다. 비록 아직 마녀공장이라는 브랜드 이름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마녀공장은 2012년 4월부터 티켓몬스터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마녀공장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상표를 등록한 건 불과 한달 전인 2012년 3월이었다. 법인 설립, 상표 등록, 판매 개시까지 모든 게 불과 2달만에 진행된 것이다. 오직 믿을 건 갈락토미세스 나이아신 에센스라는 제품 하나였다.

유명 브랜드 에센스 가격의 4분의 1 밖에 안 되면서 함량은 10% 가까이 높은 마녀공장 에센스는 티몬이라는 가성비 이커머스와 결합하면서 스파크를 일으켰다. 마녀공장은 순식간에 티켓몬스터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로 등극했다. 2012년 말까지 20억 매출을 달성했다. 창업하고 불과 9개월 만이었다.

기초화장품 고수, 충성고객 확보

마녀공장 대박은 에센스 1개 제품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마녀공장은 2012년 9월 갈락토미세스 크림도 출시한다. 에센스를 출시하고 6개월 만이었다.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빠른 속도였다. 갈락토미세스 에센스에 이어 크림까지 선보이면서 마녀공장은 업세일이 가능해졌다. 크림은 에센스가 피부에 더 잘 흡수되도록 보호막을 형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에센스에 만족한 소비자라면 크림까지 사서 효능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마녀공장의 에센스와 크림 가격은 비슷했다. 에센스 고객 하나만 잡으면 그 고객한테 같은 가격에 크림도 팔 수 있는 업세일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녀공장은 티켓몬스터와 함께 에센스와 크림 2종 세트를 구매하면 25%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기획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에센스 하나에 크림을 하나 더 사면서도 싸게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크림까지 출시하고 패키지 상품까지 기획하면서 마녀공장은 티켓몬스터에서만 2013년 3월까지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녀공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 화장품 시장에 집중했다. 취향을 타는 색조 화장품이나 남는 게 없는 향수 화장품 대신 수요는 꾸준하고 충성 고객 확보도 가능한 기초 화장품에 포커싱한 것이다. 에센스와 크림에 이어 마녀공장이 클렌징 오일을 3번째 제품으로 선택한 이유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는 광고가 유행한 게 1990년대부터였다. 한국 클렌징 시장의 트렌드는 클렌징폼에서 클렌징 오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일본과 닮은 꼴이었다. 2000년대에 일본에서 클렌징 오일 열풍을 주도했던 수에무라, DHC, 시세이도 등은 한국 클렌징 오일 시장을 선점했다.

그런데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의 클렌징 오일은 대부분 미네랄 오일이었다. 미네랄 오일은 석유에서 정제된 화학 성분이다. 가격도 저렴했다. 그런데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은 저렴한 미네랄 오일을 비싸게 팔았다. 마녀공장은 가격이 싼 식물성 오일을 개발했다. 400만개 이상 팔리면서 국민 클렌징 오일로 불리는 마녀공장의 퓨어 클렌징 오일이다.

마녀공장은 들콩오일과 유럽개암씨오일 등 14가지 식물성 오일을 기반으로 퓨어 클렌징 오일을 만들었다. 마녀공장이 퓨어 클렌징 오일을 출시한 건 2013년 3월이었다. 2013년 8월 마녀공장은 티켓몬스터 누적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창업 20개월 만에 마녀공장은 기초 화장품 3종 라인업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지금도 마녀공장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기초 화장품 3종 세트는 창업하고 1년 만에 모두 기획 생산됐다. 퓨어 클렌징 오일은 지금까지 400만개가 팔렸다. 갈락토미 에센스는 200만개가 팔렸다. 갈락토미 크림은 26만개가 팔렸다. 덕분에 마녀공장은 창업 6년 만에 엑시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강력한 제품력과 탄탄한 소비층을 모두 갖춘 덕분이었다.

마녀 3총사 앞세워 해외 영토 확장

엘엔피코스메틱에 인수된 뒤 마녀공장의 숙제는 역시나 해외 진출이었다. 그런데 2018년 인수될 당시 중국 시장은 막혀 있었다. 마녀공장을 인수한 엘엔피코스메틱은 중국 K뷰티 열풍을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사드 사태로 중국 한류 열풍이 꺾이면서 중국 시장을 잃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노하우까지 잃지는 않았다. 대안은 일본이었다.

엘엔피코스메틱에 인수되고 3개월 만인 2019년 1월 마녀공장은 탑티어급인 손예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다. 한창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대형 광고 모델 기용과 해외 진출은 마녀공장이 엘엔피코스메틱에 인수되면서 가능해진 기획이었다. 2020년 2월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에서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은 마녀공장 일본 진출의 신호탄이 됐다. 마녀공장은 일본에 아직 오프라인 매장도 법인도 없었다. 그런데도 마녀공장을 찾는 일본 수요는 강력했다.

그런데 정작 마녀공장이 일본에서 초대박을 낸 상품은 이른바 세리 앰플(세리는 극중 손예진의 이름이다)이라는 별명까지 생긴 앰플이 아니었다. 갈락 나이아신 2.0 에센스였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일본에서 마녀공장은 세리가 쓰는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해졌다. 관건은 일본 시장에서 어떤 제품을 밀 것이냐였다. 앰플은 피부에 좋은 주요 영양 성분을 고농축한 제품이다. 앰플은 4주 정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오히려 영양 과다로 피부를 망칠 수 있다. 세리처럼 북한에 불시착해서 피부가 뒤집어졌을 때 바짝 쓰는 게 앰플이다.

반면 에센스는 피부 보습과 미백을 위해 매일 매일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이다. 자연히 수요도 꾸준하다. 마녀공장이 일본에서 세리 화장품으로 갈락 나이아신 2.0 에센스를 내세운 이유다. 마녀공장은 에센스 판매로 2020년에만 일본에서 1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녀공장의 일본 매출은 2022년 426억원까지 증가했다. 마녀공장은 2022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절반은 국내 매출이고 절반은 해외 매출이다. 해외 매출의 80% 가까이가 일본 매출이다.

덕분에 마녀공장은 2023년 6월 8일 코스닥에 상장됐을 때 이른바 따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마녀공장은 상장 직후엔 시총이 4430억원에 달했다. 일본이 가능하다면 중국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녀공장의 유근직 대표는 자타공인 중국통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잇츠스킨 대표로 전설적인 달팽이 크림으로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잇츠스킨의 달팽이 크림은 중국에서 6초에 1개씩 팔려나갔다.

유근직 대표는 2022년 1월 마녀공장 CEO로 선임됐다. 유근직 대표의 중국 공략은 역시 마녀 3총사를 앞세우는 것이다. 특히 퓨어 클렌징 오일은 2000년대 일본 화장품 회사들이 한국 클렌징 오일 시장을 노렸던 것과 닮은꼴이다. 2020년대 중국 클렌징 시장도 클렌징 오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색조 화장품 등이 유행하고 나서 딥클렌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중국 소비자들도 미네랄 오일보다 식물성 오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황사나 스모그 같은 공기 오염이 심각한 대륙 국가다. 식물성 오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마녀공장은 2023년 상반기에만 매출 472억원에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5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국내 매출도 20.2% 증가했지만 해외 매출도 5.5% 증가하면서 국내외 쌍끌이 성장 구조를 구축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2023년 상반기 마녀공장의 제품 판매 수량은 해외에서만 48%가 증가했다. 마녀공장과 같은 중저가 브랜드는 매출 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량도 중요한 성장 지표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매출 1000억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023년 상반기 중국 매출액은 46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에 비해 13배 이상 증가했다.

마녀공장은 K뷰티 스타트업의 성공 벤치마크다. 이젠 K뷰티 브랜드의 일본 진출과 중국 재진출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마녀공장 자본금 5000만원은 10년 뒤에 300억원이 됐고 지금은 시총 4500억원이 됐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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