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헐리우드에 영화사 ‘디즈니브라더스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192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헐리우드에 영화사 ‘디즈니브라더스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192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헐리우드에 영화사 ‘디즈니브라더스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삽화가였던 월트 디즈니가 은행원이었던 형인 로이 디즈니와 함께 세운 회사다. 1928년 월트 디즈니는 쥐를 캐릭터화해 주인공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제작했다. 주인공 캐릭터 이름은 미키마우스였다. 꿈과 상상의 나라가 시작된 순간이다.

디즈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가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꿈의 공장은 100년 동안 쉬지도 않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는 한 차원 높은 테마파크의 세계를 선보여왔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에겐 빛보다 그림자가 짙다. 지난 2월 7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영화 흥행 부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되살아나지 못한 디즈니랜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부진이 겹쳤다.

미국 헐리우드 분석 매체 ‘발리언트레니게이드’는 디즈니가 지난 1년간 발표한 작품 8개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약 9억달러(1조2000억원)의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화, 애니메이션에 동성애자 코드를 넣고 ‘흑인 인어공주’와 ‘라틴계 백설공주’ 등으로 주인공의 인종 문제를 건드린 것이 관객들 공감을 얻지 못하며 논란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증시(S&P500 기준)가 15% 가까이 오르는 동안 디즈니 주가는 1% 상승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의 ‘캐시 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 역할을 맡아 왔던 디즈니월드의 매출 감소는 치명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디즈니월드 수익은 디즈니 전체 영업 이익의 약 64%에 달했다. 미국의 놀이기구 대기 시간 분석 업체 ‘투어링 플랜스’는 2019년, 2022년, 2023년의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대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디즈니월드 내 4개 테마파크 중 하나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테마파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평균 대기 시간이 33분이었고, 지난해에는 44분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8분으로 작년의 절반 이하로 대기 시간이 줄었다.

이는 디즈니월드를 찾는 사람이 줄어 예년만큼 붐비지 않았다는 의미다. 디즈니는 방문객이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도록 지난해부터 연간 이용객들의 혜택을 줄이고 신규 연간 회원권 판매를 중단했다. 놀이기구를 무료로 예약하는 제도도 폐지하고, 15달러(2만원) 이상을 쓰도록 하는 유료 예약 서비스로 대체했다. 또 2일 입장권 가격을 성인 기준 255달러(33만3000원)에서 285달러(37만2000원)로 올린 것을 비롯해 전반적인 요금을 평균 9% 인상했다. 돈을 더 많이 쓰게 한다는 전략이 디즈니월드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야심 차게 뛰어든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3월 전체 가입 계정 수가 1억5780만개로 이전 분기보다 2%가량 줄었다. 디즈니는 극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플랫폼에서 승기를 잡은 넷플릭스는 이를 무기로 콘텐츠 영역까지 사업을 대폭 확장했다.

물론 디즈니는 100년 동안 어느 콘텐츠 기업도 해내지 못한 찬란한 영광을 누렸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2006년엔 픽사를 인수하며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소울’, ‘엘리멘탈’ 등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2008년 마블을 인수해 ‘어벤져스’ 시리즈 등 수많은 히어로물을 탄생시켰다. 2012년엔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 2019년엔 미디어 기업 21세기폭스까지 인수하며 콘텐츠 제국을 완성했다.

디즈니는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에 미련만 남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다시 뛸 것인가. 초심으로 돌아가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디즈니를 기대해 본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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