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카펫길 걸어볼까, 볼 빨간 새악시 만나볼까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날들, 붉게 물드는 것은 단풍뿐만이 아니다. 맑은 하늘, 선선한 날씨에 가을 정취를 만끽하러 떠나고 싶은 마음도 뜨겁게 타오른다.

산림청은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지역과 수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10월 하순부터 11월 초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절정 시기가 짧아도 추억은 오래 간직하고 싶은 법. 빨강, 노랑 오색찬란한 빛깔을 바탕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인생샷 건지는 단풍 명소 찾아 떠나보자.

충북 보은 말티재

만산홍엽 보노라면 고단함이 싹

스카이바이크 등 즐길거리 다채

말티재를 오르는 길은 자전거, 바이크 동호인들 사이에서 12 굽이 와인딩 코스로 유명하다.
말티재를 오르는 길은 자전거, 바이크 동호인들 사이에서 12 굽이 와인딩 코스로 유명하다.

속리산 서쪽 자락에 위치한 충북 보은의 말티재는 보은읍 장재리와 속리산면 갈목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보은군의 전승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말을 타고 속리산에 오르기 위해 박석을 깔아 길을 닦은 것이 시작이다. 말티재라는 이름은 조선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가마로는 도저히 갈 수 없어 말로 갈아타고 올랐던 길이라 해 붙여진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밖에‘마루(높다)’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티’와 ‘재’가 합쳐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말티재를 오르는 길은 자전거, 바이크 동호인들 사이에서 12 굽이 와인딩 코스로 유명하다. 열두 번이나 방향을 꺾어 올라가면서도 정비가 잘된 굽이 길이 드물기 때문이다.

초보 운전자는 각별하게 주의해야 할 정도로 길이 가파르지만 그만큼 짜릿함이 있다. 숙련된 운전자도 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므로 창문을 내리고 계절을 만끽하며 드라이브하기에 제격이다.

그렇게 가을 바람을 맞으며 고갯길을 오르면 꼬부랑길 끝에 전망대 하나가 나타난다. 2020년 2월 개장한 말티재 전망대다. 높이 20m, 초록 나뭇잎 모양의 조형물이 눈에 띄는 말티재 전망대에 오르면 뱀이 지나간 자리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의 말티고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숲과 열두 굽이 도로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말티재를 둘러싼 속리산은 본래 가을 절경으로 유명하다. 단풍과 오색빛깔 구절초, 코스모스, 국화꽃까지 오색찬란한 빛으로 가을 하늘을 수놓는다.

말티재 단풍은 아름다운 경관에 생태적으로도 우수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국유림 명품숲으로 선정된 바 있다. 단풍나무를 비롯해 활엽수인 백합나무, 침엽수인 소나무 등이 함께 자라 색의 조화가 매우 뛰어나다. 전망 데크에 올라 만산홍엽 붉게 물든 속리산 자락을 바라보면 굽이굽이 어렵게 오른 고단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최근 말티재 일대로 즐길거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솔향공원 부근 승차장에서 목탁봉 전망대까지 천천히 오가는 속리산테마파크 모노레일은 힘들이지 않고 전망대에 올라 속리산을 감상하기에 좋다. 말티재 풍경을 발밑에 두고 공중을 내달리는 집라인, 솔향공원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는 가을 속리산을 한층 더 붉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이다.

담양 관방제림 및 메타세쿼이아길

둑길 물들인 단풍 ‘한폭의 풍경화’

낭만 선사하는 드라마 촬영 명소

관방제림은 담양 관방천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방에 조성된 숲길이다.
관방제림은 담양 관방천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방에 조성된 숲길이다.

대개 담양을 떠올리면 여름의 푸른 대나무숲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름 내내 푸르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화려한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긴 제방길을 따라 자라난 오래된 나무들이 물 위로도 붉은 단풍을 피우는 가을, 담양은 또 다른 장관을 펼쳐 보인다.

관방제림은 담양 관방천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방에 조성된 숲길이다.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는데 수령 3~400년에 달하는 나무들이 약 5만㎡ 면적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199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04년에는 산림청이 주최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맑은 가을 하늘과 긴 둑길을 울긋불긋 물들인 단풍이 잔잔한 관방천 위로 비친 모습은 놓쳐서는 안 될 경치다.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단풍뿐만 아니라 물가를 따라 피어난 무성한 갈대는 가을날에 운치를 더하고, 자연이 만들어 준 천연 포토존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그림 같은 풍광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크게 돌아도 좋고, 징검다리를 건너며 천천히 풍경을 만끽해도 좋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역시 담양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다. 1970년대 초 전국적인 가로수길 조성 사업 당시 심은 묘목이 울창하게 자라 가로수길을 이룬 곳으로, 약 8.5km에 달하는 긴 길을 따라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심어져 있다. 원래 이 길은 순창과 담양을 잇는 24번 국도로 쓰였지만 바로 옆 새롭게 국도가 생겨나며 산책로가 됐다.

온 산과 들이 초록으로 뒤덮인 여름날엔 신비한 느낌을 주고 요즘과 같은 가을날엔 더 없는 낭만을 선사한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는 물론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 올릴 정도로 근사한 경치를 자랑하기도 한다. 높이 뻗은 거목을 배경으로 한 장, 벤치에 앉아 또 한 장,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영화 속 한 장면이 포착된다.

담양의 단풍은 11월 3일에서 11월 14일 사이 제일 예쁠 것으로 예측된다. 늦가을 정취를 맛보기에 제격이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수령천년 추정, 신묘한 기운 분출

내달초 흩뿌리는 황금잎비 장관

커다란 나무를 뒤덮은 잎들만큼이나 반계리 은행나무에는 여러 전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역시 내달 초에서 중순 사이, 강원도 원주를 찾으면 노란 은행잎이 황금비 흩뿌리고 이내 커다란 카펫을 만드는 이색적인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천년고목으로 불리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가 그 주인공. 수령 800년~10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전국의 오래된 나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생물학적 보존 가치는 물론, 예부터 신목으로 모시는 등 우리 민속문화에 주요한 역할을 한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크기로는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와도 쌍벽을 이룬다. 용문사 은행나무가 42m의 높은 수고를 자랑한다면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는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조금 작은 32m지만 16.27m의 어마어마한 둘레를 뽐낸다.

나이를 모르거나 미신을 믿지 않아도 신묘한 기운이 마구 느껴지는 웅장한 자태다. 멀리서 보면 마치 여러 개의 은행나무가 한데 모여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크기와 위용이 남다르다.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래 있던 나무가 고사하고 여섯 갈래에서 나온 줄기가 잎을 틔우는 것을 알 수 있다.

커다란 나무를 뒤덮은 잎들만큼이나 반계리 은행나무에는 여러 전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옛날 성주 이씨의 선조 중 한 명이 심은 것이라는 설과, 길을 지나가던 한 대사가 이곳에서 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자란 나무라는 이야기, 나무 속에 흰 뱀이 살고 있어 지금까지 나무가 다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었다는 전설과 가을에 한꺼번에 단풍이 들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믿음 등이다.

전설의 진위와는 무관하게 사방에서 보는 느낌이 모두 달라 꼭 나무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구경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원주시가 반계리 은행나무 일대를 관광 명소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나무 주변에 잔디가 깔리고 주차장도 들어서 방문이 훨씬 편해졌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 shinda.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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