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수출악화로 위기 맞은 中企
美中 갈등·전쟁 등 초크포인트 우려
줄도산 막을 세제지원 확대 시급

오는 11월 중순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가 미-중 갈등 해소 계기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 백악관에서는 APEC 계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미-중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아직 이에 대해 확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초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 주요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미-중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자국 유권자에게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외교 귀재’를 자처해온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 견제정책은 경기부진 상황에서 표를 모을 수 있는 값진 방안일 것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시주석이 미-중 정상회의를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은 강화되고 있다. ‘관세맨’을 자처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역을 중국 견제 핵심 수단으로 이용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갖가지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는 중국으로의 투자를 까다롭게 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미 의회에서는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중국 남동부 연안의 주요 도시에 우리 기업의 생산시설이 설치됐고,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동반진출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 추격해 왔고, 중국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축소됐다. 또한 사드(THAAD) 사태 등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소비자의 집단주의 행동이 늘어났고 현지 진출 기업들의 영업실적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단절과 미국 등 경제대국의 ‘자국 이기주의’로 인한 리쇼어링과 국내 공급망 구축, 동맹국 위주의 신뢰 공급망 확산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있어 지역 가치가슬(RVC) 혹은 국내 가치사슬(DVC) 구축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다. 더구나 미-중 갈등 구도의 고착화가 진행되면서 탈중국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탈중국하거나 중국에서 비즈니스 축소 의향을 밝힌 기업의 비율이 중국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보다 많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중국 비즈니스 비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탈중국) 정책에 반대해 왔다. 이를 반영해 유럽연합(EU)에서는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탈위험)을 대중국 기조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세계 7대 선진국(G7) 정상회의에서 디리스킹을 관철시켰다.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이 부드럽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디리스킹은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이전 차단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 축소를 전제로 하고, 이를 G7 국가들이 공동으로 이행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대중국 정책에서 미국과 EU 간에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유럽국가들도 미국식 중국 견제 정책을 실행하게 됐음을 유럽 기업들이 인식하게 됐다.

여러 개의 경제쇼크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언제든 초크포인트(경제적 급소)가 경제난을 초래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주에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중동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또 다른 초크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에 수출 악화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복합위기와 초크포인트 지뢰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고용과 생산의 버팀목인 중소기업의 도산을 줄이기 위한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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