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유출 고발포상금 겨우 150만원
대가 현실화 없인 신고 활성화 난망
예산 확대⋅솜방망이 처벌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이 해당 기업 및 국가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 고발 등 신고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이 해당 기업 및 국가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 고발 등 신고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탈취’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숨어있다. 스타트업·대기업 간의 기술탈취 분쟁부터 국내-해외 핵심 기술탈취까지 전개 방향이 다양한데, 하필 주인공은 거의 똑같다. 바로 스타트업·중소기업이 피해자 역할이다.

한국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힘들게 투자하고 연구해 기술특허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판국이다. 그런데 한국 주요 기업들이 손에 쥐고 있던 기술마저 탈취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6개월간 경찰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는 총 78건으로 집계됐다. 유출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51건(65.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이 8건(10.3%), 대만·일본이 각 5건(6.4%)이었다.

중국으로 유출된 건수가 압도적인 가운데, 유출업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계(16건)에 이어 전기·전자(11건), 디스플레이(10건), 조선(9건), 자동차·철도(4건), 정보통신(4건), 로봇(3건) 순이다. 최근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으로까지 확장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이 과거 주요 기술탈취 대상이었다면, 업종도 첨단기술 쪽으로 빠르게 변한 셈이다.

한국은 미국, 대만, 일본 등과 함께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경제안보 동맹을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반도체 기술 억제에 대한 미국의 강경 기조가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맹 일환으로 한국 반도체 기술뿐만 아니라 장비공급마저 대중국 수출도 통제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방어하면서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이러한 와중에 한국 첨단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불법 유출되는 일이 빈번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이 해당 기업 및 국가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 고발 등 신고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술이 유출됐다고 신고하는 것 자체도 위험부담이 따른다. 우선 신고자는 자기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말 그대로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알고 있는 숫자는 적을 수밖에 없고, 경찰 등 외부에서 해당 사실을 알고 추궁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신고한 사람을 추리는 범위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최대 1억원까지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포상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기술 유출 신고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총 3건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10월 한 방산업체의 국가핵심기술자료를 유출한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구체적 단서를 제공한 제보자는 포상금으로 겨우 150만원을 받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25조원에 달한다는 국가정보원 발표가 있었다. 25조원과 150만원. 사실 신고자가 150만원을 받기 위해 노출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기술탈취 및 유출 관련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인센티브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밝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신고 및 포상 현황’을 보면 지난해 4월 부정 거래 신고로 1억2000만원이 지급된 바 있다. 다만 경찰의 올해 기술유출 신고포상금 예산은 총 500만원이다. 산업기술 유출 신고 포상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 유출을 입증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입증을 위해선 기술과 소스코드의 동일성 여부 감정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그러나 별도 감정 예산이 없어 의뢰를 생략하거나 피해기업이 고스란히 이를 부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찰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 뒷받침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유출 피해 기업들의 의견이다.

이 외에도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 제언과 법안 발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관심 갖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재판 지연의 문제를 끊어내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각 부처에 분산된 기술보호 관련 법률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여야에서 검토해 볼 만할 것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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