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주는 현장영업이 성장엔진
차별화된 전문기술로 시너지 제고
기발한 아이디어 등이 성공 방정식

올해 한국경제는 불황으로 가고 있다. 2023년은 ‘상저하저’로 약 1.4%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생 끝에 불황이 닥쳐오는 꼴이다. 불황기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 본다.

필자는 지난 2017년 출간한 <불사조 기업>에서 25년 장기불황기 일본에서 매년 10% 이상 지속 성장한 52개 기업을 찾아내고 그 특장점을 분석한 바 있다. 1600개 회사 데이터에서 찾아낸 52개 불사조 기업의 사례 분석을 통해 불황기 성장전략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지방 소재 중소기업도 꽤 많았다.

장기 저성장시대에 생존하고 더 나아가 불사조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세 가지 덕목은 영업력, 전문성, 그리고 이종기업과의 협업 등 창의적 역발상이었다.

첫째 영업력이다. 조미료 제조기업 다이쇼의 경우, 현장에서 답을 찾아 현장에서 해결하는 제안형 영업을 강조한다. 현장영업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독창적인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영업의 시작은 현장’이라는 현장 중심 정신을 바탕으로 액상 김치찌개 스프를 개발한 사례는 유명하다.

슈퍼마켓체인 하로데이(Halloday)는 매장 천장에 큰 고래 모빌이 헤엄치고 있고, 정육코너에서는 난쟁이들이 자기 키보다 더 큰 도끼로 고기를 자르고 있다. 과일코너에서는 매장 천장까지 우뚝 솟은 푸른 나무가 있다. 불황기에 매장에 가면 더욱 즐거워야 한다. 쇼핑이 즐거움이 될 때 매출은 자동으로 상승하게 된다. 카치 사장은 고객에게 웃음, 감동, 즐거움을 주는 매장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다.

둘째, 전문성이다. 불황이 장기화하면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오는데 전문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생존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일본 내 수백만개 자판기에 항시 준비돼 있는 녹차 페트병이 있다. 바로 이토엔이다. 1966년 설립된 이토엔은 찻잎 전문기업이다. 혼조 회장이 녹차에 관한한 세계 최고가 된다는 신념으로 이뤄낸 성과다. 녹차음료를 페트병에 채워 넣는 과정에서 신선도에 가장 위협이 되는 산소와의 접촉을 방지하는 자신만의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키나와 최대 슈퍼마켓 산에는 고객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향토기업이다. 오키나와 관광객은 백화점, 면세점이 아니라 지역 슈퍼마켓인 산에를 방문해 선물을 산다. 오키나와에서만 집중 출점하는 도미넌트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동시에 마츠모토 키요시 드럭스토어와의 협업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셋째, 창의적인 역발상이 필요하다. 일본 방문 외국관광객의 대표적 성지가 된 디스카운트 스토어 돈키호테는 정글 진열이라는 독특한 매장 구성으로 방문객에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독특한 회사다. 소매업의 일반공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독창적 영업방식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 인구수가 감소하는 국내 시장에서만 영업하는 것으로는 불사조가 되기 힘들다. 모발 제품 전문기업 밀본(MILBON)은 오사카에 본사가 있지만 일본은 물론 타이완,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판매사무소를 가진 불사조기업이다. 콘셉트와 기술을 파는 독자적인 기술영업을 통해 업무용 헤어제품 분야에서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키치리는 신입 종업원 이직률이 높다는 것에 착안해 ‘신입사원으로만 구성된 매장’이라는 엽기적 아이디어를 실현해 신입사원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불황기에는 기존에 실험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나 방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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