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엔진 ‘유니티’, 요금제 개선 기습 발표
여론 밀려 런타임 수수료 소급적용 않기로
재점화 우려…시행 땐 대박 나도 수수료 폭탄

유니티는 게임 엔진 활용 및 제작을 지원하는 ‘유니티 크리에이트’와 앱·게임 출시 전후 데이터 및 수익 관리를 돕는 ‘유니티 그로우’로 구성돼 있다.
유니티는 게임 엔진 활용 및 제작을 지원하는 ‘유니티 크리에이트’와 앱·게임 출시 전후 데이터 및 수익 관리를 돕는 ‘유니티 그로우’로 구성돼 있다.

지난 9월 국내 중소·인디 게임사는 물론 1인 개발사 간담을 서늘케 한 일이 발생했다. 글로벌 게임 개발 엔진 ‘유니티’(Unity)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설치당 과금’이라는 획기적인(?) 신규 런타임 수수료 요금제를 발표했기 때문인데, 그 파장은 아직도 잔잔하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먼저, 게임 엔진 시장은 회사 이름과 동일한 게임 엔진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을 제공하는 에픽게임즈가 독점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은 3D 기술이 집약돼 있어,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PC·콘솔에서 손쉽게 구현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유니티도 마찬가지지만, 사양이 좀 더 가벼운 모바일 게임 제작에 더욱 특화돼 있다.

이런 게임 엔진 없이 아예 처음부터 게임을 만드는 것도 물론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체 엔진이 없다면 게임 제작을 위한 시간과 비용 소모 견적은 예측 불가능하다. 꽤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개발사일수록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기성 버전의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다.

다운로드 2건당 20센트 부과

이러한 가운데, 특히 유니티는 게임 엔진 활용 및 제작을 지원하는 ‘유니티 크리에이트’와 앱·게임 출시 전후 데이터 및 수익 관리를 돕는 ‘유니티 그로우’로 구성돼 있다.

즉, 누구나 쉽게 유니티를 활용해 원하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이용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는 뜻이다. 개발 난도가 낮고 요금 또한 저렴한 편이어서, 중소 게임사부터 인디 게임사, 1인 개발자까지 다양하게 유니티를 이용해왔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도 부담 없이 접근해왔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게임 개발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니티를 운영하는 미국 유니티테크놀로지스는 그간 기업 매출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왔다. 유니티로 제작된 게임 중 흥행작이 상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3700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1조2000억원까지 약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에 따른 여파로, 올해 1월과 5월 수백 명 규모의 정리해고가 단행하기도 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유니티가 요금 인상을 하는 건 당연지사였고, 개발자들도 이를 아예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유니티는 지난달 12일, 기습적으로 새롭게 개편된 요금제를 발표했다.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최근 발표한 신규 요금제는 특정 조건 부합 시 게임 다운로드 수에 비례하는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이게 앞서 안내했던 바로 그 ‘설치당 과금’이다.

예컨대, 유니티 게임 엔진을 무료로 이용하는 학생·아마추어 개발자가 쓰는 서비스인 ‘유니티 퍼스널(Unity Personal)’ 및 소규모 개발팀이 쓰는 서비스인 ‘유니티 플러스’로 만들어진 게임이 매출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 이상을 기록했을 경우, 20만회 다운로드부터 1건 설치당 20센트(한화 약 266원) 요금을 부과한다.

이를 ‘런타임 수수료’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흥행했을 때, 이용자가 게임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266원을 유니티가 걷어가겠다는 의미다.

대형 게임 개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형 게임사가 주로 활용하는 ‘유니티 프로’ 또는 ‘유니티 엔터프라이즈’로 만들어진 흥행 게임에게 걷어가는 요금은 오히려 더했다.

만약, 대형 개발사가 100만달러(한화 약 13억원) 이상 매출을 내고 총 누적 설치 횟수가 100만회 이상인 게임을 만들었다면 건당 적게는 1센트부터 많게는 15센트를 내야 한다. 애초부터 대형 게임 개발사는 회사 이름에 대한 기댓값이 있기 때문에 다운로드 수가 일정 수치를 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인디·1인 개발사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요금 폭등이 예상됐었다.

연매출 10억원 초과시 적용

유니티가 비난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신규 런타임 수수료 정책을 수립할 때, 주 사용 고객인 게임사 및 개발자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 게임사·인디 게임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며 상황을 파악하기도 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서도 유니티 관련 핵심 인사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소환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핵심 고객사들이 밀집된 한국에서의 여론이 심상치 않자, 유니티는 한발 물러섰다. 퍼스널 플랜 구독자에게는 런타임 수수료를 받지 않고, 기업용인 프로와 엔터프라이즈 구독자가 구 버전 유니티를 사용할 경우에도 이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버전의 유니티로 만든 게임 연 매출이 100만달러가 넘으면 런타임 수수료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유니티가 언제 돌변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게임이나 콘텐츠 등 결과물이 대박을 냈을 지라도 마냥 좋아할 수가 없는 신세가 된 것. 해외에서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유니티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중소 개발사를 포함한 전 고객사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는 것이다. 소통이야말로 ‘상생’, 그리고 ‘윈윈’(Win-Win)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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