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결·삶’에 초점 맞춰 리브랜딩
이미지 변화·성장정체 탈피 정조준
하이퍼로컬 플랫폼사업 가속페달

“당…근이세요?”

우리 동네 주민들 입을 쉽게 열어주는 마법의 단어, ‘당근’. 쓰다가 팔고 싶은 물건이 생기게 됐을 때, 편하게 사진을 찍고 원하는 가격을 제시해 당근에 올리면 관심을 가진 동네 주민들이 말을 걸어온다. 거래는 그렇게 길거리에서 성사된다. 당근을 애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쩐지 길에서 갑자기 들어도 낯설지 않은 단어다.

그동안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중고거래 방식이 많았지만, 2020년대로 들어오면서 ‘당근’은 이제 어엿한 중고거래의 대명사가 된 셈이다. 당근은 어느새 일상생활 속에서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당근에 올려봐”, “당근으로 마련했어!” 등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이러한 문화를 주도했던 중고거래 서비스 앱이자 중소기업 당근마켓은 최근 ‘마켓’을 떼고 ‘당근’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했다. ‘당신 근처’를 뜻하는 ‘당근’으로 줄이고, ‘지역·연결·삶’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에 집중한 하이퍼로컬(지역밀착)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 창립된 당근은 본래부터도 ‘당신의 근처(당근) 마켓’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당근마켓 서비스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근무했던 김용현 대표이사가 정보기술 기업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를 실험실로 ‘판교인’들끼리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내놓은 것이 첫 걸음이었다.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얼리어답터 판교인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난 2018년부터 전국 서비스로 확대했다.

이후 당근마켓은 앱 내 송금·결제 기능을 담은 ‘당근페이’를 출시했고 중고차 직거래, 당근 모임, 당근 알바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왔다. 당근이란 브랜드 인지도가 점차적으로 커짐에 따라 서비스 형태도 확장된 것이다. 그 결과 당근은 기업가치 3조원이 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동안 시공간을 뛰어넘는 디지털 시대에 동네 사람들끼리 만나 거래를 한다는 당근마켓 성장은 주목받아 왔다. 당근마켓은 전국을 6577개 지역으로 쪼개 거주 지역 인증을 기반으로 이웃끼리 중고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예컨대, 소상공인이 채팅을 보낼 수 있는 단골 고객 관리 기능, 미용실·네일숍 등 동네 가게 예약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1인 판매자부터 소상공인까지 누구나 효율적으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광고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반경 300m부터 1.5㎞ 내 당근 이용자로 정밀하게 맞출 수 있다. 이 같은 결과, 지난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가구 수를 넘어섰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00만명에 이른다. MAU는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적극 이용한 수를 뜻한다. MAU가 1000만명 이상으로 기록되면 관련 시장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주도적인 플랫폼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억6400만건의 ‘이웃 간 연결’이 발생했고 1000만건의 무료 나눔이 이뤄졌다. 이를 인정받은 당근마켓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2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다만 당근의 변화는 사실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던 일이었다. 몇 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주민 간 중고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중개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즉, 수익원은 지역 광고뿐이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영업손실 규모는 564억원에 이른다.

수익 기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당근은 리뉴얼을 시작으로 지역 밀착 중심 수익 창출을 꾀할 방침이다. 읍·면·동 단위, 가게 반경 300m, 걸어서 5분 거리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지역 광고 시장과 지역 기반 서비스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리브랜딩을 통해 기존 이미지 변화와 성장 정체 탈피를 꾀하는 중소기업은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홈라이프 솔루션 중소기업 앳홈은 지난달 단백질 식품 브랜드 ‘프로티원’ 리브랜딩을 단행해 효과를 봤다. 리브랜딩 신제품이 펀딩을 실시한 지 이틀 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해당 제품은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역대 단백질 쉐이크 브랜드 중 펀딩 금액 1위에 올랐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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