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뚜껑⋅풍성거품 처음엔 실패작
두 기술 합치니 뜻밖의 흥행대박
재도약 위한 ‘패자부활전’ 늘려야

없어 못 판다. 편의점 점주도 친구에게 부탁해 딱 한 캔 구해 간신히 마셔봤다. 얼마 전 돌풍을 일으킨 아사히 생맥주 이야기다. 최근 롯데아사히는 부산에 팝업스토어까지 만들어 이 캔맥주에 대한 인기 열풍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여전히 “그거 없어요?”라고 묻는 손님이 많다.

생맥주를 캔맥주로 만든다…….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기술이다. 열자마자 거품이 쏟아져 나와야 하고, 그러면서 흘러넘치지 않아야 한다. 생맥주 캔의 특별한 기술 혹은 아이디어는 두 가지다. 첫째는 통조림 캔처럼 뚜껑을 통째 여는 기술. 사실 이건 특별할 것은 없는 기술이다. 입술이 베이지 않도록 테두리만 부드럽게 처리하면 된다.

두 번째 기술은 거품이 뿜어 나오는 기술. 맥주를 실컷 흔들어 뚜껑을 열면 거품이 쏟아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뚜껑을 얌전히(?) 개봉해도 거품이 풍성한 맥주를 만들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일단, 생맥주 캔 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그런 걸 왜 만들어?”라는 반문이 대부분이었다. 기존에는 어떻게든 거품을 적게 만드는 것이 캔맥주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돌풍을 일으킨 이 생맥주 캔 제품이 사실 두 가지 실수가 버무려져 나온 결과라는 비밀은 알고 계시는지? 우리나라에서 ‘왕뚜껑 맥주’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뚜껑을 통째 여는 기술은 원래 실패작이었고, 거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술 또한 실수였다.

왕뚜껑 기술은 ‘캔맥주 입구가 통째 열리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맥주잔을 들고 마시듯 내용물을 보면서 마시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작 만들고 봤더니, 캔맥주 내용물이 보이는 풍경이 그동안의 습관과 달라, ‘마치 오줌을 마시는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역시 캔맥주는 작은 뚜껑이어야 하는가. 아쉬움을 달래며 덮었던 기술이다.

거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술 또한 마찬가지. 이건 실수로 탄생한 기술인데, 캔맥주 안쪽은 원래 매끈하게 코팅 처리를 해서 거품이 가급적 적게 나오도록 만든다. 그런데 맥주 회사의 어느 연구원이 코팅 필름을 실험하다가, 캔맥주 안쪽에 돌기가 가득한 필름을 붙였는가 보다. 그랬더니 거품이 왕성하게 올라왔다. “이렇게 하면 거품이 많아지는군.” 그런 사실은 깨달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발명이라며 폐기 처분됐던 기술이다.

요컨대 생맥주 캔은 이런 두 가지 실패작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흥행을 일으킨, ‘대박의 이단’에 해당하는 사례다. 왕뚜껑 기술은 ‘맥주가 오줌처럼 보인다’는 흠결이 있었는데, 거품이 풍성하게 나오는 기술과 결합하면서, 생맥주의 모양과 풍미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 역으로, 거품이 풍성하게 나오는 기술은 일반적인 캔맥주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술이었는데, 왕뚜껑 기술과 결합하면서, 거품을 필요한 양만큼 배출해내는 기술이 됐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일들이 많다. 실패한 조각을 방치해놓으면 자체로는 실패에 불과하지만, 실패의 조각이 모이고 모여 새로운 성공의 퍼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 말자. 쉽게 비웃거나 폐기하지도 말자. 꼭 기억해두자. 언젠가는 대박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일본산 맥주라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만 아니라 그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한껏 끌어당기는 것이 더욱 분명한 극일(克日)의 길 아닐까. 실패한 사람에게 패자부활전과도 같은 기회를 자꾸 제공해주는 것이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거창한 소망까지 가져본다. 맥주 하나가 많은 것을 일깨운다.

 

 

 

봉달호
편의점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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