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본선 우승 3개팀이 말하는 창업⋅글로벌 도전
반영구 촛불⋅제로 플라스틱 샴푸바⋅친환경 생리컵 고안
자신의 꿈 좇아 창업 도전… 제2의 토스⋅테슬라 날갯짓
중소기업 꺼리는 우리 사회, 편견 걷어내야 성장 발판

2023 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ITC) 한국 본선대회에서 우승한 6명의 학생이 지난 24일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2023 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ITC) 한국 본선대회에서 우승한 6명의 학생이 지난 24일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정부가 지난 7월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에는 눈여겨볼 만한 계획이 담겼다. 바로 ‘기업가 정신’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우선 2025년 새 교육과정 시행에 따라 ‘발명과 기업가 정신’ 등 고교 신규과목이 편성된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한국사회의 실상을 둘러보면 이제라도 고등과정부터 경제성장에서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을 제대로 조명하는 일은 미래 예비 기업가는 물론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경제 관념을 심어줄 좋은 기회로 보인다.

그렇다면 요즘 고등학생들은 기업가 정신과 창업 그리고 글로벌 시장 도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중소기업뉴스>가 페덱스(FedEx)와 JA(Junior Achievement)의 국제무역창업대회(ITC) 본선(한국) 우승자 3개팀인 △Jeju entrepreneurs △Panorama △Leaves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6명 모두 16~19세 사이에 혈기 왕성하고 꿈많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다.
 

Q. 팀명에 굳이 기업가(Entrepreneurs)란 용어를 넣은 게 궁금합니다.

Jeju entrepreneurs(이하 제주팀) 솔직히 Entrepreneurs란 말 자체가 멋졌어요. 비슷한 영문명인 Businessperson, Businessman이 사업가란 의미인데, Entrepreneur는 말 그대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대변하는 거 같아 좋았습니다.
 

Q. Entrepreneur란 말은 뜻은 파괴적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단순한 사업가와 구분되고 사회와 경제 변혁의 주인공을 지칭하는 걸로 압니다만. 고등학생 신분으로 도대체 이번 국제무역창업대회서 어떤 혁신 아이템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이번 대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을 대상으로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상품이 주제였다.)

제주팀 : 우리는 남아공의 고질적인 순환정전(로드셰딩·load-shedding) 이슈에 집중했습니다. 전력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지역별로 돌아가며 하루에 몇 차례씩 정전이 되는 겁니다. 심할 땐 10시간도 정전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죠. 남아공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NSC를 치르는 수능고사장도 예외는 아니더라고요. 남아공의 국민들이 촛불을 전기 대체로 엄청 사용한다는 정보를 찾았고, 이에 재사용이 가능한 촛불을 생각했죠. 저희 팀이 제안한 루모 캔들은 일반 촛불 10개와 동일한 가격이지만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촛농이 자동으로 내려가면 다시 축적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Panorama(이하 파노라마팀) 저희는 제로 플라스틱 샴푸 바와 칫솔 세트를 제안했습니다. 액체형 샴푸 말고 샴푸 바가 있는데 남아공에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샴푸 바에 쓰이는 원재료에 아르간 오일과 코코넛 오일 등을 넣는데 이게 흑인들 특유의 뻣뻣한 머릿결에 유용한 성분이다. 또한 남아공에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인종들이 관광을 오기 때문에 플라스틱 성분을 줄인 세안용품을 고안했습니다.

Leaves(이하 잎사귀팀) 저희 프로젝트는 사회적 환원이나 책임에 좀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창업의 본질에는 정당한 이윤 추구도 있겠지만, 입사귀팀이 제안한 친환경 생리컵은 여성의 인권을 도와주면서 적절하게 이윤을 낼 수 있는 그 비율에 대해 고민했던 거 같아요. 돈을 많이 번 다음에 사회적 환원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 판매되는 단계부터 사회공헌이 함께 이뤄지는 방식 말이죠. 일단은 성교육 유튜브나 8월 9일 개최되는 국제여성의 날 행사에서 더 많은 여성들에게 월경컵에 대한 사용법을 알리면서도 생리컵이 10개 판매하면 1개는 기부를 하는 마케팅을 생각했어요. 마치 탐스 슈즈(Toms Shoes)처럼 말이죠. (글로벌 신발기업인 탐스는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구매하면 제3세계 아이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하며 영리활동과 자선활동을 동시에 해왔다.)
 

Q. 남아공이라는 현지 시장 상황이나 각종 정보는 어떻게 조사했나요? 혹시 이거 때문에 남아공 직접 다녀온 사람은 없죠?(모두 웃음)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뭐냐면, 일반적으로 접하는 해외 정보는 실상과는 다르게 왜곡되는 정보가 상당히 많잖아요. 확증편향적인 시장 정보를 접하다가 수많은 오해와 편견이 생기면 창업 아이템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나올텐데요.

제주팀 :  저희가 캔들 제품을 구상하기 전에 일단 남아공 일반 국민 생활에 대한 실상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복잡한 통계 보고서 보다는 실제 생활 패턴을 확인할 프라이머리 소스(Primary Source: 1차 자료)에 집중했어요. 실제 남아공 사람의 인터뷰라든지, 순환정전의 사진이라든지 또 각종 동영상들 말이죠. 그중 중심적으로 봤던 건 유튜브 ‘브이로그’(V-log)라고 해서 그 사람들 하루 하루 사는 거 그냥 찍어놓은 게 있는데 그게 유용했어요. 정말 청소년들이 정전 때문에 집에서 학교 숙제를 못한다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구글링으로 순환정전이란 이슈를 찾아보면서 남아공 국민들이 겪는 생활 문제에 한발 더 가깝게 접근했던 거 같아요.

잎사귀팀 :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의 정보를 많이 활용했어요. 그리고 여성 문제다 보니까 국제여성협회 사이트도 참고를 했고요. 어쨌든 저희가 구상한 제안 제품이 위생용품이면서 의료용품으로 분류가 돼 WHO의 자료도 조사했어요. 여기에 현지 남아공이 의료용품에 분류한 각종 규정집도 크로스 체크했고요.

파노라마팀 :  저희가 구상하는 제안 제품의 카테고리를 관광산업 필수재로 봤어요. 그래서 최대한 공신력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이트를 조사했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관광 산업 연관 리포트 같은 걸 봤는데 도움이 크게 됐어요. 그 보고서들의 공통된 교집합이 있었는데, 거기에 친환경 관광산업이 대두될 거라고 제시하더라고요. 제안 제품의 힌트를 거기서 잡았죠.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생각보다 시장조사와 아이템 발굴 과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여기 6명의 학생분들은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과 다른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받을텐데요. 혹시 교육 과정에서 일반적인 경제이론 수업이나 창업 관련 과목이 있나요?

잎사귀팀 : 저희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에는 경제 관련 2개의 계열이 있어요. 비즈니스 계열 같은 경우에는 경영과 경제 관련 과목들을 많이 이수할 수 있고요. 예를 들면 산업, 경제, 수출입 관리, 금융, 일반 마케팅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요. 기업가 정신 내용도 들을 수 있고요. 그리고 또 창업 특기자 전형이 따로 있어요. 입학시험 과정에서 본인의 창업 아이디어를 검증받는 전형인데요. 이들은 창업 관련 다양한 과목을 필수 이수해야 합니다.

제주팀 : 저희는 창업이나 기업경영 관련 수업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학생들의 자발적 동아리 활동으로 이러한 이슈를 소화하고 있어요. 저희는 ‘데카’라는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는데 여기서 창업이나 무역 관련 세계대회를 준비하는 거죠.

파노라마팀 :  아쉽게도 경제 관련 수업이나 비슷한 동아리도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 이번 국제무역창업대회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돼 신청하게 된 거죠. 그런데 확실히 예선 과정을 거치면서 별도로 기본적인 경제·경영 이론을 더 공부해야 했어요. 유튜브와 구글 검색이 도움이 됐고요.

Q. 혹시 여러분은 이병철·정주영 같은 한국경제 창업 1세대의 스토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일동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평소에 존경하는 기업가나 스타트업 CEO가 있을까요?

잎사귀팀 : 토스의 이승건 창업가를 꼽고 싶어요. 서울대학교 치대를 나오셔서 굉장히 안정적인 전문직업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자아 실현을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잖아요. 저는 그 점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또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이승건 창업가가 여러 기업과 현장을 돌아다니며 관찰을 주도면밀하게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찾은 게 바로 금융 솔루션이었고 이것으로 수많은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올려줬잖아요.

제주팀 : 루믹스미디어의 이용훈 대표님을 꼽고 싶습니다. 저희 아버지입니다.(이재원 학생) 루믹스미디어는 2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고 인터넷미디어사업을 하는 곳이에요. 한국에 영화 배급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던 2004년부터 시장개척을 하셨는데 그 점에서 배울 게 많은 거 같아요. 근래에는 동남아 시장에 IP 판권 수출을 지금도 훌륭히 해내시는데요. 옆에서 보면 현지 시장조사를 정말 철저하게 노력하시는 게 느껴집니다.

파노라마팀 : 일론 머스크를 존경하는데요. 저희가 본받고 싶은 점은 실패입니다. 사업 초창기부터 실패 거듭하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까. 페이팔에 이어 테슬라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이제는 스페이스엑스로 우주관광도 선도하고 있어요. 이처럼 무궁무진한 분야에서 큰 성공을 모두 거뒀다는 점이 굉장히 존경스러워요. 여기에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환경과 미래사회를 위한 지원활동 부분도 배울 점이 많은 거 같습니다.
 

Q. 학생 여러분이 기업가 정신과 창업 그리고 글로벌 시장 등에 솔직하고 반짝이는 대답을 해줘 감사합니다. 끝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잎사귀팀 : 한국 사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다고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사실입니다. 요즘엔 학구열도 높아지고 취업에 대한 기대치도 학생들이나 부모님들 모두 상향돼 대기업 취직 말고는 중소기업은 꺼리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그러한 편견들이 좀 안타깝고 중소기업이 열악하다는 여론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주팀 :  저희 아버지(이재원 학생)도 중소기업을 창업하셨고 회사가 성장하는 걸 제가 옆에서 지켜봐 왔는데요. 어린 시절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초창기에는 진짜 조그마한 방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시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엔 아주 조그마한 회사라도 성장하다 보면 직원들도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어요. 저희 회사에 재직하다가 더큰 대기업으로 가는 직원분들도 있었죠. 저는 중소기업이라는 법인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함께 일하는 직원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ITC) : FedEx Express와 JA는 실질적인 팀워크 활동과 수업을 통해 비즈니스 지식을 전파하고자 국제무역워크샵(International Trade Workshops)과 국제무역창업대회(International Trade Challeng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무역창업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두 명씩 한 팀을 이뤄, 주최측에서 정한 국가에 맞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시키고 시장진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회 참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제품 판매, 배송 등 실제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또한, 참가 학생들은 팀으로서의 협동심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운영상 발생 가능한 여러 위험요인을 분석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시장조사를 통한 분석 능력을 함양한다.

FedEx Express : 세계 최대 특송 업체중 하나로, 220여 개 국가 및 지역에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글로벌 항공 및 지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간에 민감한 배송물을 정해진 시간과 날짜에 신속하게 배송한다.

JA(Junior Achievement) Korea : 국제 청소년 교육 비영리 단체로서 청소년들에게 진로취업, 경제금융, 기업가정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본부인 JA Worldwide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청소년 NGO로 선정됐다. 매년 약 1200만명의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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