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감·가격 간 균형유지 필수
‘이케아 추락’ 반면교사 삼을만
잘못 결정땐 오랜기간 치명타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케아는 싸지 않다”며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합리적 소비’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케아는 싸지 않다”며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합리적 소비’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케아는 싸지 않다”며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합리적 소비’(Reasonable Consump tion)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합리적 소비는 소비에 따른 기회비용과 만족감을 고려해 가장 편익이 큰 대안을 심사숙고하는 소비행위를 말한다.

요즘 배달음식 시장의 변화만 봐도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체감할 수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음식 배달비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들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지난 8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배달앱 월 이용자 평균치는 약 2939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0만명이나 줄어든 충격적인 수치다.

최근 음식 배달비가 5000원대를 넘어 심지어 때에 따라 1만원까지 치솟았다. 치킨이라는 ‘음식’을 먹기 위해 배달을 시키는지,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치킨을 주문하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이제 배고픈 소비자들은 손수 음식을 포장해 오거나 집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뒤늦게 배달시장 플랫폼 업계가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태부족이다. 지난해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배달의민족마저 조만간 적자를 걱정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위기다. 그만큼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시장 가격’에 대한 합리적 선택이란 무엇인가를 학습해 왔다. 결국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시장 가격이 탄력성을 회복해 제자리를 찾는 모양새다.

합리적 소비가 대세가 된 다른 이유가 더 있다. 바로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이 ‘선진국형’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영향도 있다. 일과 삶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형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문체부가 지난 2020년 2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문화·여가 소비는 계층 간 문화 향유의 격차가 줄어들고, 가족과 함께 즐기는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케아의 DIY나 실용적 알뜰 소비 모두 선진 소비의 대명사다. 여기에 고물가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플렉스’나 ‘오마카세’와 같은 과시형 소비와는 반대로 ‘짠물 소비’로 불리는 절약형 소비 트렌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까다로운 합리적 소비자 집단과 집적 맞닿는 B2C 기업들은 가격 결정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이럴 때 기업의 가격 결정은 무조건 올리거나, 내려서는 안 된다. 지금의 가격은 즉각적인 결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경쟁의 위치와 브랜드 파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격을 인하하면 시장의 소비자들을 빼앗아 올 수 있으나, 손익을 회복하려면 몇 년을 고생해야 한다.

그렇다면 B2C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할까? 이를 위해 2차원 그래프(그림)를 살펴보자. 세로축은 일반 상품에서 완전히 독특한 상품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하는지를 나타낸다.

가로축은 필수품에서 기호상품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2차원 그래프 어디에 속했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다.

가장 좋은 위치는 독특한 필수품이 속한 지점(A)이다. 소비자가 반드시 가져야 하고 유사한 대체품이 전혀 없다. 매우 평범한 상품이라도 이 위치에 들어간다면, 경기가 얼마나 나빠지든 고민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개인 위생품 브랜드 중 선호도가 높은 제품은 요즘 같은 때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최악의 위치는 기호품이 속한 반대편(D)이다. 경쟁 제품 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업종이 대형 항공사들이다. 여행은 자주 연기되고 항공편이 많은 노선에서는 굳이 특정 항공사를 선택할 이유도 없다. 자동차 업체도 D에 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차를 1년 더 탈 수 있는데 굳이 새 차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프의 나머지 두 부분(B, C)은 최고와 최악의 중간이다. 생활필수품(C)은 화장지와 치약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계속 구매하겠지만 브랜드는 별로 상관없다. 매우 차별화된 기호상품(B)은 고가의 스마트폰이나 1억원이 넘는 수입 자동차다. 독특하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다.

영리한 기업은 이러한 방법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가격을 정한다. 가격 결정은 항상 중요하지만 경기호황 때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시기에 제대로 매기지 않아도 큰 타격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린 결정에 대해 오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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