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글로벌 공급망(GVC) 관리 분야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요시 셰피(Yossi Sheffi) MIT 교수가 최근 미국의 잡 매칭 플랫폼 ‘builtin’에 기고한 ‘Why an Automated Future Won’t Be a Jobless One’ 제하의 칼럼 내용을 번역했다.

*칼럼의 번역은 류종기 EY한영 지속가능금융(ESG) 상무가 진행했다.

인공지능 기반 산업 혁명은 몇 가지 핵심적인 측면에서 이전의 혁명과 다를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력이 대체되고 실업 문제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 혁신의 여러 물결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날 운명이라는 두려움을 가져온다. 산업혁명 초기 나타나기 시작한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거리를 빼앗아간다는 생각으로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 이후로, 노동자들은 통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자동화에 위협을 계속 느껴왔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기술의 적용이 증가하면서 유사한 우려를 촉발하고 있다.

제조 분야 중소기업이 생산공정 과정에서 겪는 각종 문제점을 AI 컨설팅과 실증사업으로 개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조 분야 중소기업이 생산공정 과정에서 겪는 각종 문제점을 AI 컨설팅과 실증사업으로 개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두려움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현재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기술 주도의 혁신으로 인한 비약적 발전이 대량 해고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미래를 준비할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일자리 감소를 의미하는가? 

많은 경우 자동화가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이전에 특별한 전문 지식이 필요했던 업무가 부분적으로 자동화되는 탈숙련화(deskilling)이다. 이런 직업에는 여전히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숙련도 요구조건이 낮아져, 경우에 따라 임금은 낮아진다.

좋은 예로, 오랫동안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25,000개의 거리와 100,000개의 랜드마크로 이루어진 미로 같은 런던시내에 대한 "지식"을 증명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2012년 등장한 우버는 자동차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내비게이션 앱을 들고 런던에 입성했다.

두 번째 단계는 스케일링(scaling)으로, 각 사람이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인간의 노동력이 증폭되는 것이다. 결국 주어진 생산량에 더 적은 작업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의 발명은 각 교환원이 전화를 걸기 위해 요청된 이름의 스위치 설정을 기억할 필요 없이 더 많은 전화를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프로세스가 빨라짐에 따라 더 적은 수의 교환원이 더 많은 통화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단계인 소멸(elimination)은 기계가 점차 개선되어 마침내 탈숙련화된 작업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예가 있는데, 전산화된 기술, 특히 개인용 컴퓨터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속기사, 타이피스트, 비서 및 회계장부 기록 담당자들의 필요를 줄였다. 마찬가지로, 초기 여객기는 다섯 명의 조종석 승무원, 즉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비행 엔지니어 및 무선 통신사가 필요했지만, 전자 공학 및 기술의 발전은 많은 역할이 사라지게 하여 조종사와 부조종사에게만 일자리를 남겨주었다.

소멸의 영향은 당연히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만 일부 작업자는 여전히 자동화하기 어려운 업무를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 서비스 업무, 비즈니스 관계 협상, 새롭게 도입되는 기계의 감독 등이 포함된다.

필요한 만큼 제공되는 기술

하지만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은 다음 네 가지 주요 영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1. 새로운 직업의 창출

정보 기술 혁명은 소프트웨어 설계자, 데이터 과학자, 웹 개발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직업을 만들었다. 변화의 속도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어떤 직업이 바뀔 가능성이 있고, 숙련도가 감소하며, 심지어는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 과거에 비해 더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을 통해 사람, 기업, 정부는 경력 재설계와 변경을 통해 근로자들이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2. 현재의 역할 확대

일부 새로운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의 연장선상에서 확대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일반 근로자도 프로그래머의 도움 없이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용자들은 도움이나 교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에 컴퓨터가 확산되면서 IT관련 직업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

오늘날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대화, 이야기,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 도구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의 사용에 능숙한 작업자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사람들이 이러한 인공지능 도구를 잘 사용하고 잘못된 결과가 나올 때 잘 깨달을 수 있도록 AI 트레이너와 분석 및 이해를 돕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표준적이지 않은 질문과 관련된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 그리고 모델을 교육하고 변동성과 요건 변화에 계속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과학자와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이 새롭게 필요하다.

3. 확장된 규모와 범위

기술 발전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객기의 조종석 승무원이 5명에서 2명으로 줄면서, 승객 당 인건비가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로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승객 수가 증가함하고 수요가 더 커짐에 따라 더 큰 항공기를 포함하여 규모의 혁신에 영감을 주었고, 이는 항공사가 더 많은 조종사, 객실 승무원, 수하물 취급자 및 공항 직원 고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4. 연쇄 효과

항공 여행의 증가는 세계 여행 붐을 일으켰다. 1970년과 2019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의 수는 약 9배 증가했다. 그 결과, 여행과 관광 산업에서 고용이 급증했고, 2020년 기준 거의 7억 명의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여행과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의 컨테이너화의 채택, 항공 여행의 증가 및 현대적인 통신 기술의 발전과 성장은 세계화를 촉진시켰다. 물론 이러한 연쇄 효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산업과 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혁명은 노동자들에게 다른가?

이전 산업 혁명에서는 일부 직업이 사라졌다. 그러나 각각의 혁명은 철도, 전기, 도로, 전화, 인터넷과 같은 많은 새로운 유형의 기반 시설, 자동차, 라디오, TV, 가전제품,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소비자 제품을 가져왔다.

이러한 제품들은 차례로 백화점, 통신 판매, 쇼핑몰, 대형마트, 전자 상거래와 같은 소매업의 혁신을 불러일으켜 경제 성장과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오늘날 진행 중인 AI 기반 혁명은 다음 몇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혁명들과 다르다. 전문직 종사자에게 영향이 크면서 광범위한 직업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기능을 수행하고, 매우 빠르게 작동한다. 

미래를 상상하는 데 있어 문제 중 하나는 우리 모두가 직업과 현재의 직업에 고용된 사람들이 바뀌거나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 동료, 가족, 그리고 우리 자신이다. 사실 우리는 미래에도 존재하는 새로운 경제와 일자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이 두 가지 사실 모두 불안의 근원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적용된 기술은 과거 산업 혁명보다 훨씬 크게 직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탈숙련화와 조직 내 역학관계의 변화에 불과할 수 있다.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와 엑셀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일반 직원과 관리자가 IT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것처럼, 오픈AI가 개발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프로그램 달리2(DALL·E 2)는 직원들이 예술가를 고용하지 않고도 예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ChatGPT를 사용하면 개인도 프로그래머 없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된 생산성은 많은 새롭고 다양한 직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성 AI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는 많은 텍스트, 예술, 컴퓨터 코드 등 다양한 요소와 함께 작동하도록 훈련된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정보검색 요청, 즉 쿼리가 주어지면 기계는 데이터에서 파생된 논리를 사용하여 응답을 생성한다.

따라서 일부 작업은 탈숙련화 되지만 동시에 상당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근로자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데 능숙해지고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현재 환경을 다르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은 AI 혁명의 변화 속도이다. 이전의 여러 산업 혁명에서는 농업 노동자가 기계로 대체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물리적 자산의 대량 생산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수십 년이 걸렸다. 

이러한 기술 제공 업체는 제품, 즉 동력 방직기, 증기 엔진, 전기 장비, 컨테이너 선박 등을 점점 더 큰 규모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공장과 공급 생태계를 설계하고 구축해야 했다. 근로자들은 은퇴할 때까지 제자리에서 노령화하거나 천천히 다른 직업으로 전환할 시간이 있었고, 기업과 근로자들은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가졌다. 

반대로, AI 기반 자동화, 모바일 앱,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AI 소프트웨어는 초기 개발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대량 생산은 즉각적이고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

또한 많은 기업, 조직이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했기 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스트림을 인간 매개 시스템에서 AI 매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건 매우 신속하다.

인공지능의 기회 활용

인공지능이 생산성 향상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변화의 속도로 볼 때 새로운 산업이 발전할 때까지 단기적으로는 많은 노동자들이 대체될 수 있다. 이는 강제적 변화, 소득 감소 및 여러 혼란을 수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변화를 무시하려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국가, 기업,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 환경에서도 근로자와 관리자는 업무의 세부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그들은 기계에 대한 작업을 정의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기계를 감독하고 필요할 때는 중지시키고 개입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하려면 다년간의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입 직원 수준의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이 어떻게 경험 있는 중견 관리자들을 양성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과제와 도전은 세 가지 방법으로 대비할 수 있다.

첫째, 방대한 온라인 교육과 훈련을 활용하여 기존 작업자들의 기술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AI 기반 증강현실과 같이 언제든지 사람들이 바로 앞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습득하고 돕는 기술과 온라인공개수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이 모두 포함된다.

증강현실 기반 항공기 정비 교육 콘텐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증강현실 기반 항공기 정비 교육 콘텐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또 다른 해결책은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시스템(duales Ausbildungssystem)와 유사한 도제 제도를 채택하고 맞춤화하는 것이다.

이 3~4년제 프로그램은 회사 근무 시간의 약 70%와 직업학교에서의 교육, 훈련 30%를 결합하고 급여와 생활비 보조금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독일 고등학교 졸업생의 절반 이상(54.5%)이 327개의 인정된 직업을 포함하는 이 시스템을 거친다. 

독일에서는 견습생의 약 3분의 2가 원래 견습생으로 고용했던 고용주의 정규직을 받아들인다. 회사가 이러한 견습생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원자는 학교가 아닌 회사에 지원하지만, 정부는 이 과정에 대한 교육 기준을 관리, 감독과 설정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또한 사람들을 재교육하고 새로운 직업으로 옮기는 것과 관련된 실업 자금 지원을 늘리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 기술 개발 속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제는 직장과 다른 곳에서 다가올 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획하고 개발해야 할 때다.

일의 미래에 인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기술이 항상 그래왔으며 의심할 여지없이 계속해서 창조할 새로운 세상에서 노동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요시 셰피(Yossi Sheffi) 교수는 MIT 엔지니어링 시스템학과의 Elisha Gray II 교수이자 MIT 트랜스포테이션, 로지스틱스 연구센터장이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동남아시아에 물류 연구센터를 설립하며 글로벌 공급망 연구를 면밀히 주도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 상시화 시대에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지지하고 미국의 기업 간 상생 극복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던 요시 셰피 교수의 저서 ‘뉴애브노멀: 팬데믹의 그림자 서플라이 쇼크를 대비하라’가 지난해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구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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