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으로 기술혁신 이끄는 가족기업

가족기업 경영자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소비자가 애호하는 제품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대를 이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온 장인정신은 가풍(家風)으로 세워지고 가족기업은 권위와 존경의 명문(名門)이 된다.

영국에는 왕실어용상인위원회(Royal Warrant Holders Association)가 인정하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랜드로버, 웨지우드, 닥스, 버버리, 펜할리곤스, 포트넘 앤 메이슨이 있다. 종(鍾)을 만드는 이탈리아의 폰데리아 폰티피시아 마리넬리, 와인잔 제조업체인 독일의 폰 포슁거, 화이트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위겔과 피스, 스웨덴 발렌베리, 프랑스 에르메스 등이 장인정신으로 전통과 역사를 이어온 가족기업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품목 수가 2020년 77개로 세계 10위임을 밝혔다. 2018년 65개, 2019년 71개에서 6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가족기업을 앞서는 토종 가족기업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석권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족기업을 살펴보면 광학필름 점유율 40%인 신화인터텍(1988년 설립), 산업용 친환경 저융점 접착용 섬유(Low Melting Fiber) 점유율 40%인 휴비스(2000년 설립), 소형 조류 부화기 점유율 30%인 오토일렉스(1994년 설립), 빨대 점유율 35%인 서일(1979년 설립), 수출비율 83%의 문구용 중성 잉크 분야 세계 1위 유앤아이(1958년 설립), 자동차 미러용 히터 점유율 40%인 썬텍(1993년 설립), 항공사가 기내에서 면세품이나 음식물을 판매할 때 쓰는 PDA 세계 1위 아이티웰(1998년 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세계인 사로잡는 토종가족기업

무한도전으로 기술대국 견인차

신명난 손길에 존경⋅응원 보내자

대단한 기업들이다. 성과 중심의 단기 실적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 혁신으로 다져진 정교하고 섬세한 최고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품 하나하나에 혼과 넋을 불어넣는 놀랄 만큼 집요한 집념은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기술로 제품 혁신을 일으키고 가업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추구한다. 강력한 리더십과 안정감 있는 경영으로 대를 이어 지켜온 가족기업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확립한다.

특화된 고유의 기술을 응용해 신제품을 창출하기 위한 도전과 개척, 집념, 끈기, 정성이 일상화돼 가족기업의 힘의 원천으로 깃들어 웬만해서는 일반인은 도전할 엄두도 낼 수 없다. 자나 깨나 고민해 흘린 땀의 흔적이 제품에 묻어난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이 갈수록 새로운 변신을 주도한다.

비록 뛰어난 기술이나 유행을 창조한 브랜드로 시장을 선점하더라도 곧 뒤처지고 쇠퇴하므로 깨어서 지속 성장하는 동력을 멈춰서는 안 될 줄 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므로 이를 경계한다. 닭이 매일 낳는 달걀, 그 뱃속에 짙은 노랑의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해 달걀로 세상에 나오는 원리와 같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일본은 가족기업이 많은 국가다. 가족기업을 예우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동상에도 담는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선가는 오늘 이 시간에도 기술로 점철된 신제품을 개발하려고 땀 흘리는 가족기업이 있을 것이다. 몸에 밴 도전과 개척의 기업가 정신, 밥 먹듯 일상화한 집념과 끈기, 신께 기도하듯 쏟는 정성으로 외길을 걷는 가족기업이 진정한 애국자가 아닌가. 이제 사회적 존경심으로 가족기업을 예우하고 응원해 활력을 줄 때다. 기술대국을 꿈꾸고 만드는 이들의 신명난 손길에서 우리는 풍요를 누린다. 그 가족기업을 응원하라.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가족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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