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내음 나는 피트향이 위스키 풍미 요체
희석 않고 원액 그대로 마셔야 맛⋅향 오롯
전용잔에 따라 원샷보다 한 모금씩 음미

오크통은 위스키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위스키가 셰리 와인을 만든 셰리 캐스크나 버번 위스키를 만든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된다.
오크통은 위스키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위스키가 셰리 와인을 만든 셰리 캐스크나 버번 위스키를 만든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된다.

위스키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한 증류주로 위스키와 맥주는 형제다. 두 주종 모두 맥아(몰트·싹튼 보리)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맥아즙에 효모를 첨가하는 과정은 같지만 홉을 넣고 끓이는 과정을 거치면 맥주, 증류 과정을 거쳐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면 위스키가 된다. 너도 나도 마시는 위스키, 왜 좋은지 모르겠다면? 이것만은 주목해보자.

 

■ 위스키의 종류

가장 먼저 알아볼 용어는 위스키의 종류와 관련된 것들이다. 싱글몰트, 블렌디드, 그레인 등 위스키의 종류만 알아도 맛과 향이 훨씬 풍부하게 느껴진다.

#그레인 위스키

제일 단순하게 위스키를 분류하는 방법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느냐에 따른 것이다. ‘그레인 위스키’는 보리 맥아가 아니라 밀,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로 제조한다. 헤이그클럽, 임페리얼블루 등이 유명하다. 순수하게 보리로 만든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위스키 시장의 새로운 물결은 싱글몰트다.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한 싱글몰트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개성있고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혼합 방식에 따라 위스키를 구분할 수 있다. 요즘 대세인 ‘싱글몰트 위스키’도 혼합 방식에 따라 나눈 위스키 종류다. 맥아로 만든 몰트 위스키인데 단일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 위스키 원액만을 병입한 것이다. 각 증류소마다 제작 과정과 원료 등에 차이가 있어 개성이 뚜렷하고, 블렌디드 위스키의 맛을 담당하기 때문에 ‘키 몰트’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글렌피딕, 맥캘란, 야마자키, 발베니 등이 유명하다.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단일 증류소가 아니라 여러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 원액을 혼합해 만들면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가 된다. 몽키숄더, 네이키드몰트, 코퍼독 등이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3대장으로 통한다.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에서의 방점은 ‘몰트’에 있다. 몰트 위스키 이외의 술은 혼합하지 않는다. 만약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해 만들었다면 그건 ‘블렌디드 위스키’가 된다. 가장 대중적인 위스키이기도 하다.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조니워커 등 전 종류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위스키 브랜드가 블렌디드 위스키에 해당한다. 싱글몰트에 비해 개성은 약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균형 있는 맛을 선사하고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덕에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위스키는 원재료에 따라 보리로만 만든 몰트 위스키와 보리 외에 밀이나 호밀, 옥수수 등의 곡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로 구분할 수 있다.
위스키는 원재료에 따라 보리로만 만든 몰트 위스키와 보리 외에 밀이나 호밀, 옥수수 등의 곡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로 구분할 수 있다.

■ 위스키의 맛과 향

많은 사람들이 위스키를 찾는 이유는 위스키가 가진 훌륭한 향과 맛 때문이다. 위스키가 가진 본연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을 때 진정한 위스키 애호가가 될 수 있다. 오크통은 위스키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다. 위스키를 숙성하는 오크통은 크게 ‘셰리 캐스크’와 ‘버번 캐스크’로 나뉜다.

#셰리 캐스크

셰리 캐스크 위스키는 셰리 와인을 숙성한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를 말한다. 셰리 와인은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스페인 와인으로 달콤하고 꾸덕한 맛이 특징이다. 때문에 셰리 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는 건포도나 살구, 무화과 같은 풍미가 묻어난다.

#버번 캐스크

버번 캐스크는 옥수수로 만든 미국의 버번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으로 미국에서는 버번위스키를 만든 후 오크통을 재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다른 위스키 산지에서 이를 수입해 사용한다. 버번 캐스크 위스키의 경우 바닐라 향이 있고 맑은 황금색을 띠는 편이다.

어떤 술을 담았던 오크통인지와 함께 오크통의 크기, 사용횟수 등도 맛과 향에 영향을 준다. 가령 오크통이 작으면 작을수록 맛은 섬세해지고 오크통을 재사용하면 할수록 나무가 가진 고유의 향은 옅어진다. 대부분의 위스키 라벨에는 캐스크 종류가 기재돼 있는데, 오크통에 대해 알고 나면 마시기 전부터 어느 정도 위스키의 맛과 향을 추측해볼 수 있다.

#피트향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 중 보리를 발아 건조시킬 때 ‘피트’라는 이탄(泥炭)을 넣어 가마에 불을 붙이면 위스키에 스모키한 풍미가 더해진다. 흔히들 흙내음, 그을은 향, 담배의 타르 향, 훈제향이라고 표현하는 향인데 이 피트 향은 오크통과 함께 위스키의 풍미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피트는 원래 과거 몰래 밀주를 만들던 시절 석탄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사용한 대체 연료였다. 그러나 피트의 연기로 맥아를 말린 결과 스모키함과 강렬한 풍미가 생기면서 몰트 위스키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주요 연료로 자리매김했다. 피트 위스키라 할지라도 모두 같은 훈연향이 나는 건 아니다.

스코틀랜드의 피트는 보통 죽은 헤더로 이루어져 있고 아일랜드의 경우 죽은 잔디로 이루어져 있어 두 피트를 가지고 위스키를 만들면 그 풍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때문에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여도 산지에 따라 차이를 음미하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한편 모든 몰트 위스키가 피트를 사용하진 않는다. 피트를 사용하지 않은 위스키는 섬세한 향을 느끼기에 좋다.

위스키의 맛과 향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테이스팅 잔이라 불리는 ‘글렌 캐런’ 잔에 ‘니트’로 마시는 것이 좋다.
위스키의 맛과 향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테이스팅 잔이라 불리는 ‘글렌 캐런’ 잔에 ‘니트’로 마시는 것이 좋다.

■ 위스키 즐기는 방법

위스키는 오래 숙성을 하기에 시간과 열정이 깃든 술이다. 위스키의 독특한 맛과 문화를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조건은 전용 잔에 향을 음미하며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니트

위스키의 맛과 향을 오롯이 느끼려면 원액 그대로 마시는 것이 좋다. 이렇게 얼음으로 희석하거나 다른 음료를 첨가하지 않고 원액 그대로의 위스키를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을 ‘니트’라고 한다. 우리에겐 ‘스트레이트’라는 단어로 익숙한데, 목에 바로 털어 넣는다는 뜻의 스트레이트보다 ‘깔끔한, 정돈된’이라는 뜻의 니트가 위스키를 음미하며 마시는 쪽에 더 적합한 표현이다.

#글렌 캐런

위스키를 니트로 마실 때는 ‘글렌 캐런’ 잔과 같이 밑동이 굵고 입구 쪽에서 살짝 좁아지는 잔을 사용하는 게 좋다. 흡사 튤립 모양과도 비슷한 이 잔은 위스키의 향을 가장 잘 표현하며 위스키 본연의 색과 맛을 오롯이 느끼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잔에 따른 위스키는 바로 마시지 않고 잔을 돌리며 알코올 향을 날려준다. 알코올 향을 날린 위스키는 꿀꺽꿀꺽 마시기보다 입에 머금고 맛과 향을 음미한다. 몇 모금 마시다 잔에 물 몇 방울을 넣어주면 살짝 희석되면서 아로마가 더욱 풍부해진다. 여기에 초콜릿이나 말린 과일을 곁들이면 위스키의 풍미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보디감과 피니시

보디감과 피니시는 와인을 설명할 때에도 자주 쓰이는 용어다. 먼저 보디감은 위스키를 마실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말한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시음하다 보면 어떤 것은 가볍고 경쾌하게 느껴지고 어떤 것은 묵직하고 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때 느껴지는 묵직한 정도가 술의 보디감을 의미한다. 이 보디감은 어떤 게 더 좋고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온전히 개인 취향이므로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더 맛있게 느껴지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

피니시는 말 그대로 위스키를 마신 후 입안에서 느껴지는 여운을 의미한다. 가령 ‘우아한 피니시를 지녔다’라고 한다면 ‘목넘김을 한 후 잔향이 은은히 오래 맴돈다’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와인이든 위스키든 피니시가 길수록 더 좋은 술로 평가받는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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