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친구가 근무하는 업체에서 일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해 거절했더니, 얼마 후 고용청에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조사받으러 오라네요.”

지난 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사업장 변경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무리한 사업장 변경 요구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토론회를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의 외국인 활용기업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외국인력(E-9) 사업장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사항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대상 업체의 68%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 해지를 요구받았고, 요구받은 시점은 ‘입국 후 3개월 이내’가 25.9%로 가장 높았고, 96.8%의 중소기업은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계약 해지 요구를 거절했더니, 태업(33.3%), 꾀병(27.1%), 무단결근(25.0%) 등 85.4%의 외국인 근로자가 부당행위를 해,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고 정상적인 생산활동 차질을 버틸 수 없는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계약 해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뭘까?

낮은 임금과 작업환경이 열악해서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친구, 또는 같은 국적의 근로자와 근무하기를 희망’해서가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친구들과 함께 일하려고 태업 등 부당행위로 사업주를 괴롭히고 심지어 사업주를 고발하는 행태까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근로자가 계약 해지 후 다른 업체로 가게 되면, 기업은 대체 인력 구인 애로(81.2%), 도입비용 손실(57.1%), 제품생산 차질(55.0%) 등의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첫째,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둘째,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회 통념상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등이 발생했을 때, 가능하고 최초 입국 후 3년 중 3회까지 변경할 수 있다

이 중 두번째 경우는 사용자 업체의 휴·폐업,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 구체적인 사유가 정부 고시로 나열돼 있다.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태업, 꾀병, 무단결근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때 중소기업은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다.

법무부 등 통계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첫 직장에서 1년 미만 근무한 비중이 39.9%(17년), 42.3%(20년), 54.4%(21년)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1000명이 입국하면 544명은 첫 직장에서 1년도 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고용허가제 개선을 요구하는 여러 목소리가 있지만,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무단결근 등 불성실한 외국인력에 대한 제재 장치 마련’이다.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현재 약 28만명에 달한다. 고용허가제는 국내 체류를 희망하는 외국인들의 주요 입국 경로이며 그동안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상당히 이바지해왔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도입 20년 차에 접어든 지금, 외국인근로자제도의 허점(loophole)을 파고들어 중소기업의 근심거리가 됐다.

정부는 작년 12월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하지만 제도의 틀을 바꾸고 시스템 개편을 이뤄내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그동안 외국인 활용기업의 시름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급하고 중요한 것부터 바꾸자. 사업장 변경 제도부터 우선 손질하자. 국회와 정부는 이를 위한 입법에 즉각 착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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