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송시 변호사 선택이 승소 핵심

흔히들 ‘미국은 소송의 나라’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법률가들이 고객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금액에는 상한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들은 사자(lion)의 몫을 챙기고 희생자들은 빈손으로 끝난다.” 2000년대 초에 미 연방 하원을 이끌었던 데니스 해스터트 의장이 한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말이다. 오죽했으면 입법을 책임지고 있던 수장이 이런 말을 했을까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다. 소송 결정은 개인이나 기업 스스로가 내릴 수 있지만, 제소자가 있는 곳엔 반드시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법정에 서게 되는 피제소자가 있게 마련이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의 어느 편에 서 있든 정신적 고통은 물론 감당하기 힘든 변호사 비용과의 험난한 동행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미국의 소송 과정에서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체크리스트를 두 번의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변호사 선임

원고, 피고 어느 입장에서든 일단 예상되는 소송의 핵심 쟁점(특히 특허나 영업비밀 같은 전문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소송경력이 있는 변호사나 로펌을 선임하는 일이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는 뉴욕을 벗어난 타주에서의 소송일 경우, (1)클라이언트 회사와 고문계약서를 맺은 후 ‘소송 매니저’로서 처음부터 소송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고 (2)진행과정 속에서 기존의 로펌에 대해 불만을 품은 고객의 요청으로 로펌을 교체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3) 또 다른 경우에는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정 속에 다른 변호사와 합류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역할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 필자는 우선 소송의 관할 법정, 담당 판사와 상대측 담당 변호사에 대한 인적정보, 소송 쟁점과 피해 액수, 상대측 소송 당사자의 인적정보 및 재정상태, 관련 전문가 채택 여부 등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수집한 후, 고객회사의 실무 책임자와 함께 해당 도시에 소재한 몇 개의 로펌을 만나 집중 인터뷰를 하는 첫 번째 과정을 거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만나서 대화를 하는 가운데, 사건을 맡게 될 변호사의 전반적 인상, 핵심 이슈에 대한 전문성 보유 여부, 시간당 요율, 친화력(재판시 배심원들과의 관계성 증진 차원에서), 도덕성 등을 관찰하게 된다. 

물론 큰 사건일 경우에는 로펌에 속한 여러 명의 변호사가 함께 협업을 하게 되겠지만 역시 주 관심은 변론을 맡게 될 담당 파트너 변호사다. 

마지막 경우는 합류하는 시점에 따라 역할이 바뀌긴 하지만 선제적인 소송(방어) 전략 수립 과정이 이미 지난 상황에서는, 소송의 개괄적인 흐름과 유·불리한 쟁점에 관한 분석, 그간 한국기업과 미국 로펌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누락됐을지 모르는 여러 문화적, 사실적 항목들을 세밀히 점검하는 일도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에 열거한 내용은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를 둔 사례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소송을 준비하거나 방어해야하는 모든 소송 당사자에게 적용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임을 강조하고 싶다.

2. 증거수집(Discovery) 및 증언채취(Deposition)

미국 소송은 제소에 이은 피고의 답변·맞고소 절차를 거쳐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증거문서 수집, 제출, 교환 및 증언채취를 통한 진술확보 과정을 거치면서 변호사들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배제된 상태에서는 클라이언트의 말에만 의존하게 되고 상대편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물에 대한 검증의 기회가 생략되게 돼 배심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모될 수 있는 지루한 과정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건의 실체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재판 전의 중요한 소송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 예로 필자는 한국 대형기업의 미국 현지법인 회사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증거수집 과정의 일환으로 피고에게 해고결정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과 참석자 명단, 해고통보서 작성자 및 전달자에 관한 정보, 해고 결정과정에 참여한 모든 회사 관계자들 간에 교환된 이메일 및 내부 문건자료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 속에서 피고기업이 해고조치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증거를 조작·은폐시키려한 징후를 유추할 수 있게 돼 쉽게 이 케이스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결국 피고는 자존심을 버리고 손을 들어야 했지만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물이 이 과정 속에서 노출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시간낭비와 재판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또한 합의에 응함으로써 협상금액보다 훨씬 많을 수 있었던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판결의 가능성을 피해갈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변호사 수임료의 현실, 중재·소송 선택, 증인 공략과 관리, 협상전략 수립과 타이밍, 배심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다.

■정홍균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지난 25년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형사·민사소송을 수행해왔다. 정 변호사는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 뉴욕 총영사관·KOTRA 자문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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