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확정… 연장근로 단위 ‘주 → 월·분기·반기·연’ 운영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안식월처럼 장기휴가 활용도 허용
선택근로제 확대로 주4일근무 가능·맞벌이 부부 근무시간 조정

정부가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주 최대 52시간제’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주 최대 52시간제’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에 다니는 30대 근로자 A씨는 3월 셋째 주까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작업을 끝내야 한다.

현재 A씨는 52시간제에 따라 일주일에 52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만약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면 A씨를 고용한 사업주가 범법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A씨가 신제품 개발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일한 뒤 모든 작업을 끝낸 뒤에는 여유 있게 일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주 최대 52시간제개편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푹 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앞에 사례에 나온 A씨는 신제품 개발에 다소 여유가 있는 3월 첫째 주에는 연장 근로 없이 40시간 일한 뒤 차츰 업무 강도를 높여 셋째 주에는 69시간까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분기 이상땐 연장근로한도 축소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근로시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봤다. 현재는 근로자 한 명이 1주일에 1시간만 초과해 53시간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된다. 사업주 처벌을 피하려고 근로자가 실제로 더 일해도 52시간만 일한 것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분기·반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52시간(12시간×4.345) 분기156시간 반기312시간 624시간이 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다시 말해 분기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250시간(312시간의 80%)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되면 주 단위 근로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등 사업주는 일감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감이 적은 주에는 반대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한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휴게시간 조정해 조기 퇴근 가능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핵심이 52시간제 유연화이지만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된다.

이는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30분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하기도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확대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 근로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 시차출퇴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2021년 도입률은 6.2%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14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지만, 이번에 다시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탄력근로제의 실효성도 높인다.

현재는 탄력근로제 도입 시 대상 근로자와 근로일, 근로시간 등을 사전 확정해야 하는데, 사후 변경 절차가 없다. 이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로 사전 확정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현금만이 아니라 미래의 휴가(저축휴가)로도 가능토록 하는 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1개월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

시차출퇴근제 : 5, 18시간, 주당 40시간을 준수하면서 근로자별로 출근 및 퇴근 시각에 차이를 두어 근무하는 제도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