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 간 정확히 의사소통하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한 극작가 겸 평론가였던 죠지 버나드 쇼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 발신자와 수신자 간에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때론 전달된 내용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어기는 과정에서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나 실패, 의도적 무시 행위는 개인이나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한다.

 

#사례1 A사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N주에 소재한 현지법인이다. 필자는 A사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게 됐다. 뉴욕주가 아닌 타주에서 발생한 계약위반 사건의 피해자로서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시작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A사는 해당주에 소재한 중·대형 법무법인을 찾아가봤으나 시간당 법률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로펌에 소속된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2세 한인 변호사와 언어적 의사소통은 되는데 왠지 모르게 문화적, 정서적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A사의 재정상황을 포용할 수 있되 문제 제품의 기술적 특성을 잘 이해하며, 아울러 소송경험도 풍부한 지역의 소형 로펌을 선임해 수년간의 소송절차를 거치며 몇 차례의 합의시도를 해 봤지만, 양자 간의 간극이 너무 커 결국 재판을 하게 됐다.

재판이 시작되고 며칠 간 증인들이 회전문을 드나드는 사이, 어느 금요일 오후에 A사의 재무 담당 미국 직원 W씨에 대한 직접 심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모자라자 우리 측은 이 증인에 대한 나머지 심문을 월요일 아침에 속개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판사는 이를 승인하면서 W증인에게 귀하는 휴정되는 지금 이 시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Live Witness(마치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의 증인이라는 의미)로 간주하니 어느 누구와도 이 사건에 관해 일체의 대화나 상의를 금지하며, 양측의 모든 재판 관계자 역시 W씨와 이 사건에 관해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라는 구체적인 경고를 내렸다. 주말에 뉴욕을 다녀온 필자는 월요일 아침에 우리 측 현지 변호사 James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듣게 됐다.

A사 직원 W씨와 A사 사장이 금요일 저녁 회사일과 관련해 통화를 했다고 A사 직원으로부터 들었으며 일부 증언내용이 그들 사이에 논의됐다면 이는 중대한 위반사항이라고 책상을 두들기며 격앙돼 있었다. 가뜩이나 W씨가 상대측과 비밀리에 내통하고 있다는 의심이 있었던 가운데 이뤄진 금지된 커뮤니케이션이었기 때문에 James 변호사는 변호사 윤리법에 의거해 이런 정황을 판사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이 통화가 사실이었음을 당사자들을 통해 확인한 판사는 증인으로서 W씨의 자격을 즉시 박탈했다. 이 결과로 A사는 피고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액 책정액이 어떻게 계산되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증인을 잃게 됐다. 결국 A사는 B사의 귀책사유에 관계없이 손해배상 금액 산출의 재정적, 사업적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 사라짐에 따라 소송의 목적 자체가 상실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게 됐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그 통화가 상대측의 계획된 공작에 따라 매수된 미국 직원(W)이 파 놓은 고의적 함정이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A사가 지울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궁극적 책임은 판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어긴 A사로 돌릴 수밖에 없다.

#사례2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회사 C는 미국의 자회사 D를 상대로 E사가 제출한 특허 침해소송에서 피고 D사가 만일 특허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판매 중이던 문제 제품의 독립적 개발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원고 E사에게 제출하라는 판사의 명령을 받게 됐다. 그러나 미국 자회사에 근무하던 소송 담당 직원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이 내용이 본사에 제대로 전달·보고되지 않아 법원의 서류제출 경고를 두 번이나 어기게 되면서 D사에게 유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물이 재판의 최종 증거자료 목록에서 배제되게 됨에 따라 문제제품이 허가 없이 역설계된 무단 특허침해 제품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고,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꼼짝 없이 이행해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됐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실수가 불러 온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일례다.

결론 : 커뮤니케이션의 장애 요인은 대체적으로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 의사소통의 여과 과정에서 벌어지는 오류나 실수, 또는 결정권자의 비뚤어진 의도나 선택적 자구 해석에 따른 결과로 회사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상향적 의사소통에서 상급자가 듣기 좋은 말만을 한다거나 또는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다가 의도치 않은 큰 피해를 회사에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전된 의사소통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정홍균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지난 25년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형사·민사소송을 수행해왔다. 정 변호사는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 뉴욕 총영사관·KOTRA 자문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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