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이 감소하고 고 금리 등으로 민간 소비도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보다 둔화하지만,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를 웃도는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용 시장의 둔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 경제위기 때와 유사한 부진 예상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경제연구원(1.9%), 한국금융연구원(1.7%),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등 주요 기관들은 줄줄이 1%대로 낮춰잡았다.

최근 정부는 1.6%까지 성장률을 낮췄다. 한국은행(1.7%), 국책연구원 KDI(1.8%) 등보다 낮은 수치다. 우리 경제가 2%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5.1%) 등 대형위기를 맞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없다.

올해 경제가 대형위기 다음으로 힘든 상황이 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경제는 잠재 수준을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하강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수출 감소가 꼽힌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을 제외하고는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 세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이미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출(통관 기준)1년 전보다 5.8% 감소한 데 이어 11(-14.0%)에도 뒷걸음질 쳤다. 이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도 8.8% 줄어 석 달 연속 감소가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역성장은 기정사실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GDP 성장률 1%대 전망수출 뒷걸음질 현실화

고금리 지속 탓 민간소비 위축·기업투자도 멈칫


세계경제 둔화 장기화 따라 ‘L자형침체 가능성

中企 타격 더욱 심각, 부채 연착륙 대책 서둘러야

수출 감소에 생산 활동의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지수(계절조정 기준)110.5(2015=100)로 전월보다 3.6% 감소했다. 감소 폭으로는 20205(-7.5%) 이후 가장 크다. 제조업 생산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5% 줄어 20204(-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최근 경기 하강 속도가 코로나19 확산 초기만큼 가파른 것이다.

 

물가 오름세 둔화하지만 고금리 유지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올해 상승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지난해 5.1%에서 올해 3.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5.1%3.6%), KDI(5.1%3.2%) 등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 등이 하방 압력으로 꼽힌다. 다만 이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 안정 목표 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 한은도 3%를 넘어선 기준금리를 쉽사리 내릴 수 없다. 이는 민간 소비의 둔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가계의 저축 여력 등으로 큰 회복세를 보였던 민간 소비는 내년 금리 상승과 자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민간 소비가 지난해 4.6% 증가에서 올해 2.5% 증가로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7% 증가에서 올해 2.7% 증가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예고된 전 세계 경기 침체, 고금리 등으로 투자 또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둔화

지난해 큰 호조를 보였던 고용시장도 올해 찬 바람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가 10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9만명), KDI(8만명)10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인 80만명 안팎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다.

일상 회복에 따른 경제 활동 참여, 비대면·디지털 전환 등으로 취업자 수가 이례적으로 많이 늘어난 만큼 통계적 기저효과 등으로 상당 폭 둔화하는 흐름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는 가계의 소득 증가 둔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올해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을 포함해 내수마저 위축되는 경기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보면 재작년에는 수출 호조세가 뒷받침해줬고 지난해는 소비가 살아나서 뒷받침해줬다면, 새해에는 우리 경제 성장률을 높여줄 만한 뚜렷한 부문이 보이지 않는다올해 물가는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아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도 어렵고 침체가 온다고 하니 기업은 투자를 늘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L자형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잿빛 전망도 나온다.

새해 세계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고금리의 영향이 6개월1년 뒤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우리 경제가 하강한 뒤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에 회복 흐름이 나타나는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예상되는 침체 진입 시기는 유럽은 지난해 겨울, 미국은 새해 중반,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은 그다음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빠지고 고금리의 영향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임을 고려하면, 우리가 겪을 침체의 시기는 더 늦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企·소상공인 새해 전망도 어두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도 새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2022년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3년 경영계획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응답 기업의 61.5%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26.3%였다.

응답 기업의 87.8%는 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중기중앙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소상공인 경영환경 전망 및 경영 애로 실태 조사결과에서도 조사대상 업체의 56.0%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상 유지 응답도 33.7%였고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0.3%에 그쳤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내년에도 복합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금융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저금리 대출 전환 등 부채 연착륙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를 돕고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