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가 실리콘밸리를 뒤흔들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생태계의 화두는 사고뭉치 일런 머스크도, 위기의 트위터도, 승승장구 아마존도 아니다. 오픈AI가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 챗GPT.

오픈AI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인공지능 연구소다. 지난 2020년 초거대 인공지능 GPT3를 선보이면서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GPTGPT3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3.5에 해당된다.

GPT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스스로 학습한다. 기본 원리는 아이가 어른들의 말을 듣고 따라 하는 옹알이와 비슷하다. 다만 스케일이 다르다. GPT는 인터넷과 책에 있는 텍스트 빅데이터를 머신러닝한다.

이렇게 학습으로 성장시킨 지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한다. 인간처럼 광범위한 일반 자연어를 학습하기 때문에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이라고 정의된다.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는 인간과 체스를 뒀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인간과 바둑을 뒀다. 오픈AI의 챗GPT는 인간과 대화를 한다.

국어영역에선 글로벌 1

딥블루와 알파고도 당대의 인공지능 스타였다. GPT2020년대 인공지능의 슈퍼스타다. 비로소 인류문명에 진정한 기계지능이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Y컴비네이터 폴 그레이엄 설립자는 이렇게 말했다. “GPT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이른바 테크쉐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흥분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분명히 무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만 이렇게 말을 하는 인공지능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에 오픈AI의 챗GPT가 있다면 한국엔 네이버의 AI 하이퍼클로바가 있다. 인공지능의 성능은 파라미터라고 불리는 인공신경망의 숫자로 비교할 수 있다. GPT3의 파라미터는 1750억개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2040억개다. 학습능력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하이퍼클로바는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에서 GPT3와 챗GPT를 압도한다. 하이퍼클로바의 한국어 학습량은 GPT36500배다. GPT 인공지능이 외국어 영역 시험 점수는 나을지 몰라도 국어영역에선 하이퍼클로바가 글로벌 1등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도 오픈AI의 챗GPT도 오픈소스다. GPT를 만든 회사는 아예 이름부터가 오픈이다. 네이버 역시 하이퍼클로바의 컨셉트를 모두를 위한 AI로 잡았다. 누구나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결국 학습량이 정비례한다.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느냐가 경쟁력이다. 각종 서비스 개발에 투입될수록 인공지능들은 점점 더 똑똑해진다. 그래서 네이버도 오픈AI도 하이퍼클로바와 챗GPT한테 무료 알바를 뛰게 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하이퍼클로바는 노코드 기반이다. 인간과 기계는 의사소통을 위해 기계어를 활용한다. 기계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진 인간이 기계의 언어를 이해해서 의사소통을 해왔다. 이걸 깬 게 노코드다. 인간이 인간의 말인 자연어로 얘기해도 기계가 이해하고 해당 과업을 수행해준다.

우리말 달인 하이퍼클로바와 접목

키워드 입력하면 최적의 문장 예시


개발 시작하자마자 매출 대박 조짐

서비스 개시후 각종 창업대회 접수


프리시리즈A만으로도 38억 유치

광고문구·보도자료·이메일도 대행


소설·시나리오 같은 창작에도 도전

온라인 글쓰기’2030세대 관심 폭발

뤼튼은 글쓰기에 관련한 문제들을 풀어주는 스타트업이다. 뤼튼의 AI 글쓰기 연습 솔루션인 뤼튼 트레이닝은 내년 1월 열리는 ‘CES 2023’이 선정한 혁신상을 수상했다. 뤼튼은 소프트웨어와 모아빌앱 부문 수상자다. 글쓰기는 인간지능이든 인공지능이든 골머리부터 앓는 분야다. 글쓰기는 지능과 재능과 훈련의 결과다. 무엇을 쓸지 찾아내는 창의력과 쓰고자 하는 것을 표현할 구현력이 모두 필요하다. 게다가 글쓰기는 광범위하게 필요한 스킬이다.

요즘 2030 세대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글쓰기다. 소셜 세대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그리고 블로그에 무언가를 쓸 일이 적지 않다. 물론 정보의 주요 유통 창구는 영상이다. 절대 다수가 새로운 정보를 유튜브로 습득한다.

그런데 습득된 정보를 재가공해서 표현할 때는 글이 우선된다. 영상에 비하면 쉽고 빠른 경제적 표현 수단이기 때문이다.

글로 나를 표현할 일이 많은 게 소셜 세대다. 물론 진짜 중요한 글쓰기는 따로 있다. 취업용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는 경쟁적이고 실용적인 글쓰기다.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기 위해 글쓰기를 따로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마디로 글쓰기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뤼튼의 뤼튼트레이닝은 사용자가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도록 도와준다. 사용자가 특정 주제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질문을 던지면서 다음 문장을 유도한다. 추천 자료도 제안해준다. 작문연습을 시켜주는 것이다. 배경엔 네이버의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가 있다. 하이퍼클로바는 대학교 국문과 교수님들보다도 더 많은 한국어 텍스트 학습량을 자랑한다.

글쓰기 학습대상 무한대

사실상 한국어로 쓰여진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읽어본 다독가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가 특정 단어나 문장을 입력하면 거기에 이어질만한 예시 단어나 문장이나 표현을 제시해준다. 이걸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학습자는 예시 문장을 자신의 문장으로 습득하고 써먹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글쓰기 강좌와 원리는 같다.

다만 글쓰기 빨간펜 선생님보다 훨씬 교육이 쉽고 간편하다. 빨간펜 선생님이 가르칠 수 있는 학생수는 제한적이다. 뤼튼트레이닝은 무한대다.

사실 뤼튼의 창업 배경에도 빨간펜 선생님의 고민이 있다. 뤼튼을 창업한 이세영 대표는 199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3년 교내 학술동아리를 만들었었다. 1년만에 무려 100개 학교가 모인 연합동아리 한국청소년학술대회로 성장했다. 학생들의 소논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세영 대표는 도전골든벨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우승상금 300만원까지 투자해서 한국청소년학술대회를 13개국 3000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컨퍼런스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청소년학술대회도 직격탄을 맞았다. 행사 하루 전에 대회가 취소됐다. 무려 1억원의 참가비와 진행비를 환불해 줘야만 했다. 환불을 원하는 참가자한텐 환불을 해줬다. 환불 대신 다른 선택지도 제시해줬다. 팬데믹이 길어져서 온라인 컨퍼런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걸 고려해서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세영 대표는 하루 15시간 이상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했다. 이때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다수 학생들의 관심사가 온라인 글쓰기 강좌에 집중됐다. 글쓰기를 배우려는 수요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 반면에 빨간펜 선생님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단 의미다.

이세영 대표는 한국청소년학술대회 운영멤버들을 규합해서 20214월 뤼튼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초거대 한국어 AI인 하이퍼클로바를 이용해서 온라인 글쓰기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게 목표였다. 학술대회가 자연스럽게 시장조사와 창업멤버 결성의 테스트베드가 된 셈이다.

책 서문·장문도 가능

시드머니를 투자받고 개발을 시작하자마자 매출이 생겼다. 이른바 POC(Proof of Concept) 단계에서 매출이 발생하긴 쉽지 않다. 그만큼 잠재 수요가 강하고 시장이 기다리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대박 조짐이다. 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각종 창업 대회를 휩쓸었다. 20222월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프리A로만 38억원을 유치했다.

뤼튼의 서비스는 글쓰기 훈련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국 챗GPT처럼 글을 써주는 것도 주요 시장이다. 뤼튼의 주요 서비스는 뤼튼 트레이닝과 뤼튼이다. 뤼튼은 각종 분야의 전문적 글쓰기를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일단 실용적 글쓰기 영역을 분류했다. 블로그 포스팅과 SNS에 광고문구와 구글과 네이버 검색 광고 문구 그리고 회사 소개와 보도자료와 이메일을 대신 써준다.

사용자는 필요한 분야를 선택하고 원하는 내용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문장을 제시해준다. 뤼튼트레이닝이 훈련이라면 뤼튼은 실전이다. 책의 서문이나 긴 글쓰기도 가능하다. 소설이나 시나리오 같은 창작형 글쓰기도 다음 도전 과제다.

뤼튼과 챗GPT는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초거대 자연어 인공지능이 무수한 경우의 수에서 최적의 단어와 문장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GPT가 대화에 집중한다면 뤼튼은 쓰기에 주목한다. 그래서 챗GPT는 결국 구글 검색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대화반응형 검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대화한다. 뤼튼은 사용자가 생각을 정리해준다. 모든 글쓰기가 그렇듯이 자신과의 대화인 셈이다.

인공지능은 바야흐로 인간의 거의 모든 언어 능력을 패턴화하고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또 다른 인공지능인 깃허브 코파일럿은 키워드만 입력하면 컴퓨터 코딩을 자동 완성해준다. 렌사AI는 키워드가 될 수 있는 사진들을 제공해주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준다. 글과 코딩과 그림까지 확장돼 가고 있단 뜻이다.

뤼튼테크놀로지는 이런 최첨단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글쓰기라는 오래된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준다. 뤼튼은 쓰여졌다는 뜻의 영어 단어다. 지금 당신이 쓰려는 문장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쓰여졌다. AI는 이미 그 문장을 알고 있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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