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정말 흔한 질환이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성인 인구 중 28%가 고혈압 환자이며, 이는 1300만명을 넘는 엄청난 수에 해당된다. 게다가 고혈압의 유병률은 연령에 따라 증가해서, 60대 인구의 둘 중 한 명, 70대 이상에서는 세 명 중 두 명이 고혈압 환자다.

모든 고혈압 환자를 똑같이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듯, 고혈압도 환자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흔한 질환이라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많은 반면, 너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 질환이라 치료하는 방식도 다양해서, 비전문적인 정보만으로 고혈압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고,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여러 고혈압 환자들 중 좀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치료는 원하지 않는 환자이다. 혈압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일상생활에는 불편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고혈압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치료를 미루려고 하는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진단받는 환자부터, 오랜 경과를 거쳐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까지, 다양한 단계의 고혈압을 두루 접하게 되는 의사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느껴진다.

비전문적 처방하면 오히려 독

지나친 걱정도 혈압상승 조장

합병증 오기전 전문상담 필수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는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더욱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혈압 상승의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기 때문에, 불편감이나 합병증이 당장 드러나지 않더라도 10년 혹은 20년 뒤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반면, 고혈압 때문에 과도한 걱정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약간의 혈압 변화에도 불안해지고, 그 불안감 때문에 혈압이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사실 혈압은 변동성이 큰 생체 지표다. 심장의 수축과 혈관의 긴장도, 각종 호르몬과 교감신경계 활성도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실시간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른 변동 뿐 아니라, 심장이 박동을 할 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이 혈압이다. 최근 가정 혈압계가 많이 보급되면서, 혈압의 변동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집에서 스스로 측정한 혈압, 가정혈압은 치료 방향을 결정하거나 예후를 예측하는데 매우 유용하며, 고혈압의 다양한 모습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의사 혹은 간호사가 혈압을 측정할때에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불안감으로 인해 실제 혈압보다 높게 측정되는 백의 효과(White Coat Effect)’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의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가정혈압은 거의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다만, 일시적인 혈압 변동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관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마도 적절한 혈압 측정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용한 장소에서,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 5분간 안정을 취한 뒤, 혈압계의 커프를 심장 높이에 맞추고, 다리를 꼬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검증된 혈압계를 사용하며, 측정 전 30분 이내에 흡연, 카페인 섭취, 운동을 피해야 한다. 측정 중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번거로운 주의사항이 있는 이유는 모든 항목이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2~10mmHg, 흡연에 의해 5~20mmHg, 커프와 심장의 높이가 다를 경우에는 많게는 40mmHg 정도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다. 통증이나 심리적 스트레스도 혈압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흔한 원인이다. 실제보다 높게 측정된 혈압을 기준으로 혈압약을 증량하면, 혈압 저하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측정방법을 숙지해서 가정혈압을 제대로측정하는 것이 필수적 이다.

고혈압은 흔한 질환이라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주된 원인이나 양상, 동반 질환과 치료법이 다양하다. 치료를 미루거나,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고혈압을 관리하게 되면 장기간에 걸쳐 심혈관계 손상이 누적되고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해 관리해야 한다.

 

- 황인창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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