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김장… 이게 진짜 밥도둑
겨울철 반양식, 식단 필수메뉴
적정온도 유지가 보관의 핵심
김장김치·돼지수육 환상궁합

오늘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다. 산과 들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겨울잠 자는 동물들도 땅속에 굴을 파 숨어들기 시작한다는 입동. 이 시기가 다가오면 집집마다 겨울 날 준비에 들어간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장이다. 요즘엔 김치를 사먹는 집이 많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올해 김장은 어떻게 할 지 물어보는 이야기가 자주 들릴 정도로 김장이 늦가을 최대 이슈 중 하나라는 사실만큼은 여전하다.

입동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입동이 김장철 기준 되는 이유

김치는 ‘겨울철의 반 양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 식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김치는 ‘겨울철의 반 양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 식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김장은 한겨울 3~4개월 동안 먹을 채소의 저장 방법으로 이때 담근 김치를 김장 김치라고 부른다. 김장 김치의 주재료는 배추와 무이며 여기에 미나리··마늘··생강 등의 향신 채소를 넣고 소금·젓갈·고춧가루로 간을 맞춰 시지 않도록 보관해두고 먹는 침채류(沈菜類) 중 하나다.

김치의 원형인 절인 채소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의 김치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중기, 정확히는 임진왜란 이후 국내에 고추가 들어오면서 부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단순히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소금에 절인 채소를 여귀, 천초, 생강, 귤피 등의 향신료와 함께 파, 마늘로만 양념했었다. 그러다 해산물의 비린맛을 잡아줄 수 있는 고추를 쓰게 되면서부터 소금을 줄이고 젓갈류를 첨가해 감칠맛을 더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김치가 탄생하게 됐다.

이렇게 발전해 온 김치는 겨울철의 반 양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 식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신선한 채소를 먹기 힘들었던 시절 김장 김치는 영양 공급원 노릇을 톡톡히 했으며, 여러가지 요리나 반찬으로 활용도도 높아 입맛이 꽤 서구화 된 요즘 밥상에도 한 가지 종류 이상은 무조건 올라오는 식이다.

김장이 겨울철 반양식이라는 말과 함께 입동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도 있다. 입동 무렵의 김장 김치가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보관하며 먹어야 하는 김치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김장 김치는 5정도의 온도에서 온도 변화 없이 익히고 저장해야 한다. 만약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너무 빨리 익고 반대로 기온이 낮으면 김장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가 얼어버려 제맛을 내기 어렵다. 이렇듯 선도 높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최적의 상태로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5가량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가 입동 무렵이다. 그래서 입동이 김장철로 자리잡게 됐다.

김장 김치 맛의 핵심은 보관 김치 보관 방법 TIP

김장 김치 보관의 핵심은 적정 온도 유지 뿐만 아니라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장 김치 보관의 핵심은 적정 온도 유지 뿐만 아니라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김치냉장고도 없던 과거에는 어떻게 온도 변화 없이 김치를 보관할 수 있었을까? 바로 땅을 파 그곳에 김칫독을 묻고 짚방석을 만들어 덮어두는 것이다. 이때 짚방석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치가 꽁꽁 얼지않게 하는 방한 기능은 물론 볏짚에서 번식하는 미생물이 김치의 숙성을 돕기 때문이다.

요즘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집안에서는 서늘한 마당 한편에 김치광을 만들어 놓고 이 방법을 이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식탁에 무조건 한 가지 종류 이상의 김치가 올라가는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김치를 맛있게 익히고 보관하는 김치냉장고는 이제 필수 가전이 됐다. 일년 내 일정한 적정 온도에서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건 물론, 김치 종류와 만든 시기 등에 따라 섬세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관 및 숙성 모드 기능을 제공한다.

만약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했는데도 김치가 너무 빨리 익는다거나 군내가 느껴진다면 김치통에 김치를 넣는 과정이 잘못됐음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김장 김치 보관의 핵심은 적정 온도 유지 뿐만 아니라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된 김치는 산화 작용에 의해 금방 쉬고 잡균이 침투해 군내의 주범인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독이나 통에 김치를 넣을 때 손으로 김치를 꾹 눌러 중간층의 공기를 빼고, 그 위에 절인 배춧잎을 덮어 공기와 접촉을 차단시키는 과정이 필수다.

무수분 수육, 절인 배추 만두김장날 곁들임 음식에도 변화

배추 만두는 밀가루 대신 절인 배추를 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재료는 남은 절인 배추에 다진 돼지고기, 두부, 부추만 추가하면 된다.

김장 김치를 담그지 않아도 주변에서 김장 소식이 들려오면 갓 무친 김치를 잘 삶은 수육에 돌돌 말아 먹는 그 맛이 떠오를 만큼 김장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은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김장 김치의 영원한 짝꿍인 돼지고기 수육을 잡내 없이 부드럽게 삶는 데는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레시피는 이른바 무수분 조리법이다.

무수분 조리법은 말 그대로 물 없이 고기를 익히는 방법이다. 대신 사과, 양파, 대파, 마늘 등의 과채를 듬뿍 넣는데 과채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고기를 익히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재료를 넣을 땐 채소와 과일을 먼저 바닥에 깔고 고기를 위에 올려 고기가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장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은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김장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은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간을 추가하고 잡내를 더 확실하게 없애고 싶다면 간장과 미림을 추가할 수 있다. 삶는 시간은 고기의 두께와 부위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50~1시간 정도가 알맞다.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여주면 더 촉촉한 수육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수분 수육은 물에 삶은 고기보다 기름기는 적으면서도 육즙은 살아 있고 식감 또한 더욱 보들보들해 마지막 한 점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또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고기 삶은 물을 버릴 필요가 없어 뒷처리까지 깔끔하다.

김장 김치에 수육을 곁들이는 것이 불변의 법칙이라 해도 매년 같은 음식만 먹는 게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땐 남은 김장 재료로 배추 만두를 만들어보자. 밀가루 대신 절인 배추를 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재료는 간단하다. 김치를 하고 남은 절인 배추에 다진 돼지고기, 두부, 부추만 추가하면 된다.

조리 방법 역시 어려울 게 없다. 으깬 두부에 다진 고기와 가볍게 데쳐 종종 썬 부추를 넣고 만두소를 만든 후 절인 배추로 감싸기만 하면 끝. 다만 소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두부를 으깨고 나면 반드시 면보에 넣고 짜 물기를 제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두소가 질척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또 만약 남은 김치 양념이 있다면 소에 취향껏 넣어봐도 좋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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