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중소기업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 50조원 규모의 맞춤형 자금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강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채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하지만, 채권시장의 안정성은 중소기업에도 중요하다. 최근 한전과 가스공사 등 초우량 공사채도 유찰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이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은 고물가에 따른 수요부족 심화,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 9월 기준 대출 잔액은 948.2조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만 61.9조원이 증가했다. 그런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올해만 2번의 빅스텝(0.5%포인트 상승)을 포함해 6번 인상됐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올라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충분한 대응책이 있다는 응답은 0.4%에 불과했다. 이는 중소기업 대다수가 금리 인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이 금리인상과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약 14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예대마진으로 거둔 수익만 29조원에 달해 지난해 동기 대비 20%나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행 조사결과, 10월부터 12월까지 4분기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3을 기록했다.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동안 은행들의 대출 관행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대출은 60.3%가 담보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이 66.5%인 대기업의 대출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다. 실제 최근 1년간 대기업의 대출금리 상승폭은 1.09%포인트인 반면 중소기업은 1.21%포인트로 나타났다. 금리인상기를 틈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IMF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었다. 이제는 은행이 앞장서서 자금 경색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듯 무분별하게 자금을 회수해 건실한 기업까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의 위기 상황이 조기에 진정될 수 있도록 이미 밝힌 5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 대책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